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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삼총사

철인3종 삼총사

청소년 걸작선-2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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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00g | 140*215*30mm
ISBN13 978898394733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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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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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백수정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츠루문과대학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일본근대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일본 책을 소개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why+』『꿈』『노래하는 새』『조그만 임금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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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즈키와 공주가 사귄다는 사실을 학교에 떠도는 소문으로 알았다. 처음 그 소문을 들었을 때는 충격을 받아 한동안 멍해졌다. 그리고 멍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내가 미즈키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말이 있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 같은 그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미즈키와는 어릴 때부터 항상 함께 있어서, 너무 가까워서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했던 거야.’
그런 핑계를 혼자 몇 번이고 되뇌면서 슬픔과 억울함에 얼마나 오랫동안 바보처럼 울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둘이 사귀기 시작했을 때가 내가 축구부를 그만둔 시기와 거의 일치했기 때문에 나는 더욱 어둠 속에 홀로 내던져진 듯한 고독을 느꼈다. ‘미즈키를 뺏어갔겠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원한을 혼자 품고 멀리서 공주를 노려보기도 했다.
2학년이 되어 우가진 때문에 공주와 같은 수영부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공주와 웃으며 이야기해본 적이 없다. --- p.67

“왜 우리가 그 철인3종경기에 나가야 하는데요?”
음매지로가 울먹이며 물었다. 그러자 우가진이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너희들, 우리 학교가 내년에 없어진다는 건 알고 있지?”
“예.”
우리가 대답하자 우가진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갑자기 우렁찬 연설 투로 말을 이었다.
“미사토무라는 없어진다. 미사토 중학교도 없어진다. 이보다 슬픈 일이 어디 있겠냐. 적어도 미사토 중학교라는 이름은 남겨야 하지 않겠냐? 그렇지? 그래서 선생님은 생각했다. 영광스러운 제1회 사쿠라하마 주니어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하자고. 그렇게 미사토 중학교의 이름을 역사에 남기는 거다.”
미사토 중학교라는 이름을 남긴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다. 나는 얼굴을 확 들었다. 흥미롭게 이쪽을 바라보는 호시무라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제야 모든 일이 이해가 갔다.
얼마 전 호시무라 선생님은 종례 시간에 미사토 중학교의 이름이라도 남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분명 같은 말을 우가진에게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가진은 호시무라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철인3종경기에 출전한다는 생각을 해냈을 것이다. 틀림없다. 미사토 중학교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어느 선생님과 학생들. 그런 모습을 호시무라 선생님에게 보이고 싶어서 세운 계획이 확실하다.
“이게 신청서고 이게 서약서다. 그리고 여기 경기에 대한 개요가 쓰여 있으니 너희 세 명 모두 잘 읽어두도록.”
“선생님, 잠깐만요.”
음매지로가 곤혹스러워하며 손을 들었다.
“왜?”
“……전 수영 못하잖아요.” --- pp.84-85

“거기 있는 여자애.”
가쿠라이가 미즈키를 가리켰다.
“나?”
눈이 동그래진 미즈키를 가쿠라이가 힐끔힐끔 보며 말했다.
“만약 사쿠라하마 철인3종 대회에서 우리가 이기면 그 여자애랑 데이트하게 해줘. 하루에 한 명씩.”
공주의 어깨가 떨렸다. “닥쳐!” 하고 공주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 미즈키가 대답했다.
“좋아.”
“미즈키, 잠깐.”
내가 황급히 말렸지만 미즈키는 태연하게 말했다.
“이쪽이 이기면 되잖아. 유타는 자신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우물거리는 사이 공주가 낮게 중얼거렸다.
“이길 거야. 반드시 이기겠어.”
음매지로가 끄덕이며 배달용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그럼 결정된 거다.”
가쿠라이의 말에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일러두겠어.”
가쿠라이가 우리를 차례로 보면서 입을 열었다.
“대회까지 앞으로 한 달 조금 더 남았다. 하지만 너희들 미사토 중학교 팀은 실력이 너무 형편없어. 더 연습하지 않으면 겨루는 우리도 재미없잖아. 특히 하세가와 유타.”
가쿠라이가 내 이름을 부르며 노려보았다.
“왜?”
“난 달리기 구간을 맡겠어. 그러니 달리기 연습을 더 많이 해두는 게 좋을 거야. 기대하고 있겠어. 초등학생 시절의 하세가와 유타를 알고 있는 나로선 오늘 정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가 발톱에 낀 때 정도로밖에 안 보여서 말이야.”
부글부글 분노가 끓어올라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부들부들 떨렸다.
오늘 받은 모욕은 달리기에서 반드시 배로 갚아줄 테다. 앞으로 한 달,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달라질 것이다. 두고 봐라. 반드시 뜨거운 맛을 보여줄 테니까. --- pp.162-163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공주의 집안 사정이 그렇게 복잡한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음매지로가 공주의 집안 사정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고 있어서 또 한 번 놀랐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텔레비전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본 게 전부다. 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고 할까, 잘 못한다고 할까.
하지만 아버지가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은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발생하는 증상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음매지로가 말했다.
“아키토가 불안하거나 무서워서 미즈키를 안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런 아버지와 같이 산다고 생각해봐.”
방 안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그런 생활은 얼마나 어둡고 고독할까. 내가 그런 처지라면 나 역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아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미즈키한테 매달렸을지 모른다.
공주가 했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겨우 이해되었다. 쓰라린 고통과 함께 공주의 말이 생생히 귓가에 되살아났다.
“넌, 절대로 내 슬픔을 모를 거야.”
공주는 아버지 문제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불안감 때문에 미즈키를 원하게 된다. 하지만 미즈키한테 거부당하고 견딜 수 없는 고독 속으로 떨어졌다. 이 얼마나 뿌리 깊은 슬픔인가.
확실히 나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토록 슬픈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무력감에 사로잡혀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 pp.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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