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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청춘

아빠의 청춘

: 두 번째 인생이 펼쳐지는 소울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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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84g | 245*207*20mm
ISBN13 9788997256044
ISBN10 899725604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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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치매는 아닐 테고, 단순 기억 장애인가요?
가끔 잊고 넘어가는 것들이 있답니다.
창문에 맺힌 빗방울 때문에 들고 나갔던 우산이 맑게 갠 하늘과 함께 사라진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집에 돌아왔을 때 보이는 여행 가방 속의 빈자리 때문에 늦은 시간 숙소에 전화 거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아마도 ‘나이’인 것 같아요.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것, 떠나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들. 지웠다 다시 써내려 가는 위시 리스트는 점점 길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마흔다섯에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제목만 읽어 보니 조금은 안쓰럽죠!
하지만 그 정도로 걱정스럽고 고단하기만 했던 인생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여유 있는 부모님 밑에서 좋은 교육 받고 편안하게 생활했던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어째서 제목이 저러하냐 묻는다면 마흔다섯에 첫 월급을 받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나에게 주었던 월급, 그러니까 여태껏 운영하던 회사에서 사장으로써 받은 월급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또는 다른 회사에서 월급이란 것을 받은 것은 얼마 전이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나라 일본에서 지금까지 해 왔던 일들과는 180도 다른 업종의 비정규직 자격으로 일을 하고 1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언젠가는 그보다 10배에 가까운 급여가 책정되어 있었던 것 같고, 일본이란 나라는 업무상 출장이나 접대 골프를 위해 다녀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일본은 제게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고 의미입니다. 단정한 정장에 브리프 케이스나 골프 가방을 챙겨온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조리용 칼과 김치를 들고 온 외국인 노동자. 그것도 일본 레스토랑 주방의 막내 지원자였으니까요.

(중략)

자주 잊어 먹는 마흔 하고도 다섯, 여섯 또는 일곱 등등.
아버지도, 선배도, 친구도 가장의 으뜸 덕목은 ‘희생’이라 여기며 살았을 테지요. 세상의 아들들은 그들 아버지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른 모습의 아빠가 되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돈키호테’라 불려져도 좋고, ‘역마살’이라 수군거려도 좋습니다. 하지만 열정을 간직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도전하는 아빠였다고, 적어도 나의 두 아들 성훈이 와 지훈이에게 그렇게 여겨졌으면 합니다.

혹시나 제가 쓴 글들이 인생의 작은 변화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아주 작지만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 드릴 수 있다면, 혹은 대리만족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결정에 경보등이나 멈춤 신호가 된다 하여도 그 또한 보람이라 믿습니다.--- 「프롤로그, 나이 마흔 다섯 얼마 전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 나에게 돌아가는 것
-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이 일에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가장 빠른 길은 지금의 나를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는 항상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시작이 아니라 끝맺음이었지요. 인생 1막의 커튼을 내릴 수 있는 용기. 가진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 불확실한 앞날을 맞이할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40대 중반을 흔히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표현하지요. 반이라는 말에는 참으로 중의적(重義的)인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균등하다는 의미이지만 표현하기에 따라 ‘반이나 남았다’와 ‘반도 안 남았다’는 상당히 다른 뜻을 가지게 되지요. 시간적인 의미로 사용한다면 보다 정확히 알게 됩니다. 반환점을 돈 대한민국 남자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 갑니다. 남은 시간이 반도 안 남았기에 더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고 보다 큰 혼돈 속에서 살아갈 테지요.
용기가 절실한 저에게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40대 중반이란 인생의 절반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렸습니다.

(중략)

천천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용기’도 실었고 ‘실천’도 꾸준히 챙겼습니다. 저의 두 번째 질풍노도는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第1章 용기와 실천을 믿는 두 번째 질풍노도」

