싸이는 이 시대에 벌거벗은 임금님들에 대해 그들이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음을 풍자와 해학으로 음악 뉴스화해서 보도한 21세기의 문화 앵커이자 특종 대기자인 것이다. 이런 대규모 음악 혁명은 인류역사상 그리 흔하지 않았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밥 딜런, 존 바에즈, 섹스 피스톨즈 그리고 이제 싸이가 열어놓은 싸이의 시대, 강남스타일의 시대인 것이다. --- p.9
그 음표라는 빗방울들은 가수와 연주자에 의해 노래되어 듣는 이들의 마음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웃음을 드리운다. 그 빗방울의 마음이 바로 싸이의 음악이고, 싸이가 작곡한 음표이고, 싸이가 “다 같이 소리 질러!” 할 때의 노래 소리이자 시대를 향한 외침인 것이다. --- p.15
스타는, 연예인은, 가수는 누가 더 팬들을 더 많이 사랑하는가의 경쟁이다. 누가 팬들을 더 마음 깊이 사랑하는가의 선의의 경쟁이다. 누가 더 진실로 팬들을 사랑하는가에 따른 결과에 의해 딱 고만큼 자신이 사랑한 만큼만 팬들로부터 그 사랑을 되돌려 받는 것이다. --- p.28
싸이는 스틸리 댄의 날카로움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넉넉함과 거침없음,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독자獨自정신, 아치스의 구애求愛스타일, 에미넴의 냉철함, 닥터 드레의 대규모 광범위한 음악적 다양성의 수용정신 등이 그의 몸과 마음과 정신과 영혼에 다부지게 넉넉하게 흘러들어 싸이화됐던 것이다. --- p.43
친구를 위해 연꽃 속에 차 한 봉지를 넣어 연꽃 향을 자연스레 추가하고 더하듯, 이 역시 그렇게 동시대인들의 우울함, 왜소함, 축 처짐, 한숨, 패배감, 열패감 등을 위로하기 위해 싸이의 노래라는, 싸이의 춤이라는 차 한 봉지를 자신의 가슴속에서, 마음속에서 고이고이 익혀 왔고 묵혀 왔던 것이다. --- p.54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싸이는 묵직한 건달 보스 같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외친다. 그러다 다시 마음껏 소리 지른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드럼비트를 타고 마음껏 욕망을 드러내고 그 욕망의 하수인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소리 지른다. 싸이는 이제 섹시와 합류하려 하지 않는다. 뭘 좀 아는 놈이기에. 그것을 뛰어넘는다. 굳이란 말을 쓰지 않겠다. 그보다는 생명과 합류한다. --- p.87
강남스타일은 로큰롤에서 뻗어 나온 트위스트의 흥겨움 같은 것 그리고 R&B적 샤우트, 일렉트로닉의 세련됨, 힙합의 야성, 록의 거친 지성이 반복을 통해 인간을 세뇌시킨다. 싸이만의, 그렇다! 이것이 싸이 특유의 중독성 있는 싸이 뮤직, 강남스타일의 장점이다. --- p.88
그렇다. 싸이는 스스로 낮은 자가 된 것이다. 세계 1위의 스타가 된 싸이,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스타란 말 자체가 거추장스럽다. 그보다 훨씬 위대한 순수함, 자유, 진실을 향한 그의 삶의 태도가 너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 p.137
그의 땀방울이 자본주의에 기죽어 얼어붙은 세계인들을 해동시키고, 자본주의에 휘둘리는 음악의 땅에 해빙기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열광이 출구 없는 절망의 시대에, 양극화의 현상 속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꺼멓게 타버린 심장을 어느새 춤추게 하고 피 돌게 하고, 살아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 p.149
싸이의 한국 나이는 만으로 서른다섯 살! 세계 음악문화사 유례가 없다시피한 싸이
해외진출은 전 세계 말춤 팬들, 싸이 팬들, 강남스타일 팬들, 자유와 평화의 팬들, 대박웃음의 팬들에 의해 참으로 자연스럽게 마땅하게 드디어 올 것이 왔고, 누구나 보기에 좋았더라!가 이뤄진 것이다.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가수로서는 차마 그리고, 감히 꿈꾸기도 민망했고 벅찼던 그 꿈이 이뤄진 것이다. --- p.210
음악의 바람은 쉴새없이 불어가고 비트는 공기를 달구고 「라이트 나우Right Now」, 「오늘밤새」, 「예술이야」, 「낙원」, 「아버지」, 「챔피언」, 「새」 등의 싸이 히트곡들이 오만잡것들과 허접잡귀들에 시달린 객석의 상처와 아픔과 고통을 달래주고 씻겨주고 있었다. --- p.229
대한민국 가수 싸이가 7월 15일 발표한 강남스타일이 유투브를 통해서 전 세계인들을 웃음보 터뜨리게 했고, 그 말춤을 따라 추기 시작했고, 수많은 뮤직 비디오로 패러디되는 가운데,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자발적으로 매우매우 즐겁게 기적처럼 이뤄지는 가운데, 드디어 존 레논이 그렇게 갈망하던 모든 이념을 벗어나는 평화롭고도 역동적인 말춤의 즐거움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강남스타일이란 그 춤추는 구명보트를 타고서 위대한 음악 항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존재감을 만끽 하는 가운데 회복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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