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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다

나는 아빠다

: 보통 아빠가 쓴 특별한 육아 이야기

정우성 | 알마 | 2013년 02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6 리뷰 2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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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22쪽 | 434g | 153*224*20mm
ISBN13 9788994963686
ISBN10 8994963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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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우성
태풍이 일면 슬레이트 지붕이 들썩인다. 비닐 천막 사이로 험한 바람소리가 들어온다. 방목된 아이들은 거친 말을 사용했다. 그런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랐고 어른이 됐다. 그리고 어느덧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육아에 관한 글을 썼다.
2002년부터 변리사로 일하고 있고 지금은 광화문 근처에서 특허사무소를 경영한다. 인터넷신문 〈딴지일보〉에 “나는 아빠다”를 연재했으며, 특허에 관한 칼럼도 쓰곤 한다.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로 2012년 KAIST 과학저널리즘상(인터넷 부문)을 받았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망원경이나 현미경이 아니다. 그저 알맞은 안경이 필요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과장하거나 비좁은 시야를 제안하는 버릇이 있다. 육아와 자녀교육은 너무 중요해서 전문가의 조언에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상상할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게 얼마나 큰 위안인가.
지은 책으로는 《특허전쟁》(공저, 2011), 《세상을 뒤흔든 특허전쟁 승자는 누구인가?》(201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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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아이는 믿을 만한 존재다

어려운 것은 육아가 아니라
육아라는 ‘현상’이다 육아는 어려울 리가 없다. 육아가 어려웠다면 인류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식이 빈곤하고 미신이 과학 위에 군림하던 시기에도 인류는 아이를 잘 키워왔다. 앞선 모든 인류는 요람에서 나와 직립했고 무럭무럭 자랐다.
자연스러운 이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육아 자체가 아니라 육아라는 현상 때문이다. 오늘날 육아는 부모의 개인적 혹은 사회적 심리현상이다. 심리학자나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활동하기 좋은 때를 맞았다. 밑줄 친 조언들이 베스트셀러로, 영상물로 곳곳에서 배회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심리현상을 증폭시킬 뿐 육아를 더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한번도 아빠인 적이 없었고, 한번도 엄마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다. 아내의 자궁에서 나온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지식의 무중력 상태에 있었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전승된 경험도 없었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오히려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물론 있었지만 별 탈 없이 아이와 함께할 수 있었고, 아이들은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질병으로부터의 위협만 없다면 누구든지 육아를 잘해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오랜 진화의 세월을 거치면서 우리의 유전자는 아이들이 스스로 직립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먼 곳까지 갈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나같이 변변치 못하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아빠도 아이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걸을 수 있다._22~23쪽

위로는 텔레파시로 하는 게 아니다
텔레파시로 위로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텔레파시로 아이들을 위로하고 텔레파시로 사랑을 나누며, 심지어 투표도 비즈니스도 비판도 논쟁도 섹스도 텔레파시로 할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이 올까? 그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위로를 드러내는 일이다.
위로는 주로 언어를 통해 드러난다. 그러나 무언의 언어라는 것도 있어서 가만히 껴안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방식의 위로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평소 아이의 마음에 위로의 표현을 적금해둬야 한다. ‘말’은 아이에게 일종의 ‘놀이’로 작동한다. 말놀이는 텔레파시보다 더 환상적인 교감을 불러온다. 굳이 의미를 찾지 말고, 아이의 말을 함부로 끊지도 말고, 그냥 아이와 함께 말을 이어가보라. 가끔 세 시간이 넘는 자동차 여행을 할 때가 있다. 그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고 허튼소리를 하는 것도 위로의 말놀이가 될 수 있다. 어른끼리의 대화보다 훨씬 수월하고 재미있다. 논리와 합리성에 개의치 않아도 된다. 이른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껄여도 좋다. 그저 기분 좋고 따뜻하며 신나게 말놀이를 하면 그만이다. 아이의 표현을 들어주고 함께 놀아주는 것이 곧 어른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위로다._32~33쪽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 위해서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모두가 어둠 속에서 함께 누워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느닷없이 잡은 약속이라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까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봤다.
아이들이랑 할아버지랑 이런저런 색깔의 옷을 입고 아주 높은 미끄럼틀, 그러니까 구름보다 더 높은 미끄럼틀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이야기, 구름과 달님한테 인사를 하고 다시 미끄럼틀을 타고 신나게 내려오는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저 이 즉흥적인 세계 안으로 무엇이든, 누구든 불러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중간에 아이들이 눈을 뜨면 이야기를 멈췄다. 다시 눈을 감아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왜냐, 아이들을 재워야 하니까.
어른들이 보기에는 하나도 재미없는 엉뚱한 이야기였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흔하게 널려 있는 소재를 이용해서 만든 창작 구전이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_41~42쪽