인연이라는 것은 늘 그런 것 같습니다. 잡고 싶으면 홀연히 사라지고, 예기치 못한 순간 느닷없이 다가오기도 하고.
저와 나카무라 조리학교와의 첫 인연이 그러했습니다.
어느 날, 알고 지내는 후배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뜬금없이 토요일 아침 논현역에서 만나자는 것이었죠.
“형님, 시간 넉넉히 잡고 나오세요, 재미있는 자리입니다.”
평소 음식 공부를 위해 유학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저를 오래 지켜본 녀석이지요. 그렇게 후배와 함께 찾아간 곳이 나카무라 아카데미였고 그날은 정식 개교행사에 앞선 시연회였습니다. 5년간 일본 유학 경험이 있는 후배는 나카무라 아카데미의 한국 론칭 프로젝트를 돕고 있다고 합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커다란 통유리의 넓은 강의실에서 훗날 저의 첫 번째 스승님이 될 야마가타 료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현란한 조리용 칼의 춤사위, 한국인 스태프의 생동감 있는 통역, 앙증맞은 그릇에 담긴 그림 같은 요리들. 마치 마술쇼를 처음 구경하는 어린 영혼처럼 무방비로 빠져들어 갔지요. 강의가 끝나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저는 학교의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을 기웃거렸습니다. 상당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에 결정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특히 발목을 잡는 것은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평일 오전에 수업이 진행되기에 학교와 회사 일을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하였지요. 당장은 무리지만 2기, 3기 때에는 반드시 등록하리라 다짐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대해준 후배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아쉬움 속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시간쯤 흘렀을까요? 다시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날 저녁에 나카무라 아카데미의 회식이 있는데 20명 정도 입장할 수 있는 좋은 식당 좀 소개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고 있는 몇 군데 중 조건이 맞는 곳을 예약하고 후배에게 알려 주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한 후배가 덧붙인 또 하나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선배도 시간 되면 같이 식사하자는데?”
그날 그렇게 나카무라 테츠 교장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며 주고받은 몇 잔의 건배가 앞으로 서로를 이렇게 엮어 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회식이 끝날 무렵 교장 선생님의 일침.
“유 머스트 컴투 스쿨 라잇 나우!”
그리고 며칠, 평생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주제의 깊은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앞으로 수업 시작까지는 불과 10여 일.--- 「第2章 나카무라 조리학교 입학기」

“서 상, 일이 많이 힘들 거야. 특히나 그 나이에 주방의 막내라는 것, 이런 일을 처음 한다는 것?????? 다 마음에 걸리네. 하지만 서 상의 나이, 서 상의 일본어 실력을 고려했을 때 들어가자마자 칼을 잡을 수 있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네.”
평소 말수 적으신 선생님께서는 그날만큼은 여러 당부의 말씀을 하셨는데 일본어를 확실하게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그때에는 다행이라 생각하였지요. 아마도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는 심정으로 이런저런 걱정을 풀어놓으셨을 테지요. 선생님의 말씀에 이어 저의 인사말은 명료했습니다.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본어를 최대한 동원해서 안심을 시켜드리고자 했지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괜찮습니다.”

쿠레무츠의 근무 조건은 주 4회가 기본으로 약 2주 전 근무 시프트가 결정됩니다. 예약 상황을 보고 사전 면담을 통해 시프트를 작성하는데, 때로는 주 3~4회, 간혹 5회 출근도 하게 되지요. 출근 시간은 6시. 그러나 퇴근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보통 11시에서 12시 정도에 퇴근하였지만 연말에는 1시를 넘기는 날들도 많았지요. 급여 아니 아르바이트비는 시간당 750엔, 하지만 처음 석 달간은 연수 기간이라 700엔을 받았습니다. 가끔 자정을 넘기는 날이면 몸도 무겁고 허리도 아프고, 다음 날 등교와 끝내지 못한 숙제 등을 생각하며 마지막 한 시간의 청소 시간은 700엔 안 받더라도 퇴근을 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상상을 하곤 했었지요.

(중략)

옷을 갈아입고 조리모를 쓰고, 명찰을 달고, 앞치마까지 두른 후 거울에 비춰봅니다. 마지막으로 주머니 점검을 해야죠. 핸드폰은 휴대 금지, 메모용 수첩과 볼펜은 필수 지참.
자! 주방으로 들어가 볼까요?--- 「第3章 첫 출근하다, 쿠레무츠 Part 1」

