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문 분과로서 신경윤리학의 태동은 200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저널리스트인 사파이어(Safire)가 오늘날과 거의 동일한 의미를 가진 신경윤리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하였다고 전해진다. 2002년에 ‘신경윤리학: 분야를 설정하기(Neuroethics: Mapping the field)’라는 주제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중요한 학술대회가 개최되었고, 여기에 참가한 과학자와 철학자들은 신경과학의 응용 및 발전과 결부되어있는 다양한 윤리적 이슈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이후로 신경윤리학이라는 용어는 도덕적 의사결정과 자유 의지와 같은 윤리적 개념의 신경 기초와 상관자에 대한 조사뿐만 아니라 신경과학 연구 및 그것의 임상적 적용에서 제기되는 윤리적 이슈를 정의하는 데 사용되었다.

신경윤리학은 뇌의 기제를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더욱 깊고 상세하게 알게 된 질병, 죽음, 생활 철학 등의 사회적 쟁점을 우리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신흥 학문 분야다. 로스키스(Roskies)는 “신경윤리학은 ‘신경과학의 윤리학’(the ethics of neuroscience)과 ‘윤리학의 신경과학’(the neuroscience of ethics)이라는 두 개의 하위 분과로 구분된다.”라고 주장하였다.

신경과학의 윤리학은 응용윤리학으로서의 신경윤리학이다. 그러기에 일부 학자는 신경윤리학이 생명윤리학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신경과학의 윤리학은 신경과학과 그것의 실천, 그리고 신경과학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에 대한 윤리적 성찰로 구성된다. 신경과학의 윤리학은 인간의 뇌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사실과 그것의 기술적 응용이 윤리적·법률적·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즉, 신경과학의 윤리학은 신경과학과 생명윤리학을 가로지르는 문제를 다룬다.

이와는 달리 윤리학의 신경과학은 마음 과학(science of the mind)이 철학에서 도덕성의 본질과 도덕적으로 관련된 주제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 달리 말해, 윤리학의 신경과학은 인간의 도덕 행동을 신경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이해하려는 새로운 학문적 시도다. 윤리학의 신경과학은 도덕 행동의 신경과학적 기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윤리학의 신경과학은 자유 의지나 도덕 판단처럼 전통적으로 철학적 탐구의 핵심이었던 주제를 조사하기 위해 신경과학적 방법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이 분야는 도덕적 인지의 신경생물학적 상관자를 조사하며, 특히 인간의 뇌에서 도덕적 추론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조사한다.

도덕교육 연구자는 신경과학의 윤리학과 윤리학의 신경과학에서 다루는 주제가 모두 도덕교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신경과학의 윤리학에서 다루는 주제는 그 자체가 도덕교육의 중요한 내용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를테면, 약물을 이용하여 인간의 인지 능력, 기분 그리고 도덕성을 변화시키는 인간 향상 기술이 지닌 윤리적 문제는 도덕교육을 통해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내용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윤리학의 신경과학은 도덕교육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하이트(Haidt)가 사회 직관주의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도덕적 추론이 사후 정당화에 불과한 것이라면, 도덕적 추론 위주의 도덕교육을 탈피하여 도덕적 감정과 직관을 중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덕교육을 지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경윤리학은 도덕교육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도덕교육 연구자는 도덕교육의 새로운 배경 학문으로서의 신경윤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신경윤리학의 연구 성과에 근거한 새로운 도덕교육의 방향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경윤리학에 대한 국내 도덕교육 학계의 연구는 아직 매우 미진한 상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저술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였다. 첫째, 융합 기술 시대에서 신경윤리학의 학문적 중요성을 밝히고, 신경윤리학의 발전 과정과 주요 연구 분야를 규명한다. 둘째, 신경과학의 윤리학이 제기하는 윤리적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셋째, 윤리학의 신경과학을 통해 밝혀진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관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를 서술한다. 넷째, 신경윤리학에 근거한 신경도덕교육(neuromoral education)의 가능성과 구체적인 적용 방안 그리고 한계점이 무엇인지를 제안한다.

