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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오는 그날까지

네가 오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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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58g | 140*205*17mm
ISBN13 9791188331734
ISBN10 11883317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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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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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을 먹으러 시댁에 들른 길에 시아버님이 아기 사진이 가득한 달력을 건네주셨습니다. 집에 가져다 놓고 예쁜 아이를 많이 보라고, 아기는 서른 전에 낳으면 똑똑하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제 나이 스물여덟, 그해 결혼을 했습니다. 아직 아기보다는 일과 젊음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시아버님의 마음이 부담스러웠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대답했습니다.
--- p.16

한 달은 여행 준비로, 또 한 달은 야근이 많아서, 다음 한 달은 남편의 교대 근무로 배란일을 맞추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생활하다 보니 몇 달이 금방 지나가 버렸습니다. 피임하지 않은 지 6개월이 지나자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안 생기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이 점점 신경 쓰였습니다. 어느새 마음속에 뿌리내린 걱정의 씨앗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졌습니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습니다.
--- p.19

미래의 제 아이에게 우리 엄마처럼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을지, 제가 평범한 엄마들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몇 번이나 더 시험관 시술을 해야 제게 아기가 찾아올지 정답을 알 수 없어 괴로웠습니다. 어디서부터 마음을 다시 일으켜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 p.35

보통의 엄마들은 그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책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엄마들을 위한, 마음 아파하는 부모들을 위한 책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쓴 책이 출간된 후에 난임 부부들이 많이 읽고, 많이 썼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로서 쓰는 책도 의미가 있지만 분명 아이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그 마음을 다루는 책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난임은 숨겨야 할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 p.54

제 삶의 모든 계획이 아기에게 맞춰져 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휴지통을 하나 살 때도 아이가 생겨도 쓸 수 있는지 고민하고, 옷을 살 때도 임신하고도 입을 수 있는 옷인지 고려했습니다.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고 몸과 마음은 지쳐 가는데 아기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친척 중에 우리만 아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마음이 흔들리고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인생에서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느낌입니다.
--- p.68

내가 난임이라는 사실이 엄청난 열등감으로 작용할 때가 있었습니다. 가슴 한가운데가 뚫린 것처럼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두려움이 어떤 감정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임신도,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하고 보내 버린 시간들이 사무치게 속상하고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허무해집니다.
--- p.98

장기 요법으로 한 달 가까이 주사를 맞고 드디어 난자 채취를 앞둔 하루 전날, 항생제를 먹자 온종일 토하고 속이 메슥거렸습니다. 과배란 중에 약까지 독하니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난자 채취 후에도 계속 먹어야 되는 약이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갔습니다. 처음보다 조금 더 떨렸습니다. 두 번째 시술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뭔가 잘못되면 어쩌지’, ‘마취에서 못 깨어나는 거 아닐까’ 같은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 p.118

아이를 낳으면 적어도 30년 동안은 부모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반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둘만이 사랑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짧습니다. 아이를 가지는 순간부터 아이가 독립하는 그때까지 부모로서 살아가야 하는 날이 더 깁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너무 힘들고 지치지만 반대로 생각하니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 더 주어진 것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 시간을 배우자와 더 돈독해지고 행복하게 살라고 주신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은 바로 어떤 엄마가 될지 정하고 성장하는 엄마가 될 시간인 것입니다.
--- p.135

인생에서 이런 시간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편안하게 쉬기도 합니다. 제 몸을 관찰하고 감정을 알기 위해 집중하며 스스로를 온전히 알아 가는 시간이 살면서 얼마나 있을지. 그냥 이 시간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분명 어렵고 힘든 시간이지요. 여전히 기다려야 하고 어느 날에는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또한 먹어야 하는 쓰디쓴 약처럼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날이 올 것입니다. 당장의 기다림, 불안함, 초조함. 이 모두는 제가 그것과 정면 승부할 때 이겨 낼 수 있습니다
--- p.143

저는 난임을 인정하고 치료를 선택하기까지 두려워하고 힘들어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난임을 겪고 있는 많은 부부가 선택을 내리기 전에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앞이 있으면 뒤가 있듯 우리에게 난임은 너무 힘든 시간이기도 하지만 어떤 엄마가 될지, 어떤 아빠가 될지 방향을 정하는 데 좋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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