아이에게는 환상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환상은 꼭 필요한 요소다. 본디 우리 인류는 환상을 먹고 자랐다. 샤머니즘이나 토테미즘, 각종 애니미즘,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믿음 등은 인류의 정신세계의 잔칫상이었다(합리성이 이 잔칫상을 대신하자 묘하게도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옛사람들은 어떤 물건이나 동물에 대해서 깊은 신앙을 표현하곤 했다. 바로 그거다. 아이들은 동화나 만화의 캐릭터나 장난감 같은 것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게 그들의 샤먼이요 토템이다. 아이들은 동화나 텔레비전에 흔히 등장하는 캐릭터를 정말로 사랑한다. 아이들은 그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환상세계에서는 그것들이 아이들을 사랑해준다._72쪽

2장 육아는 어렵지 않다

좀 못해도 된다
내가 인간의 유한한 기억력을 말하는 까닭은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제공하는 각종 혜택의 상당수는 부모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그렇다. 즉 부모의 심리적 현상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풍요롭기보다는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종으로서의 인간’에 걸맞은 일이다. 현대 보건의료 시스템과 풍성한 먹거리는 아이들을 질병으로부터 지켜준다. 이것은 틀림없는 인류의 진보다. 그렇지만 오늘날 부모들은 그리고 육아에 관한 각종 인프라들은 아이들의 대뇌 속에 각종 지식과 정보를 조기에 집어넣으려고 애를 쓴다. 이것은 일종의 정신에 대한 공격이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지워지는 것이라서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을 쓰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다시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작업이야말로 부모의 심리적 현상에서 비롯된 정신 공격이다. 이런 정신 공격은 인간의 유전자에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시급한 것은 아이들의 두뇌가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다. 부모 세대의 정신 공격에 아이들의 정서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_95~96쪽

밥 먹이기
아이 키우기의 8할은 부모의 입술이요 나머지는 부모의 표정이다. 전자는 아이의 귀로, 후자는 아이의 눈으로 소통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밥을 아주 잘 먹는 편이다. 그 양도 많다. 그렇다고 비만이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잘 먹고 잘 싼다. 아이들이 이유식이 아닌 제대로 된 밥을 먹기 시작할 때, 나는 몇 가지 쇼를 했다. 첫째, 입술이 중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좀 난감하다. 예컨대 “냠냠냠냠 냠냠냠냠냐야암~”(리듬과 음의 고저가 있다) 식으로 밥을 매우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하면서 먹여보았다. 우리 집은 식사예절을 중시하는 까닭에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아이가 밥을 먹는 데 익숙하게 될 때까지 그랬다. 둘째, 표정도 중요하다. 저렇게 밥 먹는 시늉을 하면서 표정이 없을 리가 없다. 박수도 치고 칭찬도 한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가장 원시적이면서 보편적인 언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극히 유치할 것이다. 나도 남이 보고 있노라면 창피해서 못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의 관심사는 차원이 바뀐다. 맛보다는 밥 먹는 행위가 놀이가 된다. 그러면 자연스
럽게 한 그릇을 먹어 치우고 더 달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밥상머리 예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서 침 튀기며 먹는 것은 아니니까. 밥상머리 예의가 모든 예의의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유아기에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기 손으로 흰밥을 먹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맛있게 그리고 잘 먹는 게 더 중요하다. 밥을 많이 먹으면 일단 부모가 안심을 하고, 대량의 똥을 확실하게 내려놓는다는 장점이 있다. 잘 잊어버리곤 하지만, 건강한 아이는 모든 부모의 변함없는 로망이다._110~111쪽

