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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 33일

실연 33일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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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42g | 140*200*20mm
ISBN13 9788984455405
ISBN10 89844554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바오징징
분명 진지하고 엄격한 사람인데 왜 매일 희희낙락하며 사는지 모르겠다. 적에게는 독하고 차갑게 대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달콤하고, 비굴하고, 부드. 등 뒤로 무수히 많은 인격을 매단 채 힘겹게 비틀거리며 인생길을 걸어가지만 적막하지 않으니 그걸로 됐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역자 : 홍민경
숙명여자대학교 중문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번역학과를 석사 이수했다. 타이완 정치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주)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반생연』,『사는 동안 버려야할 60가지 나쁜 습관』,『CEO가 원하는 능동형 인간』,『심리학 산책』,『생중계, 중국을 논하다』,『똑똑한 리더의 손자병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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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가 백화점 향수코너에서 새 애인의 손목에 코를 가져다 대고 향을 맡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쇠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를 둘러싼 세상이 한순간에 끔찍하게 돌변해버렸다.
(…) 그동안 우리는 달콤하게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이었고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 따로 없었는데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일까. 심지어 더 화가 나는 사실은 이 일이 벌어지기 전날까지도 그의 입에서는 ‘사랑해’라는 말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의 사랑이 처음부터 모두 거짓이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게다가 실연 뒤에 숨은 또 다른 고통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곁에서 온갖 애교를 떨며 서 있던 여자가 다름 아닌 중학교 시절부터 늘 함께 붙어 다니던 내 단짝친구였기 때문이다. --- p.10

라오왕이 맥없이 앉아 있는 나를 사무실로 부르더니 서류철 하나를 내 앞에 툭 던졌다.
“이 웨딩 건 진행해.”
서류철을 펼쳐보니 프리미엄급 웨딩플랜이었다.
“보스, 제가 실연당한 거 다 아시잖아요?”
라오왕은 열 손가락 신공을 발휘해 큐빅을 맞추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알아.”
“아시면서 어떻게 저한테 이 웨딩플랜을 맡기세요?”
“공과 사도 구분 못해? 신랑이 헤어진 애인도 아닌데 뭐가 문제야?”
“제가 이 결혼을 엉망으로 만들면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상관없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장례 전문가가 있거든. 말만 해. 언제든 소개해줄 테니까.”
“……”
예비 신랑 신부의 자료를 훑어 본 후 기분이 바닥을 치다 못해 땅 밑까지 뚫고 들어갈 판이었다.
(…) 지금 가장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 바로 오랜 시간 사랑을 키워온 연인들을 위해 웨딩플랜을 짜는 일이건만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 pp.26-27

“샤오셴, 너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건 게 아니야…….”
순간 혈관 속의 피가 교통사고라도 난 것처럼 순식간에 명치에서 막혀버렸다.
갑자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은 정말 안 맞는 거 같아. 날 욕해도 좋아. 이번만큼은 나에게 무슨 저주를 퍼부어도 다 들어줄게.”
나는 벙어리라도 된 듯 말문이 막혀 버렸다. 어디선가 거품이 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존심마저 버리고 그가 돌아올 거라 기대했던 내 가련한 바람이 만들어낸 거품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도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화끈하게 전화를 끊어 버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참지 못하고 내가 5년 동안 사랑했던 한 남자를 향해 감정이 실린 마지막 한 마디를 날리고 말았다.
“너 같은 놈 때문에 내 입을 더럽히고 싶지는 않지만 넌 정말이지 뼛속까지 개자식이야. 안녕.”
나는 전화를 끊자마자 다리의 힘이 풀려 냉장고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웅웅’ 거리는 냉장고 모터 소리를 들으며 그 소리에 묻혀 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했다. 그러다 나는 한 가지 절충안을 찾아냈다.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지든 말든 맘껏 우는 대신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 등 뒤에서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황급히 눈물을 닦은 후 소리가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왕샤오졘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이 잔인한 하루가 퍼붓는 무차별 공격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말았다. 피가 낭자했던 이별통보 전화까지는 어떻게든 참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비참한 몰골을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료에게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왕샤오졘을 보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아주 잠깐 무심하게 나를 내려다보더니 이 말을 남긴 채 탕비실을 나가 버렸다.
“화장 번졌어요.” --- pp.35-37

