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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만찬

잘못된 만찬

[ 양장 ]
리뷰 총점8.8 리뷰 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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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각국소설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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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56g | 128*188*17mm
ISBN13 9788954658393
ISBN10 895465839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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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과 동시에 이 도시를 덮친 것에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침묵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침묵보다 깊고, 침묵과 소음의 거리만큼이나 침묵과 먼 무엇이었다.
--- p.25~26

순백의 항복 신호를 올린 게 사람인지 유령인지 몰라도 몇 년을 찾아도 찾지 못할 겁니다. 그걸 흔든 건 인간의 손도 어떤 유령도 아니고 9월의 바람이었으니까요. 그래요. 분명히 9월의 바람이었어요. 주민들이 지하실로 몰려갔을 때 열려 있던 어느 창문의 흰 커튼이 바람에 나부끼며 독일군 눈앞에 두세 차례 펄럭였던 겁니다.
--- p.28~29

무슨 기관총 말입니까? 그건 오히려 슈트라우스의 음악 같던걸요. 시립 악단에서 연주하는 샤메트 집안 아들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게다가 기관총소리인지 음악소리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몰라도 그 소리는 분명히 시청 광장이 아니라 그 집…… 의사의 집…… 대구라메토 박사의 집에서 났어요.
--- p.33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사람들은 대개 파멸로 끝난 다른 식사들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런 식사들이 사람들의 기억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다가 어떤 이들은 성서 속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을 떠올렸고, 거기서 마침내 비밀을 간파하게 되리라 굳게 믿었다.
--- p.38

천년 동안 토론을 해도 두 반대 진영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리라는 건 모두가 알았다. 더구나 그들은 이런 유의 사건에 있기 마련인 제삼자들의 의견에 맞서 서로 동맹이라도 맺었을 것이다. 중도파로서 내부에서 외부 사람들을 판단하기 어렵듯이 바깥에서 내부의 누군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제삼자의 의견 말이다. 그런 식으로 이어지다보면 다시 긴장의 끈이 팽팽해지고 어떤 목소리가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도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까?
--- p.68~69

인질들의 당혹감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되었다. 깊이 뿌리내린 전통에 따라,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규정된 이날의 사건들이 하나씩 수줍게 차츰 떠올랐다. 도시 초입에 매복한 항독 저항군들은? 이날 일어난 일을 정확히 아는 이는 신뿐이었다. 자취도 증언도 없었고, 독일 사이드카가 길을 거슬러올라가며 도로에 남긴 것으로 보이는 두 개의 검은 자국뿐이었다.
--- p.81

사실 사람들 모두가 이리 휩쓸렸다가 저리 휩쓸리곤 했다. 도시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듯한 날들도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에 용케 추락을 면했다.
--- p.86

또다른 순찰대들은 도시 공산주의자들이 이름 붙였듯이 ‘구역’ 경쟁을 벌이며 마구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오후가 시작되고 시청 꼭대기에 깃발이 내걸린 바로 그때 그들이 병원에 불쑥 나타나 대구라메토 박사를 체포했다. 한창 수술중이던 그의 손에 수갑을 채운 뒤 그들은 그에게 손에 묻은 피를 닦으라고 했지만 구라메토는 총살당하리라는 생각에 무슨 소용이겠냐고 말했다.
--- p.101~102

온갖 표현 가운데 가장 자주 언급되는 건 시간과 관계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 시간을 ‘새 시대’라고 불렀다.
어떤 날들은 그 이미지에 참으로 잘 들어맞는 것 같았다. 빨래통에서 날아가는 거품처럼 가볍고 환한 날이 마치 침대 시트처럼 펼쳐지는 듯했다. 그런데 다른 아침이 오면 모든 게 잿빛으로 어두워졌고, 이 속세에서 결코 젊음을 되찾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시간이라는 생각이 다시 찾아왔다.
--- p.109~110

겨울이었다. 게다가 냉전이었다. 냉전이 시작된 건 몇 주 전이었다. 냉전은 사람들이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농담(에스키모인들과의 분쟁이라든지, 기타 등등)이 아니었다. 나중에 상상한 것처럼 엄청난 사건(죽음처럼 차갑고 음험한 사건)도 아니었다. 그 둘의 중간쯤이었으며, 어느 영국 신사가 만들어낸 말처럼 낡아빠진 고철 더미, 철의 장막이었다.
--- p.113