예약이 많은 날 인터미션 시간에는 테이블 정리까지 맡아야 하는 날도 있었지요. 일본의 전통 주택을 그대로 사용하는 쿠레무츠의 좁은 계단을 커다란 쟁반 가득 빈 그릇을 담고 내려오려면 중국 기예단의 내공이 조금은 필요하지요. 그렇게 테이블 정리, 설거지, 그릇 정리를 하다 보면 다시 2부의 시작입니다. 공연 내용은 1부와 차이가 없습니다. 1부 때보다 마음은 조금 여유롭지요. 제가 맡은 굽는 요리와 튀기는 요리는 매뉴얼 대로 온도와 시간만 맞추면 된답니다. 조리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개수를 확인하는 것이지요. 30개를 튀겨야 하는데 튀김기에서 꺼내보니 29개였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난감하더군요. 일본 튀김기는 튀김 30개당 한 개씩 먹어 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쿠레무츠의 조리장은 젓가락이나 집게보다 사람의 손이 가장 정확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손으로 할 수 있다면 가능한 손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방침으로 삼고 있지요. 튀긴 음식이나 구운 생선살 또는 고기들도 손으로 집어서 접시에 담는데, 위생의 문제를 떠나 정확하고 빠르게 담을 수 있다는 이유가 큽니다. 뜨거운 것을 제법 잘 참는 편입니다만 바로 구운 고기를 자르는 거나 데리야끼 소스 등이 얹혀진 생선살 등은 차원이 다르지요. 한창 바쁠 때 30여 조각의 양념구이 생선 토막들을 뜨거워 어쩔 줄 모르는 저를 보고 우리의 주방장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요. 서두르지 않고 뭐 하는 거냐며 호통을 치더니 본인이 직접 손으로 담습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더군요. 아마도 흉보는 소리였겠지요. 그날이 가장 힘들었던 날 같아요.
그날 가게가 거의 끝날 무렵, 가게의 간판을 거둬들이러 6시간 만에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여느 때 같다면 깊이 숨을 들이켜며 상쾌함을 만끽했을 테지만, 그날은 평소와 다른 기분이었습니다.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마도 저도 모르게 속이 상했던가 봅니다. 100m 밖 골목 입구의 간판을 붙잡고 마음을 다독여봅니다.
“지금 이 나이에 오길 잘했어! 더 늦게 왔다면 몸이 힘들어서 견디지 못했을 거고, 좀더 일찍 왔다면 오늘 같은 날 눈물이라도 흘려 모양 빠질 뻔했잖아??????.”--- 「第3章 주방은 전쟁이다 ? 일본의 송년모임, 쿠레무츠 Part」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 중 하나는 야타이(屋台)입니다. 포장마차라고 할 수 있지요. 예전에는 어느 도시에나 찾아 볼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사라졌고 오직 후쿠오카에서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후쿠오카의 유명한 유흥가 나카스 지역에 강변을 따라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야타이 대열을 보고 있자면 술 한잔의 유혹을 참기는 어렵지요.

(중략)

이제는 한국에서 만들기 어려워진 포장마차의 추억을 후쿠오카의 야타이에서 찾고 있는 저의 모습을 종종 발견하였답니다. 12시가 넘은 퇴근길 라멘에 소주 한잔을 청하러 가기도 하고, 때론 술 한잔에 용기를 얻어 옆 사람과 건배를 하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인 지인 중 몇 사람은 후쿠오카의 야타이에서 인연을 시작하였지요.
제가 즐겨 찾는 야타이는 텐진(天神)의 키타로우(鬼多?)와 케고(警固)의 케이지(けいじ)입니다. 두 곳 모두 라멘을 기본으로 하고 키타로우는 오뎅이 맛있고 케이지는 차한(볶음밥)이 별나게 맛나는 곳이지요. 하지만 제가 이 두 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사람냄새 때문입니다.
키타로우의 경우에는 중심가인 텐진에 위치하고 있어 초저녁부터 관광객들이나 퇴근길 직장인들로 붐비는 곳입니다만 제가 이곳을 찾는 시간은 보통 새벽 1시경입니다. 1시가 넘어가면 일반인 손님들 사이에 인근 음식점 사장님들이 매일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지요. 고우도(五島) 고등어가 유명한 야쿠인의 교라쿠(亨樂) 사장님도 이곳에서 처음 만났고, 덴뿌라가 유명한 나카스의 야타이 잇페이(一平)의 주인도 야타이 인연이지요. 키타로우의 맥주가 별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주가 특별히 맛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많은 음식점 종사자들이 퇴근길 마무리 한잔을 하러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일본 음식을 배우러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기꺼이 저를 동지로 받아 주었습니다. 맥주 한 병을 건네주는 동지도 있었고, 자신의 가게에 놀러 오라는 동지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교라쿠의 사장님은 늦은 시간까지 몇 번의 전투(술자리) 이후 자신의 가게 주방을 공개하여 주었습니다. 그곳만의 특제 소스 레시피도 알려주셨지요. 잇페이 사장님은 말수가 적으신 분이지요. 항상 조용히 혼자 오셔서 맥주 한 병을 비우시고 조용히 사라지는 스타일이랄까. 하지만 튀김이 어렵다는 저의 말에 조용히 한 말씀 하십니다. “쉬는 날 내 가게 한번 놀러 와!” 그리하여 또 저의 튀김은 야타이 잇페이의 정신을 계승하게 되었답니다.

