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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특가 EPUB
적루 2
eBook

적루 2

: 핏빛 신화

[ EPUB ]
진해림 | 가하 | 2013년 02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0 리뷰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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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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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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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9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4만자, 약 5.9만 단어, A4 약 115쪽?
ISBN13 978896647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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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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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진해림
인터넷 상에서는 류엘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역사로맨스 홍연, 창연, 흑루, 화인, 적루와 판타지 로맨스 카인의 연인, 마황의 연인을 출간한 작가.

둥지로 여기고 있는 로망띠끄와 줄리엣의 발코니 외에는 절대로 출몰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음.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에 근거하여 만들어낸 필명에 무한한 자부심을 품고 있으며 여덟 번째 소설 연풍(緣風)을 집필 중.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여느 때처럼 침상에 묶인 채 누워있던 시란은 가늘게 숨을 헐떡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세상천지가 연신 기우뚱거리며 그녀를 덮쳐왔다.
이른 새벽에 마지막으로 천휘에게 안겼을 적 기이할 만큼 어지럽다 싶었건만, 이렇듯 아플 징조였던 모양이었다.
‘목이…… 말라…….’
열사의 사막 한가운데에 알몸으로 내던져진 것 같았고, 숨을 쉴 때마다 텁텁한 열기가 폐부로 밀려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른 입술을 축여줄 물 한 잔이 간절했지만, 지금은 궁녀들이 찾아올 시각이 아니었다.
아니, 비록 황제의 명 때문에 침소에서 상당한 거리 이상 떨어져 있다 하지만 누군가 한 명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물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란은 바짝 마른 입술을 힘겹게 달싹였다.
“누구…… 없나요……? 잠시만, 나를…….”
몇 번이고 메마른 소리를 토해냈지만 듣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두 팔을 버둥거렸다.
차랑, 차라랑.
시란의 두 팔을 침상에 얽어매고 있던 쇠사슬이 묵직한 소음을 흘렸다. 몇 번이고 몸부림치던 시란은 결국 힘없이 축 늘어졌다.
“하아, 하아…….”
몸이 아픈데다 극심한 갈증까지 밀려든 탓일까. 말라버린 줄만 알았던 눈물이 치솟았고, 앙다문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울음소리마저 새어나오려 했다. 시란은 가까스로 흐느낌을 참으며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침소에 쳐져 있던 황제의 결계가 흔들리면서 자그마한 틈새가 생겼다. 진천휘, 그 사내라면 저렇듯 들어오지 않을 터인데 대체 누구인 것일까.
그녀가 힘겹게 눈을 뜬 순간,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음성이 스며들었다.
“시란, 거기 있어요? 시란!”
“연공주…… 마마……?”
그제야 창룡의 결계를 조금이나마 깨뜨릴 만한 힘을 지닌 것이 연공주뿐임을 상기한 시란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행여나 화유가 이곳에 온 것을 황제가 알게 된다면…… 제아무리 황족이라 한들 무사할 리 없었다.
그녀는 그 즉시 연공주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결계의 틈에 대뜸 제 머리부터 밀어 넣은 연공주는 그대로 침소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쿵……!
“아야…… 괜찮니, 백랑?”
야옹, 연공주의 품에서 고개를 쏙 내민 고양이, 백랑이 낮게 울어댔다. 눈에 띄게 배가 부른 애묘의 상태를 한 번 살핀 화유는 다급히 침상으로 달려왔다.
두터운 휘장을 젖힌 연공주는 가장 먼저 시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맙소사…… 괜찮아요, 시란?”
“물을…… 목이, 너무 말라요…….”
연공주는 재빨리 침상 옆에 놓여 있던 물잔을 시란의 입술에 대주었다.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물을 들이켜는 것을 지켜보던 화유는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
팔만 뻗으면 얼마든지 닿을 거리였건만, 시란이 그리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녀를 침상에 묶어놓다시피 한 쇠사슬 때문이었다. 게다가…….
