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교수님의 책을 새로 받을 때마다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은사 선생님의 끊임없는 연구와 저술의 삶을 직접 대면하는 것 같아 그렇다. 제자와 후학으로서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책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종교사회학자로서 저자의 30여 년의 연구들이 이 책을 통해 정리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을 연구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하여 혜안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혜안으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 세계 기독교의 흐름과 미래를 회고하고 조망한다. 그러면서 “뒤바뀐 기독교 지형”, “기독교의 희망 제3세계”, “머리의 종교에서 가슴의 종교로”, “성(聖)의 복귀” 등과 같은 주제들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낸다.
이러한 흐름을 읽어낸 외국 학자들의 책이 몇 권 있다. 대표적으로는 피터 버거의「세속화냐 탈세속화냐 : 종교의 부흥과 세속정치」, 로버트 우스노우의「성(聖)의 재발견」과「21세기의 기독교」, 그리고 하비 콕스의「영성·여성·음악」등이다. 이 학자들은 전 세계 기독교 상황과 변화를 자신 나름대로의 방식을 통해 분석하면서 현대 교회의 거대한 새로운 물줄기를 찾아내었고 이를 소개하였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기존 세속화 이론의 오류, 비서구 지역에서의 기독교 성장, 영성과 성스러움의 복귀 등을 언급하였다. 저자 역시 30여 년간 세계 기독교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위에 언급된 외국 학자들과 유사한 선상에서 기독교의 추이를 간파하였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저자의 글에는 이들에게 없는 내용 - 그래서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이 될 수 있는 - 이 담겨 있다.
이는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먼저 제3세계/비서구권의 시각과 입장이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학자 모두 제1세계 서구학자이며 기독교 문화권 출신이다. 이들 모두 안정되고 발전된 사회 환경, 기독교를 세계에 전파한 주도 국가의 입장에서 세상과 교회를 관찰하고 있다. 자연히 제3세계 비서구권 피선교지의 입장 및 관점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해 때로 중요한 연구 주제나 내용을 놓치기도 하고 분석에서 오류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이들과 유사한 선상에서 연구를 했지만 글 여기저기서 제3세계 비서구권 종교사회학자의 독특한 시각과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둘째, 언급한 외국 저자들은 모두 질적 연구 방법론을 펼치는 학자들이다. 이들의 책에서 양적 연구의 흔적들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이 책은 양적 연구를 겸비하면서 연구를 진행한다. 질적, 양적 연구는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각각의 장점들을 잘 살려 연구에 활용하면 연구 결과들이 더욱 객관적이고 과학적일 수 있다. 이 책이 보다 균형 잡히고 설득력을 갖춘 것이 바로 이런 특징 때문이다.
셋째, 이 책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따뜻한 마음이란 기독교, 교회, 하나님의 나라, 부흥 등에 대한 열린 마음을 의미한다. 외국 학자들은 단지 냉철하고 지극히 객관적이며 교회와 미래에 대해 냉엄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 역시 종교사회학자로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는 신학대학 교수로서, 제자 목회자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그리고 그 역시 한 사람의 신앙인
으로서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를 향한 따뜻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저자의 마음은 30여 년의 연구의 결실을 보여 주는 이 책에서 더욱 분명하고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오늘날 신학대학, 신학자들에게서 이러한 모습이 점차 약해지거나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이런 마음은 매우 귀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기독교는 이전 세기와 다른 새로운 모습, 새로운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익숙지 않은 이 모습이 생소하기도 하고 의심스러울 수도 있다. 세계 기독교의 흐름, 그 흐름 안에 있는 한국 교회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기독교의 변화와 소망에 대해 관심이나 혹여 의문이 있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김성건 (서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