새벽 6시 반에 나와 왕샤오졘을 깨운 건 다름 아닌 리커의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우리는 전화를 끊자마자 30분 만에 벨라지오에 도착했다. 그리고 지금 영업시간이 곧 끝나가는 이곳에서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들어줘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두 분이 전문가시니까 좀 도와주셔야겠어요. 영화는 꼭 찍어야 해요.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거든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잠도 오지 않을 거 같아요.”
나는 리커를 멍하니 응시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 미친 거 아냐? 좀 전까지 클럽에서 춤추고 놀다가 약 탄 술이라도 마셨나?’
“두 분이 도와줄 수 없다면 다른 웨딩업체를 찾아보겠어요.”
그 말에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 제발 그것만은 참아줘요! 보스가 알면 우리는 다 죽어요!’
목구멍까지 차오른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있을 때 왕샤오졘이 먼저 입을 열었다.
“맘대로 하세요.”
리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라고요?”
왕샤오졘은 마치 장례식에라도 온 사람처럼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냉정하게 다시 한 번 말했다.
“맘대로 하시라고요.”
리커의 표정이 굴욕이라도 당한 듯 일그러졌다.
“지금 이게 무슨 태도죠?!”
“그렇게 물어보시니 말씀드리죠. 여보세요, 리커 씨! 웨이 씨와 의견이 틀어져 싸움이 났으면 다시 잘 상의한 후에 그 결과만 우리에게 알려주셨어야죠. 두 사람을 화해시키는 일은 우리 소관이 아니고 그럴 의무도 저희한테는 없습니다. 새벽 6시가 넘는 시간에 이렇게 불려 나와서 그따위 말이나 듣고 있는 것 자체도 몹시 불쾌합니다. 아시겠어요? 우리 회사가 고객의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이 맞기는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24시간 대기조도 아니고, 고객이 부른다고 시도 때도 없이 불려다닐 수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한테도 출근 시간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왕샤오졘은 너무나 침착하게 필요한 말만 쏙쏙 뽑아내 그녀에게 면박을 주었다. 리커의 낯빛이 점점 빨개지다 못해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바른말을 또박또박 내뱉는 그의 모습이 판에 박은 듯 나를 닮아 있었다. --- pp.77-78

메일은 대학 동창에게서 온 청첩장이었다. 인간성도 좋아서 대학 4년 내내 많은 도움을 받았고, 특히 수업에 안 들어가는 날이면 늘 대출을 해주던 고마운 친구였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아마 2학년 때 출석 일수 부족으로 자퇴권고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 나는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아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야, 너 뭐야? 이메일로 청첩장만 보내면 다야? 게다가 모레가 결혼식인데 오늘 보내는 게 말이 돼?”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약식 결혼식이라 날짜를 빨리 잡느라 그렇게 됐어. 정식 결혼식은 고향에 내려가서 하기로 했거든.”
“결혼식 건도 그래. 친구가 웨딩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거 알면 나한테 맡겼어야지?”
“너희 회사는 너무 비싸잖아. 그 돈 대려면 지금부터 우리 자기랑 헤어질 때까지 벌어도 모자랄걸?”
“와, 공무원 되더니 말솜씨 좋아진 것 좀 봐. 그럼 지금이라도 내가 뭐 도와줄 일 없어?”
“아니, 넌 그냥 와서 축하만 해주면 돼. 대학 동창들도 모두 오니까 너도 네 애인이랑 같이 와.”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 헤어진 거 아직 몰랐어?”
친구 역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샤오셴, 미안해. 정말 몰랐어. 아까 걔가 전화를 해서 호텔위치랑 시간 같은 걸 물으며 여자친구랑 같이 올 거라고 했거든. 그래서 나는 당연히 너일 거라고…….”
나는 치를 떨었다. 내일 그 자식은 내 한때 절친을 데리고 가 친구들에게 인사를 시킬 작정이었던 거다. 그 말은 저번에 만났을 때 그와 헤어졌다고 했던 친구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샤오셴, 너 괜찮은 거지? 정 불편하면 모레 오지 마. 다음에 우리끼리만 따로 만나면 되니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불편할 게 뭐 있어? 서로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닌데 여자친구랑 같이 올 수도 있지. 나도 남자친구랑 함께 갈 생각이야.”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황급히 왕샤오졘을 찾았다.
--- pp.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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