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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 박남준 산문집

리뷰 총점9.0 리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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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468g | 148*205*20mm
ISBN13 9788984316652
ISBN10 898431665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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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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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았었다. 누구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나무와 풀꽃과 작은 돌멩이와 냇가의 버들치가 시작에서 끝까지 한 점 흔들림 없이, 싫은 내색도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시절 나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던가.
내 삶의 방식은 동물보다 식물의 삶에 가깝다. 많은 곳을 떠돌았다. 안주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붙박인 나무의 삶을 배워보고 싶었다. 바람 부는 언덕 위 한 그루 나무, 나무의 삶으로 돌아가서 새들의 보금자리와 향기로운 열매를 주고, 언젠가는 베어지고 쓰러져 누군가의 언 몸을 덥혀주고 싶었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 꽃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새와 나와, 별과 나와, 소나무와 나와, 숟가락과 나와의 만남과 헤어짐과 그 인연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가 나왔다.
내 안의 나이며 내 밖의 나. 내 안에 봄과 겨울의 시간과 비바람의 날들이 있듯이 내 밖에 여름과 가을의 구름과 햇살과 꽃들, 새들의 노래가 있다. 자연으로부터 왔으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거기 어찌 너와 나의 분별이 있겠는가. 내가 곧 자연이며 저 병들어가는 자연이 바로 나의 현재 모습이다. ---「나무와 별빛과」

겨우겨우 애써 내민 잎은 메뚜기들에게 뜯어 먹혀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보기 흉했지만 꽃을 피웠다.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란 저런 삶의 꿋꿋함일 것이다. 보랏빛 꽃잎과 흰 속살이 슬쩍 내보이는 가시연꽃을 보며 하루해가 저물었다.
가시연꽃에게서 배운다. 그것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라기보다는 나는 본디 이러하니 이런 대접을 해달라며 자신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결과만을 중요시하며 각박하게 질주하고 있는 이 시대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가시연꽃에게서 배운다」

마당 한편 작은 텃밭에 뒤늦게 심은 어린 무들 앞에 앉아 중얼거린다. 언제 자라서 동치미를 담나. 작년에도 늦게 심어서 애를 태웠는데 미안하다. 내 게으름 때문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남들보다 보름 가까이나 늦어버렸지 뭐냐.
어쩌겠냐. 니들이라도 힘을 내서 어서 쑥쑥 자라줘야지. 알고 있겠지? 내가 다른 곳에는 오줌을 누지 않고 오줌 거름통에만 누고 있다는 것 말이야. 지금은 냄새도 많이 나지만 잘 삭으면 괜찮아. 기다려, 곧 그 삭은 거름도 줄 거야. ---「가을이 깊어간다」

그러나 그 행복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원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행복하다고 여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존재하는 어떠한 생명체도 분명 없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에 무릎 꿇거나 맞서는 일도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다. 내 어찌 무릎 꿇은 자를 가리켜 욕할 수 있으랴. 새기고 삭이어 나를 부단히 다스릴 일이다.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고이지 않게 흘러가게 하는 일도 지혜로운 일이다.
어찌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비우지 않고 겸허하지 않으며 행복할 수 있을까. 가을이 깊어간다. 지난봄과 여름 땀 흘려 일한 모든 지상의 생명들 저마다 다시 돌아올 기약을 한다.
더 푸른 내일을 위해 나무는 나무의 일로 작은 풀들은 작은 풀들의 일로, 범부채 꽃씨도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을 위해 씨앗을 맺어 세상에 내놓는다. 최선을 다한 것들, 어찌 꽃만이 아름답다 하겠는가.
송알송알 윤기가 반질거리는 범부채 꽃씨를 들여다보며 나는 어찌 살고 있는지 반문해본다. 너, 어찌 살아왔는가. ---「비노바 바베가 물었다」

감자는 쭈글쭈글해져서 버려야 했다. 흙 한 줌 물 한 방울 없는 어두운 상자 안에서 제 몸을 온전히 다 바쳐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싹과 뿌리를 틔운 감자의 끈질긴 수고로움을 생각하니 그냥 퇴비더미에 버릴 수 없었다.
밭고랑을 만들어 두둑에 감자를 놓고 안식의 무덤을 쓰듯, 칭얼거리는 아기를 재우듯 토닥토닥거리며 흙을 덮었다. 그랬는데 그간 줄기와 잎들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더니 하지가 지나자 이윽고 때가 되어 돌아갈 시간임을 알고는 줄기와 잎이 시들고 쓰러져갔다.
장마, 우기의 날들이 오겠지. ‘비설거지’라는 표현이 재미있는 우리말이 있다. 비가 오기 전에 비를 맞으면 안 되는 것들을 치우거나 덮어놓는 일을 뜻한다. 비가 오기 전에 감자밭을 거둬야지. 시든 줄기를 걷어내고 조심스럽게 땅을 파헤쳐보니 호미 끝에 줄줄이 이끌려 나오는 굵은 감자들의 행렬, 놀라워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눈 들어 가까이 다가가면, 귀 기울이면 자연은 이렇게 말 없는 실천으로써 일상의 쳇바퀴를 뒤흔들며 할- 하고 죽비를 내리친다. 정신이 번쩍 든다. 오직 인간만이 대자연의 순리를 역행하고 있다. 탐욕과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가, 너와 나를 분별하고 삶을 함께 나누지 않으려는 이기심이 세상을 어지럽히며 우주 자연의 생명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저 빗물에 씻겨 나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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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싫어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자주 그의 삶이 그의 글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낀다.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그의 시선 속에서 세상의 모든 가치들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돈, 명예, 권력, 허영 들이 똥, 하늘, 풀, 물고기 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생명은 지친 몸으로 돌아와 월계관을 쓴다. 세상 만물이 제자리에 놓이는 순간 치유가 시작된다. 봄날, 도시에 찌들어 시큰거리는 내 몸은 오늘도 그의 매화차와 쑥된장국이 그립다. 투명한 그의 눈동자도 함께.
공지영(소설가)
그 산 아랫마을 사람 그새 더 순진무구해졌는데 하여, 마음에도 글에도 이제 작위를 덜었는데 하여, 혼자 나이 더 드는 것 아무 부끄러울 것 없는데 세상의 고통이 그를 자주 노여움으로 이끌고 자신의 연민이 자꾸 아픈 이웃들 속으로 이끄네. 누가 산중 시인 한가하다 하겠는가. 하찮은 것들의 아름다움으로 거대한 더러움을 씻는 싸움. 마당의 꽃향기 속에서도 굴삭되는 땅의 울음을 듣는구나.
정태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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