(중략)

야타이는 참으로 재미있는 곳입니다. 그곳을 통해 새롭게 배운 일본어가 있습니다.

‘아니키(兄貴)’
형을 뜻하는 아니상의 높임말이지요. 사전적 의미는 단순히 높임말이라 나와 있지만 제가 피부로 느꼈던 아니키는 존경함과 친근함이 같이 섞여 있는 따뜻한 단어였습니다. 후쿠오카의 야타이를 통해 저는 교라쿠 사장님을 ‘아니키’라 부를 수 있게 되었고, 잘생긴 케이지의 보조 주방장 역시 저를 ‘아니키’라 부르지요.
참으로 사람냄새 제대로 나는 호칭이지요.---「第3章 후쿠오카의 명물 야타이」

귀국하는 날이 잡혔습니다.
1년 연수라는 본래 계획보다 약 보름 정도 일찍 돌아왔습니다. 특별히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가 아니라 연수를 하던 ‘시라츠구’의 가게 이전과 그에 따른 내부 공사로 인하여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 보름 동안 마음속으로만 그려왔던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언제 다시 그런 기회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데 조금 무리를 하고 약간은 대책 없는 철부지 흉내를 내어서 일단 떠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넉넉하지 못했던 통장 잔고도 실천을 막는데 한몫했지요.
수중에 남아 있는 돈으로 하고 싶은 위시 리스트에서 여행이 뒤로 계속 밀리는 형국이었지요. 여행도 가고 싶었지만 그릇도 사고 싶고 조리용 칼도 사고 싶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들르고 싶은 음식점, 먹고 싶은 음식, 마시고 싶은 술들이 끊임없이 넘쳐 났기 때문이지요.
출국 열흘 전부터 주변을 조금씩 정리하였습니다. 지인들과 작은 송별식들을 몇 차례 하고 출발 하루 전 큰 짐들을 배편으로 보낸 뒤, 호텔방에 투숙을 하였습니다. 잠을 청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밤이었습니다.
다음 날.
공항에서 보딩 패스를 받으니 비로소 실감나더군요. 공항까지 배웅 나온 쿠마 상, 겐짱 그리고 일본어 학교 담임 선생님을 뒤로 남겨 놓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비행 동안 지난 1년간의 일본 생활을 길게 풀어서 흑백 영상으로 다시 한번 돌려 보았지요.
“왜 이곳에 왔었는가?”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얻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엉킨 실타래 같은 묵은 과제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렵지 않게 퍼즐을 풀었습니다. 조각을 다시 맞추어 보니 제 눈에 보여지는 그림은 지난 1년의 후쿠오카 이야기도 아니고 몇 년 전에 시작한 일본 요리의 그림도 아니었지요. 오래전 아마도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신고식을 하던 지난 20여 년 전부터의 이야기가 담긴 먼지 나는 그림 퍼즐이었습니다. 다 맞춘 퍼즐 속에는 색이 희미한 부분과 선명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가 색이 변한 논리적인 그림이 아니라 남의 인생을 흉내 내고 부러워했던 부끄러운 시간들의 이야기들은 색이 희미해져 있고 스스로를 단련시키기 위해 노력한 순간들은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지난 시간들의 성적표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런 퍼즐을 생각하는 것도 놀랍지만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 20년 뒤 비슷한 퍼즐 놀이를 또 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닐까요?
지금 비행기에서 내려서 시작되는 나의 두 번째 인생. 이 순간부터 20년. 그리고 20년 뒤에 만날 나의 새로운 퍼즐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채색되어 있을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第3章 돌아오는 비행기」

