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종교와 미국에 대한 책입니다. 미국을 알기 원한다면, 특히 미국의 역사, 사회, 정치 등을 이해하려면 종교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종교는 건국 이래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세히 논의한 대로 미국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부침을 거듭하였고, 지난 세대에서 그런 모습을 명확히 보였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종교는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작용했는데, 이는 종교와 보수적 정치가 서로 하나로 뭉쳐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종교는 정치적으로 당파적인 색깔을 내보인 것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종교가 보수적인 정치인, 특히 공화당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 때문에 종교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 이 책이 종교와 미국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미국의 종교를 이해하는 데에만 유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논의한 많은 주제들은 다른 나라와 사회에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종교의 영향력은 미국 국경 안에만 갇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p.5
물론 모든 복음주의자들이 매우 보수적이거나 혹은 종교적 우익이라는 집단의 일원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신앙을 위해 교회를 다니는 것이지, 정치를 위해 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2010년도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보수주의는 미국의 종교에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이 런 사실은 종교적 우익 운동의 지도자들로 하여금 승리감을 맛보게 만드는 요소였지만, 다른 많은 미국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했다. 특히 갓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아직 종교에 대한 헌신이 약한 사람들에게 는 더욱 그러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성장한 많은 미국인들에게 종교는 보수적 정치에 집착하며 동성애와 같은 성적 문제에 대해 전통적인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종교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성적 도덕에 자유주의적인 입장을 견지한 사람들 중 많은 수는 “만약 종교라는 것이 정치와 성도덕의 영역에서 보수성을 띠는 것이 전부라면, 그런 종교는 내게 필요 없다”라는 식으로 말했다. 따라서 두 번째 반작용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일어났는데, 많은 수의 미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을 종교에서 이탈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 pp.107~108
미국인들이 1986년에 종교적 실천의 감소 원인에 대해 질문받았을 때, 그들이 내놓았던 진단은 지금 보더라도 매우 설득력이 있다. 갤럽 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왔다.
1. 젊은이들은 종교가 현실과 상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종교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2. 부도덕한 행위, 범죄, 폭력이 늘고 있다.
3. 물질적인 것들로 인해 마음이 나뉜다.
4. 교회가 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가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ㆍ정치적 이슈에 너무나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하룻밤에 미국은 신의 나라에서 신이 없는 나라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 p.129
사회의 세 가지 차원―젠더, 계급, 인종―은 모두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통하여 종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장과 다음 장에 서 우리는 이런 세 가지 대규모 사회적 전환이 현대 미국에서 종교와 어떻게 상호 작용해왔는가를 검토할 것이다. 이런 사회적 전환들은 미국의 종교적 삶을 통해 반향된 엄청난 충격들과 동시에 벌어졌다. 미국인들이 종교적인 면에서 좀 더 양극화됨에 따라 그런 전환은 발전하는 젠더와 계급, 그리고 인종적 관계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해왔는가? 어느 정도까지 종교 는 이런 변화 각각에 저항하거나, 그것들을 강화하거나 전용하거나, 또는 단순히 수용했는가?
--- p.287
종교성과 정치적 당파성을 함께 묶어주는 접착제는 정치적으로 돌출된 두 가지 이슈, 특히 낙태와 동성 결혼이라는 사실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이 두 이슈에 대한 태도는 종교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지만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새로운 부분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낙태와 동성애 권한에 대하여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두 이슈가 정치적으로 두드러진 이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두 정당이 이 문제를 놓고 갈라졌듯이 종교적인 유권자와 비종교적인 유권자도 갈라졌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 이슈에 대한 입장이 바뀐다면 정치에서의 종교적 분열 또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동성애 결혼에 대한 태도가 급속하게 자유주의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낙태에 대
한 태도는 더욱더 보수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한 태도 변화는 젊은 층 사이에서 가장 많이 표명되고 있다.
--- p.448
미국은 종교 폭동이 간헐적으로 발생했지만 지속적인 종교 전쟁은 없었다. 나라를 세울 때부터 미국은 국가 DNA에 종교 관용을 새겨 넣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우리는 나라를 열 무렵에 다른 종교들에 대한 아량이 다양한 개신교 종파만을 포함하는 것이었으며 가톨릭 신자
나 유대교인, 이슬람 신자, 그리고 무신론자는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국 초기 몇 년 동안에는 로크의 종교 관용 개념이 전해져 있었다. 로크는 종교 관용의 “필연성과 이점”에 대하여 말하면서 시민 평화 유지 수단으로 종교 관용을 정당화하였다. 다른 신앙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다른 신앙을 수용할 수 있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사상이 로크로부터 전해진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 p.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