좋은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법
영상물에 대한 것은 부모의 선택권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우리 집의 원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은 부모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된다. 그저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주말 아침의 몇몇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공중파 방송을 선호하지 않는다. 케이블TV도 마찬가지다. 케이블TV에는 상당히 많은 어린이용 채널이 있다. 자체 검열을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어떤 것은 지나치게 폭력적인 면도 있어 보인다. 이럴 때 채널을 돌리거나 텔레비전을 끄면 아이들이 싫어하고 큰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주로 VOD를 이용한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는 별로 반응하지 않는지 성향도 파악할 수 있다. VOD는 수백 개에 이르는 영상물이 있어서 아이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고, 시간도 제한적이며, 아이들도 선택하는 데에 의견을 보탤 수 있어서 좋다._123쪽

3장 지금 행복한 부모가 늙어서도 행복하다

합리성의 과잉을 내려놓다
나는 쿨한 성격의 소유자가 못 된다. 비교적 예민한 감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내 또한 그런 성품의 소유자인 까닭에 우리 부부는 자주 부딪혔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여전히 다투긴 하지만 과거보다는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곰곰이 분석해본 적은 없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합리성의 과잉’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밖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번다. 아내는 전업주부다. 나는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쉬고 싶다. 그리고 아내가 준비한 밥을 먹고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안락한 생활을 꿈꾼다. 돈을 버느라 피곤에 지쳤으므로 소파에 앉아 쉴 권리가 있다는 생각, 그리고 당신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편안히 있었으므로 저녁 시간에는 남편을 위해 좀더 따뜻하게 배려해줘야 한다는 생각,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 같았다. 애초부터 이런 생각이 아주 강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에 은연중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작별을 고했다._146~147쪽


새벽에 일어나기
두 아이가 모두 갓낫아기였을 때다. 모유수유인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분유를 먹이는 경우에는 가급적 내가 일어난다(물론 아예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다). 엄마의 건강은 육체적으로도 중요하다. 아이가 너무 어리면 때만 되면 배고프다고 보채기 때문에 엄마는 깊이 잠을 잘 수가 없다. 새벽에 내가 일어나서 분유를 만들어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면 그사이 엄마는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한테도 좋고 아이한테도 좋다. 자고로 엄마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 물론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 육체적으로는 피곤하다. 하지만 이 피곤함은 아내로부터 아이로부터 보상받는다. 그리고 한 아이의 아빠라는 실존적 만족감에도 깊이가 있다. 그 남다른 깊이는 꽤 따뜻해서 육체적 피곤을 견디게 해준다. 원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육체적인 피곤함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이런 피곤함을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것도 금세 지나간다._157쪽

아이는 부족한 부모도 사랑한다
나는 시종일관 아이를 한 명의 ‘인간’으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이성적인 판단이나 도덕적인 행위에서 미성숙하다고 할지라도 아이 역시 다양하게 생각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며, 때로는 판단하고, 욕망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아파하고 슬퍼하며 분노한다. 물론 아이는 연약하고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호해줘야만 한다. 그럼에도 아이가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연약하다 할지라도 인간인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잊어버린 환상의 세계를 보존하고 있으며,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아이가 한 인간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주 이런 사실을 잊는다. 당신은 아이의 부족함을 잘 안다. 당연히 아이니까 부족한 것이다. 반대로 아이도 부모의 부족함을 눈치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자주 잊는다. 부모의 연기력이 좋아서 설령 아이가 당장 눈치채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발각될 수밖에 없다. 늦으면 늦을수록 아이는 배신감과 상실감을 크게 경험하기 때문에 굳이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_164~165쪽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방법
우선 동네에서 찾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그리고 아이를 맡기기 전에 방문해본다. 엄마와 아빠가 항상 같이했다(우리 부부는 육아와 가사를 공동으로 한다는 암묵적 합의 아래 오랜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것을 습관처럼 같이한다). 원장선생님이 몸짓과 표정에서 나타나는 사람에 대한 태도와 예의를 살펴봤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어떤 시스템인지, 어떤 것을 먹이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개 큰 차이가 없다. 그 밖의 사항들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다. 어쨌든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방법은 이론상으로 혹은 경험상으로는 이것저것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어린이집과 아이 사이에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궁합은 단지 요행일 뿐이다._181쪽