연공주의 눈에 비친 것, 그것은 마지막으로 보았을 적보다 바짝 말라버린 시란의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자그맣던 여인의 몸은 사내가 남긴 붉은 생채기와 정사의 흔적들로 가득했다. 열에 들뜬 입술, 이전까지의 생기를 잃은 채 흐려진 흑요석빛 눈은 화유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운인이자 홍조의 혈족임을 떠나서 시란은 화유의 마음에 든 몇 되지 않는 자들 중 한 명이었다.
황족인 그녀 앞에서 일말의 가식도, 경계도 없이 담담하기만 한 여인, 그 누구도 어찌하지 못하는 황제 앞을 막아서서 창룡의 분노를 막아준 단 한 사람.
그녀에 대한 황제의 감정이 심상치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연공주는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시란에게 척을 두고 싶지 않았다.
설령 황후가 되어 와륜궁의 영빈들과 대적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녀만큼은 무던히 넘겨주고픈 것이 화유의 본심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란이 두 번째로 도망쳤다가 황제의 손에 붙잡혀온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이 단정한 여인은 진정으로 태무제를, 명륜 황실을 해하려는 뜻은 없었으리라. 그래서…… 황제가 우원궁에 든 틈을 타 남몰래 시란을 찾아온 것이었다.
연공주는 침상 위에 백랑을 내려놓았다. 냐아옹, 시란의 얼굴을 기억하는 고양이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그녀의 마른 팔에 제 몸을 비벼댔다.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그 교태 가득한 모습에, 시란은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여전히…… 귀엽군요.”
“시란 앞에서만 그런 거예요. 새끼 밴 어미면 무엇해요? 더 까탈스럽고 제멋대로가 되는 걸요. 마치 우리 오라버니 폐하처럼요.”
연공주는 짐짓 퉁명스레 백랑의 등 언저리를 한 번 꼬집었다.
캬옹……!
잘 놀다가 난데없이 날벼락을 받은 고양이가 매서운 울음을 토해냈다.
제 고양이를 향해 입을 비죽거리던 것도 잠시, 화유는 가라앉은 음성을 흘려보냈다.
“예전에…… 시란이 고양이를 처음 보았다며 말할 때의 표정이 생각나서 데려온 거예요.”
“마마…….”
“오라버니 폐하께서 시란을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게 한다기에 대체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이래서야 선황제 폐하를 욕할 것도 없잖아요. 겉으로 멀쩡한 척할 뿐, 오라버니 폐하께서도 결국 똑같은 거니까요.”
연공주의 중얼거림은 차디찬 가시가 되어 시란의 심장 속에 박혀들었다. 제 처지가 사뭇 위태로움을 알면서도 예까지 찾아와준 화유는 결코 짐작조차 하지 못하리라.
천휘를 그리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시란, 그녀 자신이며…… 그녀 또한 그가 그렇듯, 서로를 마음껏 미워하지도 못한 채 아픈 가슴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을…….
나른한 숨을 내뱉는 백랑을 한 번 쳐다본 시란은 말을 돌렸다.
“어서…… 돌아가세요, 마마……. 폐하께서,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어쩌면, 지금쯤 오고 계실지도 모르고요…….”
시란이 도망쳤던 그 밤, 표정 없이 제 목을 조르던 천휘를 떠올린 화유는 어깨를 떨었다.
“그, 그래요. 한데 내가 해줄 만한 것이 더 없나요, 시란? 다른 건 필요하지 않고요?”
“괜찮아요……. 저는…….”
느릿느릿 입술을 달싹이던 시란의 고개가 푹 꺾였다. 화들짝 놀란 화유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 설마, 이대로 죽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도 시란의 맥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미미했지만, 아직 뛰고 있었다. 영온궁으로 돌아가는 즉시 황제궁에 기별을 넣어 태의(太醫)를 부르라 청해야 할 터.
연공주는 시란의 곁에서 얼쩡거리는 백랑의 꼬리를 잡아챘고, 다급히 문 쪽으로 향했다.
