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라는 직업은 알면 알수록 참 매력적이다. 단순히 환자들과 동료 의료진들에게 더 많은 존중을 받아서, 혹은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던 연봉을 받아서가 아니다. NP라는 직업은 내가 늘 목말랐던 간호사, 의료인으로서의 ‘성취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시키고 또 그 기회를 열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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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는 환자들이 있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만큼, 그 역할과 전공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내가 막 졸업해서 선택했던(그 당시 내 길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 일이 내가 원하는 분야가 아니라면, 혹은 이제 일이 익숙해져서 또 다른 것을 배우고 경험해보고 싶다면, 언제든 그 도전이 가능하다. NP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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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게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환자들의 건강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환자와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와 존중을 받고, 나 스스로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할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내가 간호사의 길을 선택하고 걸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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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가 나의 역할과 소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때야 비로소 불특정 타인의 시선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남들보다 조금 늦게 깨우쳤다. 하지만 한국의 똑똑한 많은 간호사들은 그런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간호사로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더 큰 꿈을 품고, 나아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도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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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간호사는 처방이 내려지는 대로 약을 주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간호사의 진짜 매력은 사람의 오류를 잡아내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약은 로봇이 주지 않고 간호사가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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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이상으로 예민함을 표현하는 선배 간호사들도 있다. 많은 경우 본인의 정신적 체력적 소진이 ‘태움’이라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사실은 ‘태우는 간호사'들을 불쌍히 여겨야 한다. 본인이 불행하다는 표현이니까. 이 힘듦은 복합적인 것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불만족스럽거나,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아니면 직장동료간 성격이 맞지 않거나. 어떠한 경우든, 간호사들이 불합리한 것에 맞서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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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아야 마땅한 간호사가 환자와 보호자들, 그리고 다른 의료진들에게 홀대를 받는 현실에 속도 상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홀대를 받더라도 ‘간호사는 서비스직의 일종이니 참아라’는 식의 대응이 더 속상했다. 앞으로 20년, 30년 해야 할 일, 이왕이면 성취감을 느끼며 하고 싶었고, 매일 출근길이 괴롭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대학 동기가 미국 간호사가 되기 위해 미국에 간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했다. ‘그래, 같은 일인데, 미국에 가서 해보자. 존경도 받고 돈도 더 받고, 한번 해보고 한국에 돌아와 바꿔보자.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니, 간호사에 대한 인식도 발맞춰 언젠가는 바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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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간호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바로 임상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된 졸업생은 몇 명이나 될까? 내가 경험한 대학원 NP 프로그램은 한국에서의 경험과 조금 달랐다. 졸업하면 실전에 바로 투입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공부와 트레이닝을 시켰다. 학기를 거칠수록 ‘내가 NP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줄어들었다. NP로서 알아야 할 지식뿐 아니라, 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보험을 청구를 하려면 갖춰야 할 항목은 무엇인지, NP로서 알아야 할 의료 정책 외에도 NP 면허 등록 서류, 처방권 신청, 의료 과오 보험 신청 등까지 세세히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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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지가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실습지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나도 실습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동시에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어서, 일자리 제의가 들어왔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새로운 곳에 취업을 했다. 이렇게 실습을 하면서 자기가 일하고 싶은 분야가 어떤 곳인지, 잘하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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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에는 한국어가 가능한 학생을 원하는 병원이 많았기 때문에, 실습의 50%는 한인병원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실습하는 곳에서 졸업 후 취업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이는 실습하며 자연스럽게 트레이닝이 되다 보니, 졸업 후 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실습했던 곳에서 취업제안이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나는 유학생이기에 영주권이나 취업비자를 지원해줄 고용주가 필요했는데, 이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고용주 입장에서는 장기계약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므로, 오히려 선호하는 면도 있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