4장 아이들에게 더 좋은 사회 물려주기

배움에 대한 즐거움
부모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등이 좋다. 남들한테 자랑할 수 있으니까. 단지 그뿐이다. 아이들을 보채면서 ‘이게 다 너희를 위한 거야!’라고 말하지만 실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엄친아 이데올로기’는 결국 ‘내 아이 자랑하기 이데올로기’와 맥락이 닿아 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 보자면, 일등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와 자기 욕망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이건 마치 마약과 같은 속성이다. 또한 배우려는 자세보다는 남을 가르치려는 자세가 앞서기 때문에 인생 초반에만 총명해보일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어린 시절에 그 잘났다는 사람들, 다 어디로 갔는가? 반면에 꼴등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순위 경쟁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과시할 수 없으므로 유감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꼴등은 무궁무진하다. 모든 것으로부터,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배우려는 자세만 있으면 언제든 나아가게 마련이다. 또한 겸손의 미덕에 더 익숙해진다. 꼴등교육도 괜찮다. 일부러 꼴등교육을 시킬 것까지야 없겠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미친 듯이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_196쪽

선행학습은 예습과 다르다
선행학습은 학교에서 아직 배우지 않은 것을 정규과정에 앞서 미리 공부하는 것이다. 부모가 선행학습을 시킬 수도 있고 사교육 시장을 이용할 수도 있다. 공교육의 교과과정이라는 게 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일단 사회적으로 합의된 교육의 순서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이 정규과정에 맞춰서 아이들을 훈육한다. 출발선이 있고, 여러 가지 이정표가 있으며, 단계가 있다. 이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참여해서 만든 건축물이다. 그런데 선행학습은 호루라기를 불기 전에 아이를 출발선보다 앞에 놓고 거기서 시작하도록 만든다. 선행학습은 교과과정이라는 건축물에서 주춧돌과 벽돌을 빼내고 함부로 철거하는 행위다. 명백한 반칙이다._197~198쪽


선행학습의 만연은 교사를 타락시킨다
공교육의 관점에서 선행학습이 안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교사의 타락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이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는 부모에게 가장 큰 당혹감이자 불안감이다. 교사가 선행학습이 만연된 현실과 타협함으로써 정해진 교과과정을 따르지 않게 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반칙을 한 아이들보다 반칙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밀려날 수 있다.
1학년 교사는 1학년 교과과정대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5학년 교사는 5학년 교과과정의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서른 명 중에서 스물다섯 명이 선행학습을 했다고 하더라도 반칙을 하지 않은 다섯 명을 위해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정상적이지 않은’ 다수를 위해 ‘정상적인’ 소수의 희생이 강요될 수 있다.
교사가 “너희들 이거 다 알지?” 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버릴 때 공교육이라는 건축물은 흔들린다. 물론 교사에게도 고민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영어와 수학 같은 과목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이런 수업이 유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수업 자체가 공교육을 위협한다는 점, 출발선을 지키려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핀잔을 주는 꼴이 되고 만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선행학습은 교육시스템을 붕괴시킨다._202~203쪽


시급한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팔로워십이다
어쨌든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부모들의 ‘양육 가이드’들을 들여다보면 우리 아이들을 리더로 키우는 방법론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근래의 베스트셀러인 EBS의 자녀교육시리즈도 그 정점에 있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법이다. 인성이나 인륜 같은 보편적인 도덕론을 빼고 순전히 ‘성공’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더라도 이는 정말 어렵다. 상대방을 견제하면서 순위 경쟁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이겨내야만 한다. 선천적으로 이런 것들에 능수능란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대단한 인간’은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 교육이 계속 강조되는 이유는 성공에 대한 환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팔로워가 있어야 한다. 모두가 다 리더가 되려고 나서면 도대체 누가 팔로워를 한단 말인가? 모두가 다 리더가 되려고 하면 그 경쟁에서 지는 사람이 팔로워가 된다. 그건 승자와 패자라는 상하관계를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리더십은 우리 사회에 차고 넘친다. 부족한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팔로워십이다. 팔로워십은 리더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안전장치다. 모든 사람이 리더십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팔로워십은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다._211~212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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