침소를 감싼 결계가 한순간 사라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와 동시에 낯익은 사내의 모습이 드러냈고, 화유는 경악 어린 숨결을 삼켰다.
“내 궁에 들짐승처럼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이 누구인가 했더니, 역시 너였나.”
“오, 오라버니 폐하…….”
천휘는 파들거리며 무릎을 꿇는 연공주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파지직……!
그의 손에 들려져 있던 창룡검에서 섬뜩한 기운이 번득였다.
“사내였다면 진즉 목을 베려했건만, 그나마 여아라 봐준 거였다. 그새 내 경고를 잊어버린 거냐, 진화유. 나는 내 명을 어긴 자는 같은 혈족이라 해도 용서치 않겠다고 했었다.”
“그, 그것이…….”
더듬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던 것도 잠시, 무언가를 결심한 듯 연공주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제가 오기 전까지 시란은 열이 펄펄 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버티고 있었사옵니다. 제아무리 오라버니 폐하께 죄 지었다 하나 여인을 상대로 너무 큰 벌을 내리시는 것이 아니시옵니까?”
황제는 죽은 듯이 늘어져 있는 시란을 무심히 훑었다. 두터운 휘장은 그녀와 침상 밖 세상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훀었지만, 창룡의 기를 품은 그의 시선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의식을 놓은 채 가늘게 몸을 떠는 시란을 보자, 새벽에 그녀를 품었을 적 유난히 몸이 뜨거웠던 것이 기억났다. 그러나 황제의 얼굴은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마치 생명이 깃들지 않은 사물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 그런 그를 올려다본 연공주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픈 사람이옵니다. 오라버니 폐하, 청컨대 태의를 부르도록 허락해주시옵소서. 설마, 이대로 죽게 하실 참이시옵니까?”
“그것도 괜찮겠군.”
“……!”
“달이 차고지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는 한, 만월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계속 돌아온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진화유.”
만월이 계속되는 한, 그녀 몸의 홍조의 피가 그대로인 이상 시란은 또다시 그에게서 도망치려 하리라.
그리고 그는…… 그때마다 그녀를 되찾아오며 이전보다 더더욱 미쳐갈 터. 그 꼴을 번복하느니, 차라리 이대로 그녀를 죽이고 그 또한 죽는 것은 어떠할까…….
천휘는 소리 없이 검을 빼들었다.
스릉……!
검집에서 빠져나온 창룡검의 검날이 눈부신 광채를 번득였다.
“살고 싶으면 조용히 네가 있던 기융성으로 꺼지라고 경고했었다, 진화유. 내 경고를 무시한 대가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 않나.”
“아…….”
천휘의 전신에서 풍겨 나온 혈향은 단번에 화유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부친인 성친왕이 선황제의 손에 죽은 이후, 수없이 생사의 위기를 넘나들었던 연공주였지만 눈앞의 황제처럼 미칠 듯한 살기를 뿜어내는 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죽음의 공포에 잠식된 화유가 뒷걸음질 친 순간, 창룡검이 무심히 허공을 가로질렀다.
갑작스레 누군가 연공주의 허리를 잡아채어 덥석 끌어당긴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아슬아슬하게 화유의 얼굴을 스친 창룡검은 두터운 침소 바닥을 뚫고 깊숙이 박혀들었다.
콰직……!
바닥에서 피어오른 먼지가 흩어지는 사이, 낯익은 사내의 음성이 흘러들었다.
“감히 아뢰옵지만 적당히 좀 하십쇼, 폐하. 일개 계집을 상대로 모양새 떨어지게 창룡검씩이나 휘두르시다니, 쇠칼로 닭 잡을 참이십니까? 거, 폐하의 애검이 아니라 황실의 가보인 것으로 기억하옵니다만…….”
“닥치고 그만 비켜라, 광운. 물러서지 않으면 함께 베어버리겠다.”
