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정말 싫어!
선생님이 갑자기 수학 단원 평가를 보겠다고 한다. 1학년 1반 아이들은 시험을 보기 싫어 엉터리 노래를 돌려 부르며 소란을 피우지만, 결국 시험을 보게 된다.
선생님은 준비해 온 수학 시험지를 꺼내 들며 말했다.
여기저기에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조용하던 교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그 순간, 구로사와가 책상 위로 뛰어올라 노래를 불렀다.
“싫어요, 싫어요! 시험은 정말 싫어요.”
나도 함께 노래를 불렀다.
“싫어요, 싫어요! 시험은 정말 싫어요.”
그러자 선생님도 의자 위로 뛰어올라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시험은 봐야 해. 자, 최선을 다해 보자.”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엉터리 노래를 돌려 부르며 소란을 피웠다.
선생님 시험, 다시 봐요!
구로사와의 수학 점수는 오늘도 빵점이다. 선생님은 구로사와에게 수학 책을 펼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물어보라고 한다. 구로사와는 엉뚱한 질문을 해서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런데 갑자기 미즈노가 울음을 터뜨린다. 미즈노는 1학년 1반에서 가장 야무진 여자아이라 모두들 깜짝 놀란다. 미즈노는 백점을 맞지 못하면 엄마랑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시험을 다시 보자고 선생님을 조른다.
“선생님, 수학 시험 다시 봐요!”
미즈노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이 점수를 들고 집에 가면, 엄마는 저랑 한마디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고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미즈노의 시험지를 슬쩍 들여다보았다. 겨우 한 개를 틀려 구십 점이었다.
“음, 구십 점이면 훌륭한 점수인데?”
선생님이 미즈노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 주었다.
“아니에요! 이렇게 간단한 계산 문제는 꼭 백점을 맞아야 해요!”
미즈노는 훌쩍거리면서 선생님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제도 학원 시험 점수가 나빠서 혼났단 말이에요. 그러고 나서 엄마랑 약속했는데…….”
“약속이라니?”
선생님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다음 시험에서 백점을 맞지 못하면 엄마와 말을 하지 않기로 했어요.”
엄마들은 다 똑같아
아이들은 미즈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들은 잔소리 대장에 마귀할멈이라고 떠들어 댄다. 고지마는 미즈노에게 이번만큼은 미즈노 엄마가 너무 심했다며 집에서 나와 버리라고, 유카는 집을 나오는 건 위험한 일이니 엄마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말라고, 유우는 집을 나올 거면 아는 사람 집으로 가라고 한다. 다시 예전의 야무진 얼굴로 돌아온 미즈노는 우리 엄마는 정말 착한데, 바빠서 그런 거라고 말하다가 또 다시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 엄마, 마귀할멈 아니거든!”
미즈노는 눈물범벅이긴 했지만 보통 때의 야무진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우리 엄마는 정말 착해. 하지만 무척 바빠. 회사 일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동생도 돌봐야 하고……!”
미즈노는 말을 하다가 또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시험 점수 때문에 딸하고 말을 하지 않겠다는 건 너무해.”
고지마가 크게 소리쳤다. 그때 어디선가 종이비행기가 휘익 날아와 고지마의 머리를 탁 하고 맞혔다. 구로사와가 날린 것이었다.
우리 모두 백점!
그날부터 1학년 1반은 아이들이 모두 백점을 맞을 때까지 몇 번이고 수학 시험을 다시 본다. 똑같은 문제를 여러 번 다시 풀자 구로사와도 마침내 백점을 맞는다. 미즈노는 그날 일에 대해 느낀 점을 글로 써 와서 반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박수를 받는다.
지난번에는 친구들 앞에서 엉엉 울어서 무척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모두가 힘을 북돋아 줘서 참 기뻤어요. 처음에는 겁이 나서 울었지만 나중에는 기뻐서 울었어요.
우리 반 친구들도 나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힘이 쑥쑥 났어요.
모두가 힘을 준 덕분에, 나는 용기를 내어 지금까지 마음속에 꽁꽁 담아 두었던 말을 엄마에게 했어요.
“엄마, 백점을 맞지 않으면 정말로 나랑 말을 하지 않을 거야?” 하고요.
“뭐라고?”
엄마는 화들짝 놀라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진짜로 그럴 리가 있겠니? 네가 열심히 하길 바라는 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거야. 그 말 때문에 속상했구나.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나를 꼭 안아 주었어요.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