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은 종일 친구들과 빈둥거리며 신나게 놀았다. 그사이 울타리는 무려 세 번이나 칠이 입혀졌다! 칠이 동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마을의 남자아이들 모두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을 터였다. 톰은 산다는 게 어쨌든 그렇게 허무하지만은 않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이번 일로 톰은 스스로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인간의 행동을 둘러싼 아주 큰 법칙을 발견했다. 즉 어른이든 아이든 뭔가를 애타게 원하게 하려면 그게 뭐든 간에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없게 하면 된다는 것을. --- p.32
허클베리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훌쩍 왔다가 훌쩍 가버렸다. 맑은 날이면 남의 집 현관 계단이 잠자리였고, 궂은 날이면 속이 빈 큰 통이 잠자리였다. 학교나 교회에 갈 필요가 없었고, 누굴 선생님이라 부르거나 누가 시키는 말에 따를 필요도 없었다. 자기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낚시나 수영을 할 수 있었고, 또 하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었다. 싸우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리 늦게 자도 상관없었다.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도, 가을에 제일 나중에 신발을 신는 아이도 늘 허클베리였다. 생전 씻을 필요도 없이, 깨끗한 옷을 입을 필요도 없이 마음껏 땀을 흘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모두 가진 아이였다.
미시시피 강변의 작은 마을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사는 톰 소여는 폴리 이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모범생 이복동생 시드나 착하고 신앙심 깊은 사촌누나 메리와는 달리 못 말리는 개구쟁이다. 학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리고, 사마귀를 떼거나 잃어버린 공깃돌을 찾게 해준다는 미신을 좇아 숲을 휘젓고 다니며, 순진한 소녀 베키를 꾀어 약혼을 하는가 하면, 마을의 어른들이 기피 대상으로 여기는 떠돌이 소년 허클베리 핀과 단짝으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허클베리 핀과 함께 간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혼혈 인디언 조와 주정뱅이 영감 머프 포터, 마을의 젊은 의사 로빈슨이 얽히고설킨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보복을 당할까봐 겁에 질린 두 아이는 죽는 날까지 비밀로 간직하자고 맹세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