싸늘한 음성을 흘려보낸 황제는 바닥에 박혀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제야 자신을 품에 안은 것이 상장군임을 깨달은 화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항시 황제의 곁에 있는 몸이니 시기적절하게 달려온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 사내는 어찌하여 그녀를 감싼 것이란 말인가.
금방이라도 그들 두 사람을 내리칠 듯, 다시 한 번 허공으로 치켜 올라간 창룡검에서는 시퍼런 한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광운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요 날파리, 아니 연공주 마마의 처분은 오래 전부터 이 미천한 것이 낙점해두었으니 폐하께서는 저기 있는 폐하의 계집이나 신경 쓰시지요. 딱 들어도 숨소리가 다 죽어가는 시체 꼴인데 그냥 두시면 정말로 죽어버릴 텐데요? 혹시 우리 폐하께서는 팔딱거리는 싱싱한 날것보다…… 숨 끊어진 것이 취향이셨습니까?”
천휘가 창룡검을 광운의 목에 들이댄 순간, 잠시나마 상장군의 말이 끊겨졌다. 그러나 광운은 특유의 넉살을 잃지 않은 채 끝까지 말을 이었다.
바로 그때, 저 멀리서 다급한 외침들이 터져 나오면서 누군가 침소 안으로 들이닥쳤다.
거의 구르다시피 태무제의 앞에 무릎 꿇은 형친왕은 연공주 쪽은 돌아보지 않은 채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부디 용서를……! 전부 누이를 잘못 가르친 신의 잘못이옵니다! 청컨대 신을 벌하시고 화유, 저 철없는 것의 잘못은 잊어주시옵소서!”
천천히, 황제는 형친왕의 뒤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는 수장군 가환이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부복해 있었다.
“네가 형친왕을 예까지 데려온 거냐, 수장군.”
“감히 폐하의 심기를 거스른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파천의 난 이후로 혈육의 피를 두 번 거두시는 일만큼은 막고 싶었습니다.”
“꽤나 단도직입적이군. 내가 여기 있는 모든 자들의 목을 베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건가.”
천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짙어지는 사이, 광운은 화유를 붙잡은 채 마른 숨을 꿀꺽 삼켰다.
설마 그들의 황제가 그렇듯 미친 짓을 벌일 거라 믿고 싶진 않지만, 지금의 진천휘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자였다.
천휘의 수려한 얼굴에서 죽음의 것과 흡사한 어둠이 서리면서 창룡검을 에워싼 살기가 짙어졌다.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울 만큼 사방 가득 내려앉은 위압감,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침묵. 황제를 제외한 모든 자들은 곧이어 닥쳐올 위기를 예감하며 마른 숨결을 삼켰다.
짙은 휘장 너머에서 시란이 가늘게 숨을 헐떡인 것은 바로 그때였다.
날개가 꺾인 새를 닮은 흐느낌이 그녀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온 순간, 미미하게나마 창룡검에 서려 있던 살기가 흩어졌다.
천천히, 황제가 냉기 가득한 음성을 흘려보냈다.
“모두 물러가라.”
“오라버니 폐하, 하면 시란은…….”
“물러가라는 말이 들리지 않나, 진화유. 당장 나가라!”
행여나 무어라 더 말할세라 연공주의 입을 틀어막은 광운은 다급히 형친왕을 부축하여 일으켰고, 가환과 함께 황제의 앞에서 물러났다.
그들이 나가자마자 침소의 문은 천휘가 일으킨 푸른 기운에 휩싸인 채 굳게 닫혀버렸다.
쾅……!
황망히 두 눈을 깜빡인 것도 잠시, 연공주가 광운을 밀치고 그대로 일어섰다. 당혹스럽게도 화유는 굳게 닫힌 침소의 문을 두드리려 했고, 상장군은 기겁을 하며 그녀를 낚아챘다.
“연공주 마마, 지금 미치셨소? 대체 호랑이 아가리 속에 머리를 처박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이유가 뭐요?”
“하지만 시란이…… 저대로 가면 오라버니 폐하의 손에 죽을 수도…… 읍!”
