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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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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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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0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0.0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5.6만자, 약 8.5만 단어, A4 약 161쪽?
ISBN13 978898407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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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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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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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조금도 썩지 않은 상태였으며 눈알이 없는 텅 빈 눈구멍이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찢어진 입술 안에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머리카락에는 여전히 광택이 남아 있었다. 밤과 호수의 어둠이 아무리 그 색을 흐리게 했어도 머리카락이 밝은 금빛인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는 바람에 카르델은 물을 먹고 컥컥댔다.
--- p.17

“인베토에서 일하는 빙에 씨인가요?”
“정확히 말하면 인데베토우 청이지. 어쨌든 내가 세실 빙에다.”
아이는 마치 증거가 없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저분한 금빛 머리카락 뒤에서 그를 슬쩍 보았다.
“성곽 언덕에서 여기까지 제일 빨리 뛰어오는 사람한테 돈을 준다고 했어요.”
“그래?”
아이는 모자에서 비죽 튀어나온 머리 한 가닥을 입으로 질겅질겅 씹었다.
“제가 제일 빨리 뛰어왔거든요. 옆구리가 아프고 입에서 피 맛이 나고 이제 젖은 옷을 입고 밖에서 자야 할 신세예요. 이런 고생을 했으니 대가를 받아야겠는데요.”
소년은 자기의 대담한 제안에 스스로 놀랐다는 듯 숨을 참았다. 빙에는 소년에게 차디찬 시선을 던졌다.
“똑같은 심부름을 하는 다른 아이들도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네가 말하지 않았니? 조금만 기다리면 다들 올 텐데 그때 다시 흥정하면 되겠구나.”
소년이 실수한 걸 깨닫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빙에는 동전지갑을 열어서 아이가 달라는 동전을 꺼내 엄지와 검지로 쥐었다.
“네가 오늘은 운이 좋았구나. 나는 참을성이 없거든.”
소년이 어렴풋이 웃었다. 앞니 두 개가 다 없어서 뻥 뚫린 구멍 사이로 혀가 쏙 나오더니 코에서 흐르는 콧물을 훑었다.
“치안총감님이 찾고 계세요. 지금 당장 대장장이 거리로 오라고 하시던데요.”
--- p.26~27

“아무 말 마십시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당신이 말했듯, 저 역시 동정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이런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우정을 쌓자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의 시련을 함께 겪는 동안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터놓고 아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뿐입니다. 지금은 눈앞의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요. 저는 위로의 말은 싫습니다. 제 친구가 되지 말아주십시오, 예안 미샤엘. 시간이 얼마 없고, 어차피 남는 건 슬픔뿐일 겁니다.”
--- p.106

세기 초, 네덜란드 상인이 스톡홀름에 역병을 가져왔을 때 죽은 자들을 묻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카타리나 교회 묘지에는 이불에 둘둘 말린 시체들이 높이 쌓였고 매장할 자리가 모자라 석회를 뿌린 뒤 그 자리에 일주일도 넘게 두어야 했다. 여기 목초지에 묻힌 나머지 시체들은 사정이 좀 나았다. 목초지 마지막 집들 뒤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서 그 안에 한꺼번에 묻었던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목초지는 다른 땅에 비해 비옥했다. 이 저택의 정원은 첫 서리가 내리기 직전까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시들 줄 몰랐지만 정원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절대로 삽을 깊이 집어넣지 말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 p.129

“크리스토페르 블릭스, 채무가 돌아가는 구조를 전혀 모르는구나.” 그러면서 쉴반은 내 어깨에 팔을 걸쳤어. “자, 크리스토페르, 이곳에 갓 도착해 무지하기 이를 데 없는 너에게 내가 대도시에서의 생존법을 한두 가지 알려주지.”
(.…)
“중요한 건” 하고 쉴반이 속삭였어. “한 사람한테서 너무 많은 돈을 빌리지 않는 거야! 자, 예를 들어 네가 요나스 실페르한테서 이 리크스달러를 빌렸다고 치자. 당연히 그 돈으로는 포도주와 여자, 노래 같은 필수품을 사야 하니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지. 그럼 그때 또 다른 지인을 찾아가서 사 리크스달러를 꾼 다음에 실페르를 불러 상환 약속을 잡는 거야. 나머지도 곧 갚겠단 약속으로 일 리크스달러를 먼저 주고 나면, 자, 블릭스, 네가 흥청망청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남았을까?”
“삼 리크스달러!” 내가 속삭였어.
“그래, 크리스토페르. 이 공식을 되풀이하는 거야. 넉넉한 친구들을 여럿 사귈수록 잘될 거야. 새로 꾼 돈의 일부로 예전에 꾼 돈을 조금 갚아버리면 되니까.” 쉴반이 눈을 찡긋하더니 내 뺨에 장난스레 입을 맞췄어. “이게 바로 대도시의 생활법이야, 블릭스! 자, 오늘밤에 사귈, 실페르가 보낸 추심꾼들로부터 널 자유롭게 해줄 새 친구들을 위해 건배!”
--- p.151~152

“혀가 없어지기라도 한 게냐? 네 고통을 덜어주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겠느냐? 어서 네가 저지른 죄를 털어놓고 매춘행위를 참회해라!”
어쩌면 이어진 안나 스티나의 반응은 그녀가 가진 것이 너무 적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진실의 가치를 낮게 둔다. 그러나 뤼산데르의 노여운 시선을 받아내고 있는 지금, 안나 스티나는 자신이 가진 건 오로지 진실 하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진실만큼은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라웠다. 진실만이 그녀의 것이고, 세상에서 그녀가 가진 전부였다.
--- p.247

“빙에 씨, 제가 본 세상에서 인간이란 해로운 짐승, 힘겨루기를 하느라 서로를 갈기갈기 물어뜯는 피에 굶주린 늑대에 불과합니다. 노예가 주인보다 선한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힘이 약할 뿐입니다. 죄 없는 자들이 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악한 일을 저지를 힘이 결여되어서입니다. 파리가 피바다로 변하기 전에는 모두가 자유, 평등, 박애, 인권을 외쳤습니다. 지금 스웨덴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저는 기요틴에 참수당한 이들의 가죽을 벗겨 무두질해 인권선언문을 장정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 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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