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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하프 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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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 ] 에디션 D 시리즈-03이동
리뷰 총점7.7 리뷰 3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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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184g | 114*185*20mm
ISBN13 9788994040370
ISBN10 899404037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그게 ‘병적’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에 어떤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 기간을 산 내게는 생각할 수 없는 일 같았다. 이제야 과거가 된 그 몇 주일을 독립된 현상으로 돌아볼 뿐이다. 그것은 모든 함축적 의미가 결여된, 꿈처럼 비현실적인 내 삶의 단편이었다. --- p.28

그는 손에 말채찍을 들고 있다. 그가 말한다.
“테스트해보고 싶은데요.”
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한순간 나는 방향감각을 잃고 외계에 와 있다. 이국적인 시대에. 그가 몇 발자국 걸어서 내가 반쯤 걸터앉은 책상으로 다가온다. 나는 한 발은 바닥에, 한 발은 공중에 있다. 그가 책상에 걸친 내 왼쪽 다리 위로 치마를 걷고 물러서더니, 허벅지를 채찍으로 때린다. 솟구치는 통증 사이로 설명할 수 없는 흥분감이 밀려든다. 숨을 쉴 수도,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다. 온몸의 모든 세포가 욕정에 휩쓸린다. --- p.49

낮과 밤, 그와 함께와 따로. 그 둘을 뒤섞은 것은 실수였고 위험할 수도 있었다. 며칠, 몇 주일이 흐르면서 내 삶의 두 부분은 점점 완전한 균형을 이루어갔다. 우리의 밤이 더 분명하고, 집중력 있고, ‘환상적’일수록, 내 직장 생활도 더욱 환상적이 되었다. --- p.66

그 기간 내내 내 낮 생활의 규칙은 이전과 똑같이 지속되었다. 나는 독립적이었고, 생활비를 댔고(아무튼 점심 식사는 혼자 감당했다. 그리고 빈 아파트 유지비와 소액이지만 가스비와 전화비도 감당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선택했다. 밤 시간이 되면 나는 무기력하고 의존적이고 완전히 보살핌을 받았다. 어떤 결정도 내릴 필요가 없었고, 아무런 책임도 없었다. 선택권도 없었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게 좋았다.
그의 아파트에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부터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나는 거기서 수동적인 존재였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했다. 통제권이 내 손에서 벗어났다면, 대가로 나는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허락받았다. 몇 주간 계속 어린 노릇이라는 짐을 내려놓은 안도감에 휩싸였다. 내가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중요한 질문은 “당신 눈을 가려도 되겠어요?”였다. 그때부터 내 동의나 반대에 대한 문제는 다시 생기지 않았다(그 과정에서 한두 차례 일시적인 불안이 있긴 했다. 내 탐닉에 대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현실, 지성, 윤리적인 면에서 내 우선권이나 대안에 대한 문제는, 결과를 생각해야 되는 문제는 다시 생기지 않았다. 자기 삶의 방관자가 되는 쾌락적인 호사만 있었다. 개성을 완전히 포기하는 호사, 자아를 버리는 방탕한 환락의 호사만 있었다. --- pp.121-122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다.
내 피부 색깔이 정상으로 돌아갔을 무렵, 나는 다른 남자랑 잠을 잤고, 누워서 양옆에 내려놓은 손을 어떻게 해야 될지 잊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책임감을 되찾았고, 밤이나 낮이나 다시 어른으로 살았다. 남은 문제는 내 감각의 온도 조절기가 망가졌다는 점이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내 몸이 다시 미지근한 정도를 넘어서게 될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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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같은 회고록. 소설보다 소설 같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가 칼끝이 폐부를 파고들 듯 날카롭고 아리게 펼쳐진다. 뉴욕 한 가운데서 만나 9주 반 동안 자신을 잃어버릴 만큼 관계에 몰입했던 여자. 그녀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마음 한켠으로 꿈꾸는 쌉쌀한 초콜릿 맛 같은 관계가 현실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는지 알게 된다. 자아를 외면한 탐미적인 쾌락의 끝이 가슴 서늘하게 다가온다. 과연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공경희(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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