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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앞의 삶

내 몸 앞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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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21쪽 | 254g | 128*190*20mm
ISBN13 9788932023779
ISBN10 8932023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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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돈이 드나요? 신지가 결혼식 올리고 신접살림 차리는 데?” 그녀의 삶에 불청객으로 불쑥 끼어들었다는 죄책감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떠듬거렸다. 그녀로부터 ‘그건 저그나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라는 핀잔을 들어도 싸다고 생각을 하면서.
“얼마 안 들어. 유리야 가난하잖아? 신랑댁도 우리보다야 낫디만 부자는 아니고. 기래서 결혼식은 검소하게 올리기로 합의했디.” 그녀가 싱긋 웃었다.
“아, 기리 되었시요? 마음이 좀 놓이네요. 기래도, 누님, 딸자식 여의려면, 돈이 안 들 수 없는데, 내레 가딘 것이 하나도 없어서, 누님하고 신지 볼 낯이 없습네다.” 나는 고래를 숙였다. 문득 서러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여 치밀어 올라왔다.--- p.65「제5장 다리 아래로 흘러간 세월」

“네. 의사들이 논쟁하는 것을 보문, 재미있습네다. 여기 무슨 사고로 몸이 둘로 절단된 사람이 있습네다. 뇌하고 나머지 몸으로 분리되었디요. 의사들이 급히 생명 보존 장치 속에 두 부분을 따로 넣었습네다. 그래서 사이보그가 둘 생겨났습네다. 인공 몸속에 사람의 뇌가 들어간 사이보그하고 사람 몸에 인공두뇌가 들어간 사이보그하고. 윤 선생님, 어느 쪽이 원래의 사람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십네까?”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역시 사람 뇌를 가진 쪽이 원래의 사람을 대표하는 것 같습네다.”
“그러문 그 두 사이보그들이 인간 배우자를 만나서 같이 살게 되었다고 상상해봅세다. 여자든 남자든 같습네다. 사람 뇌를 가진 사이보그는 아이를 낳을 수 없습니다. 사람 몸을 가진 사이보그는 아이를 낳을 수 있디요. 세월이 지나문, 그 사람은 자식, 손주, 증손주로 대가 이어질 것입네다. 뇌가 없는 사이보그를 통해서 자식들이 나왔다는 사실은 전혀 영향을 미치디 않디요. 이것은 물론 극단적인 경우디만, 논쟁의 본질을 잘 드러내디요.”--- p.145 「제10장 내 몸과의 마지막 향연」

이제 나는 혼자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것이었다. 삼십사 년 전에 아내를 떠났다가 막 돌아온 리진호라는 사내의 역할을 너무 오래 한 것이었다. 그냥 여기를 나가서 사라져? 어쩌면 그것이 가장 나은 길일지도 몰랐지만, 나는 그것을 떠올리면서도 그것이 내게 열린 길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 p.213 「제17장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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