가게의 장소를 정한 후 임대 계약도 마쳤으며 인테리어와 주방 설비도 가닥이 잡혔고 기타 기물 준비로 꽤나 바쁜 시간을 보낸 것이 2012년의 봄이었습니다. 밤새 새로운 메뉴 구상도 하고 판매 전략을 세우며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몸이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 시기였지요. 그토록 원했던 가게의 오픈이 눈앞에 있으니 피곤함이나 수면 부족 등은 새 출발의 기대와 희망에 눌려 수면으로 올라올 차례가 아니었지요.
하지만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마음속에 잠재하던 불편함이 있었으니 바로 새 출발에 대한 아버지와의 갈등이었습니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컸고 허락을 받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포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 일단 시작하고 열심히 한 후 인정을 받자고 마음 정리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은 계속 무거운 상태였지요.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나의 마음은 불편한 것인가?’
‘아버지는 왜 나를 당신의 세상에 가두어 두려 하시는가?’
‘아버지가 나를 믿으면 어려운 문제가 아닌데! 걱정과 질책 대신 응원을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수많은 아쉬움과 원망 섞인 혼잣말의 시간이 많아졌지요.

(중략)

그날이 있었기에 오늘의 ‘하카타 셉템버’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가게를 오픈한 이후 줄곧 아버님은 식사를 하러 가게를 찾으십니다. 처음에는 어머님과 동생을 앞장세워 오셨고 친구분을 모시고 오시는 날도 있고 중요한 식사약속은 가능하면 이곳으로 장소를 정하십니다. 자식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실 테지만, 이젠 제법 식사를 즐기시고 동행한 분들에게 간단한 음식 설명도 하시는 듯하더군요. 물론 아직도 저에게는 “잘 먹었다” 외에 특별한 말씀을 안 하시지만요.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그때 아버님께서 끝까지 반대하셨다면 나는 모든 계획을 포기했을 것인가?
뒤이어 ‘허락해 주실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해주시지, 마지막 허락하는 순간이라도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희망 사항까지도??????.
그리고 곧 스스로에게 이야기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거야, 생기지도 않은 일을 고민하거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지 라고.
“나에겐 하카타 셉템버가 있고 오늘도 일할 수가 있잖아!”
카르페디엠!
지콘(而今)!
* 카르페디엠, 지콘은 모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라(즐겨라)’라는 뜻입니다. (SEIZE THE DAY)--- 「第5章 아버지 그리고 화해」

하카타 셉템버가 문을 열고 첫 달을 무사히 넘겼습니다. 아쉬움도 있고 작은 실수도 벌어졌지만 평점 B의 무난한 출발이라고나 할까요? 가게의 영업적인 성적표는 목표와 많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만 식사를 끝낸 손님들의 평가도 좋고 다시 방문하는 손님들도 늘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물론 첫 달에는 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오픈 파티에 참석한 친구에게 소식을 들은 동창들, 와인 동호회 지인들, 나카무라 아카데미 동기들, 사케 공부방 친구들이 빠지지 않고 찾아 주었지요. 그리고 가장 확실한 후원자는 역시 아버님이셨습니다. 처음 한 달 동안 매주 빠지지 않고 동반자의 구성을 달리하시며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찾아 주셨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일본인 친구들도 빠트리면 안 될 중요한 첫 달 손님들이었습니다. 나의 베프 ‘쿠마’는 회사의 출장을 조정하며 오픈 파티에 참석하였고 공연 일정이 잡혀 있었던 ‘키요시 상’은 본인을 대신하여 부인을 축하 사절(?)로 보냈지요. 후쿠오카의 술친구인 파파, 마마, 세짱, 겐짱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한달 동안에는 거의 매주 후쿠오카 친구들의 축하 방문이 줄을 이었습니다. 나카무라 조리 학교 이사장님도 저의 은사님이신 ‘카와시마 선생님’과 ‘야먀가타 선생님’을 대동하시고 후쿠오카에서 찾아 주셨지요. 후쿠오카의 사케 거래처인 ‘스미요시 주판(酒販)’의 ‘쇼지마 상’ 역시 술 한 병 들고 날아왔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한 달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이벤트는 ‘우케구치 상’의 깜짝 방문이었지요. 사실 그녀는 저의 친구나 은사님 또는 거래처 지인이 아닙니다. 후쿠오카에서 셔츠 전문 의류업을 하시는 50대 초반의 여성 CEO이신데 제가 연수하였던 ‘시라츠구’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연수 후반기 카운터에 나와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저에게 말을 건네시던 몇 안 되는 손님들 중 한 분이셨지요. 가끔 한국에 원단 구입 건으로 출장을 가니 제가 가게를 열면 꼭 한 번 들르겠노라고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한국 출장이 정해지자 방문 첫날 저녁에 예약도 없이 가게를 혼자 찾아 주셨지요. 어떻게 개업 소식을 들었는지, 어떻게 가게 위치를 알았는지 모든 것이 신기했지요. 설명인즉 ‘시라츠구 상’에게 ‘하카타 셉템버’라는 가게 이름과 5월 오픈 소식을 들었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위치를 확인했다는 겁니다. 우케구치 상은 출장 3박 4일 동안 매일 저녁 찾아 주셨지요. 권해 드리는 식사나 안주마다 듣기 좋은 칭찬을 빠트리지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시라츠구보다 맛있네”라는 거짓말도 기꺼이 해주셨지요. 그런 그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온도로 사케를 데우는 것뿐이었습니다.