“거 조용히 하시구려. 내 마마께서 사내라면 이해하겠소만, 같은 계집끼리 왜 그리 눈이 맞은 게요? 누가 보면 폐하가 아니라 마마께서 저 궁주한테 홀딱 빠진 줄 알겠소이다?”
화유의 입을 틀어막은 광운은 형친왕을 한 번 쳐다보았다. 천웅은 상장군을 향해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황제가 그러하듯 사뭇 준수하면서도 명석한 얼굴은 파리하게 굳어져 있었다.
“어서 가시게……. 수고스럽지만 상장군께서는 화유, 저 아이 좀 영온궁까지 데려다주게나. 내 이번에는 친히 저 아이를 가두어둘 생각이네. 폐하의 진노가 조금이나마 가라앉으면 어서 기융성으로 돌아가야겠군. 화유, 너도 이번에는 이의를 달지 말거라.”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요. 신은 언제나 연공주 마마보다 형친왕 전하께오서 훨씬 더 현명하신 분이라 믿었습니다.”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를 두고 감히 무엇이 지당해? 연공주는 광운의 팔에 붙들린 자세 그대로 상장군을 힘껏 후려쳤다. 그러나 광운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도리어 강한 힘으로 화유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연공주가 헉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진 순간, 그녀의 품에서 기절해버린 백랑이 굴러 떨어졌다.
감당할 수 없는 황제의 기에 굳어져버린 고양이를 낚아챈 상장군은 화유의 귓가에 제 입술을 가져갔다.
“한 번만 더 앙탈부리면…… 요 고양이부터 으적으적 씹어 먹은 뒤 마마를 덮쳐버릴 거요. 명색이 황후 마마 후보인지라 끝까지는 가지 못해도 그 비슷한 구석까지는 할 수 있다오. 내, 마음만 먹으면 영온궁의 침소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 수 있음을 잘 알지 않소? 모쪼록 처신 잘 하시구려.”
“이……!”
신경질적인 비명을 내지르던 화유는 씩씩대며 입을 다물었다. 지난번 와륜궁 사건 때도 경험했었지만, 사흘 굶은 당나귀와 흡사한 낯짝을 지닌 이 사내는 한다면 하는 작자였다. 행여나 애묘를 잃고 이 사내의 손에 발가벗겨진 채 희롱당하는 일만큼은 피해야 할 터였다.
“제법 착해지셨구려.”
흐뭇한 표정으로 연공주의 머리를 쓰다듬은 것도 잠시, 광운은 어두운 눈빛으로 황제궁을 돌아보았다.
반쯤 미친 사내의 눈빛을 한 채 살기를 쏟아내고 있었던 태무제 진천휘. 비록 지금은 가까스로 연공주를 비롯한 그들 모두의 목을 보전해기는 했지만, 진짜 문제는 황제가 제 속에서 놓아주지 않는 한운의 궁주였다.
사내의 눈을 홀리는 교태나 유혹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면서, 그 존재 자체만으로 황제의 심장을 집어삼켜버린 여인. 그리고……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천휘의 광기를 표출시켜버린 존재.
서문시란, 결국 그녀는 황제와 명륜 전체에 있어서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였다.
‘폐하…… 폐하께서 사내다운 꼴 좀 하고 사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아니지 않소. 마음 준 계집을 그렇듯 제 품에서 말라 죽게 하면 폐하의 심장은 어디 멀쩡할 줄 아시오?’
좌우지간 누가 황제 아니랄까봐 사랑조차 저렇듯 험난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라니. 남들 눈에야 절대적인 제국의 지존, 창룡의 화신일지언정 그가 보기에 태무제 진천휘는 이름값 한 번 제대로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아직 제 여인의 반응에 눈 돌릴 만큼 이성은 남아 있으니 다행이랄까. 시란의 신음 섞인 숨결을 흘려들은 순간, 거의 폭발 직전이었던 황제의 진노가 조금이나마 가라앉은 것을 떠올린 상장군은 긴 한숨을 삼켰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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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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