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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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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661쪽 | 846g | 152*200*35mm
ISBN13 9788925547114
ISBN10 892554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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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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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은 달리면서 절단된 동생의 다리 부위를 꽉 움켜쥐었지만 한 손으로는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거침없이 쏟아지는 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멈추어 서서 동생을 땅바닥에 눕힌 다음 양손으로 절단 부위를 꽉 움켜쥐었다. 기차는 천천히 남매를 스치고 남쪽으로 굴러갔다. 이제 그들의 뒤로는 기차의 3분의 1만 남아 있었다.
“왜 멈췄어.” 지영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어.”
“아.”
얼굴의 핏기가 빠져나가며 지영은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를 찾으러 돌아올 거야?”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는 거지?”
준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돌아오지 않아도 돼.”
그녀는 온기가 남아 있는 지영의 손을 내려놓고 역시 온기가 남아 있는 동생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 나서 동생의 곁을 가능한 한 오래 지켰다. 하지만 마지막 객차가 스치고 지나갈 때, 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의 중심을 잡은 다음 오직 살아남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그의 불쌍한 아버지의 판단은 옳았다. 그는 전쟁에 나가서는 안 되었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오랫동안 어머니는 그날 밤에 아버지를 그렇게 남겨두고 혼자 술집을 나섰다는 이유로 심지어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어머니는 헥터에게 애정을 보여주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와 그때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서울이라는 도시에 공산주의자들이 기습 공격을 감행할 때까지의 잠잠했던 몇 년 동안이었다. 헥터는 또 다른 전쟁이 터지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처벌하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전쟁을 갈구했다. -본문 중에서

만약 북한이 동족인 남한을 침공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레밍턴 총기회사에 들어가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직접 무기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타자기나 계산기를 두드리든가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쟁만 터지지 않았더라면 그는 평범한 가정의 남편과 아빠가 되었을 것이고 일요일이면 친한 친구들과 야구를 즐겼을 것이다. (중략)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헥터는 충분히 넓고 어둡고 깊은 세상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흔히 말하는 돌연한 자각이 아니었다. 그는 장차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군인으로서 그는 자신을 구원자나 어떤 살인 기계가 아니라 전쟁터에 나간 무수한 병사들 중 하나로 바라보았다. -본문 중에서

부상을 당한 병사들의 얼굴에는 파리 떼가 새카맣게 달라붙었다. 파리들은 상처 부위와 그 주변을 완전히 뒤덮었다. 병사들은 험한 눈초리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무력감만 가득했다. 어떤 병사들의 몸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는데 피와 살, 그리고 외투와 셔츠는 이미 구분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많은 병사는 자기들의 몸이 구더기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벌벌 떨고 있었다. (중략) 부상을 입은 그의 동료들은 길을 막고 쓰러져 있는 그를 매정하게 걷어찼다. 나는 아직 숨이 남아서 헐떡거리고 있는 그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줄 수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어 여전히 팔딱거리고 있는 그의 머리를 덮어주었다. -본문 중에서

교회 건물의 형태는 평범하고 고전적으로 보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환한 곳에 있다가 어두컴컴한 곳으로 들어서서인지 처음 몇 초 동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여느 교회들처럼 고요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 숨이 멎어버렸는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어둠에 눈이 익었을 때, 실비의 어머니는 숨이 막히는 소리를 내지르며 갑자기 남편의 손을 붙잡았다. (중략) 실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하얀 대리석 제단과 평범한 나무 십자가를 올려다보고 다른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벽에 붙어 있는 특이하고 아름다운 장식물을 보자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마치 무대에 올라서서 음침한 오페라극장의 관객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새까만 눈알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경제적인 삶에서는 성공했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을 쏟지 못한 한국계 미국 교포 준. 죽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8년 전 유럽으로 떠난 아들 니콜라스의 소식을 남몰래 추적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그녀에게 과거는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전쟁 당시 가족들을 처참하게 잃고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 속에서 하루하루 공포심만 키워 나가던 열한 살의 준은 고아원 생활을 시작하며 미군 병사 헥터를 만난다. 준과 마찬가지로 전쟁과 가족에 대한 깊은 상처를 가진 헥터의 존재는 준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지만 고아원을 운영하는 선교사의 아내 실비와의 특별한 관계는 그들을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치닫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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