이 책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저자가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였다. 먼저 저술 원고의 학문적 질을 더욱 높이기 위해 가급적 학술지 게재나, 또는 학술대회 발표를 거친 원고만을 담고자 하였다. 그것은 실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힘든 일이었지만 책의 학문적 위상을 더욱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에, 먼 길을 돌아서 가는 우회적인 집필 방식을 택하였다. 그러나 저자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아직은 논문 형식으로 작성하기 어려운 부분은 가급적 객관적으로 연구 동향을 기술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이 책은 모두 4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경윤리학의 주요 쟁점과 신경도덕교육 이론에 대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울러 한 학기에 걸친 수업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총 15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이 도움을 주었다. 먼저 원고에 대해 아낌없는 비평과 조언을 해준 학계 동료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늘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항상 배려해주는 춘천교육대학교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한결같이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지금 미국 플로리다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아들은 지난 몇 년간 학문적 대화를 나누는 기쁨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항상 보살펴준 아내의 숨은 공로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또한, 이 분야에 대한 최신 자료를 항상 접할 수 있게 해준 딸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딸은 UC Irvine 재학 시절에 내 연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모두 찾아서 보내 주는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끝으로, 어려운 출판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이렇게 기꺼이 출판을 허락해 준 한국문화사 관계자 모두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머리말」중에서

기술 혁명이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는 기술 혁명(technological revolution)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이란 과학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자연의 사물을 인간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하는 수단을 뜻한다. 그런데 이 기술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항공 기술, 조선 기술과 같은 특정 유형의 기술을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의 패러다임을 언급하거나 그것의 장치를 언급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두 가지 모두를 언급하기도 한다. 기술 패러다임은 기술의 유형을 특징화하는 일군의 개념·이론·방법이다. 비행기를 위한 기술 패러다임은 비행할 수 있는 기계의 개념, 기체 역학 이론, 비행을 구현하고 통제하기 위해 기체의 표면을 이용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기술 장치는 기술의 구체적인 부분이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상업용 제트 여객기는 기술 장치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므로 기술 장치는 기술 패러다임의 사례 혹은 실행인 셈이다. 기술 발전은 기술 패러다임이 더욱 발전된 개념·이론·방법으로 정교화할 때 또는 그 패러다임의 방법이나 사례가 효율·효과·안전 등의 관점에서 더욱 발전할 때 이루어진다. 이렇게 볼 때 인류 역사상 기술 발전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수많은 기술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기술 발전이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일이 발생할 때,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기술 혁명이라고 한다. 기술 혁명은 완전하게 성숙한 상태로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의 미래 모습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예측하기가 사실상 매우 어렵다. 그러나 전형적으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우리에게 있듯이, 우리는 기술 혁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무어(Moor, 2005: 112)에 따르면, 기술 혁명은 도입, 확산, 권력의 세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한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아이, 청소년, 어른으로 엄격하게 선을 그어 구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처럼, 기술 혁명의 세 단계 역시 명확한 경계선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기술 혁명의 첫 단계인 ‘도입’ 단계에서 기술의 최초 구현은 내용이 심원하여 보통 사람들이 알기 어렵고, 종종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겨지거나, 유용한 도구보다는 일종의 노리개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소수만이 그 기술을 이해하지만, 나중에는 상당수가 그 기술에 매료되어 그것의 능력을 탐색한다. 점차 그 장치는 제한된 목적을 달성하도록 발전되고 작동된다. 그 기술이 새롭고 복잡하다면 그 기술을 활용하는 데에는 많은 금전과 시간 및 자원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그 기술이 사회로 통합될 확률은 매우 낮으며,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작다.

기술 혁명의 두 번째 단계인 ‘확산’ 단계에서 기술 장치는 표준화되고, 설계와 작동 면에서 이전보다 더욱 인습적인 것이 된다. 사용자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그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특별 훈련이나 수업이 실시된다. 응용 비용은 점차 감소하고, 기술은 그 기술의 사용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발전하기 마련이다. 기술이 사회로 통합되는 것은 중간 정도의 수준이고,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 장치가 더욱 광범위하게 채택됨에 따라서 가시적인 것이 된다.

마지막으로 ‘권력’ 단계에서 기술은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기술은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되고, 기존의 기술 구조에 축적되어 권력이 된다. 그 문화 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기술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그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그 기술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규모의 경제는 가격을 낮추고, 광범위한 적용은 개선을 위한 압력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술이 사회로 통합되는 것은 거대하고,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이 사실상 혁명적인 기술이라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이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것을 본질적으로 혁명적인 것이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빵을 굽는 토스터는 기술 발전을 이루었으나 우리 사회에 심각한 수준의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토스터의 외양이 더욱 세련되고 성능이 이전보다 더 좋아지긴 했지만, 토스터 혁명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와 전기의 발명은 기술 혁명을 가져왔다.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서 토스터를 없애도 크게 변할 것이 없다. 그러나 자동차와 전기를 제거하면 우리 사회는 자동차와 전기가 사라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고 엄청난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한다. 이러한 기술 혁명의 세 단계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Moor, 2005: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