광인로에 관해 떠도는 이야기, 아마도 그 길에 새 이름이 붙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길의 파괴를, 그리고 도시 전체의 파괴를 예언하는 이야기는 그해 겨울에 권력의 꼭대기에서 꾸며지고 있는 일을 흐릿하게 반영한 것에 불과했다. 음모, 파벌 싸움, 공포정치 말이다. 전복의 두려움에 지친 기색은 보였지만 지도자는 승자가 되어 이 시기를 빠져나왔다.
--- p.134~135

그런데 외국 라디오방송을, 특히 BBC를 듣는 사람들이 전대미문의 정보를 퍼뜨리고 다녔다. 테러리스트 의사 무리의 정체가 공산주의의 본거지, 다시 말해 크렘린 내부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건은 소련 사람들이 퍼뜨린 소문으로 알려졌으며, 게다가 그들은 그 사건을 ‘의사들의 음모’라고 규정했다. 북이며 나팔 소리도 없이, 아마 그럴 필요도 없었겠지만, 은밀히 전해진 이 소식이 온 지구를 뒤흔들 판이었다. 그 의사 무리는 요하네스라는 유대인 조직의 지령을 받고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범죄를 범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전 지구적 차원의 암살을 통해 모든 공산당 지도자들을 청산하려는 범죄였다. 이오시프 스탈린부터 시작해서.
--- p.145

그의 눈에 그 의사는 다가갈 수 없는 존재처럼 보였을 뿐 아니라 적대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대구라메토 같은 사람이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그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새로운 사상, 사회주의의 구축이나 그와 유사한 것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종에 내재하는 장애물이었다. 남성들 사이의 경쟁 관계가 모두 그렇듯이 냉혹하고 거대한 장애물이었다.
--- p.156

다행히 당신과 우리는 한 가지 지점에서 만납니다. 바로 국가요. 당신은 당신이 한 행동으로 국가에 봉사한다고 믿는 거요. 우리도 우리가 그렇다고 믿고 있고. 모두가 옳을 수는 없소. 당신이 옳든지 아니면 우리가 옳은 거지. 구라메토 박사, 그러니 누가 옳은지 밝혀봅시다……
--- p.199

샤니샤 동굴의 철문이 탄식하는 듯한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들은 떠날 때 모습 그대로 짚 깔개에 쓰러져 있는 구라메토를 발견했다. 샤코 메지니가 구두코로 그의 양 무릎을 쳤다. 일어나! 스탈린이 죽었다고! 희끄무레한 등잔 불빛 아래 죄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엉긴 핏자국 때문에 아무렇게나 그린 가면처럼 보였다.
--- p.229

그 찰나의 시간은 그의 인생에서 극히 미미한 부분에 불과했다. 오륙 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어둠의 밀도는 수년의 세월 전체를 덮기에 충분해 보였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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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정치적 선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나라의 동요가 그려진다. 알바니아판 ‘의사들의 음모’.
- 르몽드
그의 이야기는 풍부한 상징을 잃지 않는다. 오늘날 카다레의 작품들은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소설의 형식을 띤 거대한 신화로 분류된다.
- 르피가로
역사와 픽션이 공존하는 환상의 세계. 카다레는 늘 그렇듯 과거의 사건을 끌어와 여타의 다큐멘터리 연대기보다 놀랄 만하고 사실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 가디언
예리하고 통렬한 작품. 『잘못된 만찬』은 풍자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한층 섬세하게 끌어올린다.
- NPR
복잡하고 흥미로운 소설.
- 월스트리트 저널
넋을 빼놓는 작품. 훌륭하게 번역된 유럽의 걸작.
- 북리스트
권력과 진실, 개인의 결백에 관한 냉혹하고도 기교 가득한 작품. 전체주의에 대한 풍자적이고 냉철한 비판.
- 커커스 리뷰
발칸반도의 핏빛 역사, 섬세한 리얼리즘으로 포장된 암울한 전체주의에 관한 묘사. 파시즘과 공산주의의 유착된 힘, 혼란에 빠진 국가에 관해 어두우면서도 명료하게 짚어낸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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