(중략)

제법 바쁜 점심시간에 주방에서 나와 보니 어린 손님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었지요. 제가 “오늘도 혼자예요?”하고 물으니 “네” 웃으며 답하더군요. 식사 계산을 마친 그녀는 또 한 번 멋진 웃음을 보여주며 저에게 작은 쇼핑백을 건넵니다. “전에 외국 여행 갔을 때 사 온 건데요, 셰프님 쓰세요!” 제대로 인사도 하기 전 총총걸음으로 뒷모습만 보여주고 사라집니다. 점심 영업을 마치고 가게 식구들과 같이 어린 손님이 전해준 선물 봉투를 열어 보았습니다. ‘말린 포투치니 버섯’, ‘송로버섯 페이스트’, ‘송로버섯 오일’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든 듯한 그림 편지가 함께 들어있습니다.
- 매실 맛있었어요. 토란도요. 꿈같은 식당이에요. 보는 것만도 행복해지는 곳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 가난할 예정이라 자주는 못 갈 테지만, 오래오래 있어주세요.
시작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이럴 땐 저도 춤을 추고 싶어진답니다.
--- 「第5章 단골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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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에 진정성이 묻어나는 것은 그가 성공한 인생사를 담담하게 풀어내서가 아니다. 누군가는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이유로 끝내 주저앉기도 하는 불혹의 인생길에서 그가 놓친 것을 되찾고 채워나가는 과정이 진실 되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그가 전력을 다해 살아낸 이야기 속에는 몸소 체험한 일본의 음식문화도 담겨 있다. 일본 음식의 기본기부터 레시피도 엿볼 수 있고, 그가 만난 장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치열한 혹은 진중한 주방의 감춰진 뒷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다. 마흔이 아픈 이유는 더 이상 젊지 않다는 데 있지만, 그를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책으로 마주한 그가 이야기한다. 인생의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힘든 나이지만, 인생의 즐거움을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니냐고.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신민주 ( <행복이가득한집> 음식문화팀 수석기자)
‘시라츠구’에서 서영민 셰프를 만나던 날이 생각난다. 10년지기 일본인 친구는 나를 위해 ‘후쿠오카에서 교요리를 가장 잘하는 곳’을 예약했다. 그곳에서 만난 서 셰프는 각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에 대해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뒤늦게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수줍게 이야기하던 그의 말에는 ‘열정’이 숨어있었다.
일본의 스시 장인을 다룬 ‘지로의 꿈’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85세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뛰며 매일 실력 향상에 매진한다는 장인이 자신의 가게를 연 것이 40세 때였다. 지금 마흔을 훌쩍 넘긴 서 셰프가 자신의 가게를 열고, 책을 냈다. 이 책에 그는 자신의 요리 사랑과 내일의 더 나은 ‘요리인 서영민’을 위한 다짐을 담았다. 다음에 ‘하카타 셉템버’의문을 열 때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오금아 (부산일보 기자)
서영민은 지난 2009년 9월(September)에 나카무라 아카데미 일본 요리 전문 코스의 1기생으로 입학했다. 그는 졸업 후 연수를 위해 후쿠오카로 향했고 그곳 일본요리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나카무라 아카데미 재학 당시 수학 여행에서나 이후 후쿠오카의 연수 때에도, 그와 종종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주고 받곤 했다. 항상 미래를 설계하는 눈이 빛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귀국 후에는 서울에 ‘하카타 셉템버’를 개점하였고, 놀랄 만큼 훌륭한 일본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간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담아 이번에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을, 정말로 기쁘게 생각하며 그의 식당과 책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나카무라 테츠 (中村 哲, 나카무라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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