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부끄러워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부끄러움에 눌려 얼굴을 들 수 없지만, 그래도 기도합니다. 부끄러움을 헤치고 다시 설레면서 희망의 삶을 얻기 위해 기도합니다. 부끄러움 때문에 마냥 기를 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헤맬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부끄러움이 영원한 삶을 위한 밝은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도를 통한 참회가 있어야 함을 잊지 않게 하소서.---‘책머리에’에서
아름다운 이웃이 되지 않고 있을 때
주님, 제가 이웃다운 이웃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참회합니다. 제가 그 누구에게도 이웃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그 누구도 저의 이웃이 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누구와도 흔히 따지고 계산하는 일에 바빴고, 제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는 사람이나 제 생각과 다르게 사는 사람, 제 마음을 채워 주지 않는 사람을 싸늘한 눈빛으로, 차가운 얼굴로 만나 왔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제가 먼저 따뜻한 이웃이 되려는 마음보다 남이 먼저 저의 좋은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괴이한 마음을 버리게 하소서.
이제 제가 먼저 저를 내어 주면서 먼저 인사하게 하소서.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도, 남루한 옷을 입은 사람에게도, 작은 집에 사는 사람에게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망설이지 않고 먼저 인사하게 하소서. 먼저 인사하는 일이야말로 제가 먼저 이웃 되기를 겸허히 청하는 매우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주님, 제가 따뜻한 눈빛과 미소로 이웃이 되고, 싱그러운 말과 침묵으로 이웃이 되게 하소서. 진실로 행복한 이웃으로 태어나 하늘의 삶을 밝게 시작하게 하소서.
아멘.---p.14~15
겨울 없이 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주님, 저는 지금 만물이 겨울을 뚫고 태어나 꽃을 피우고 향기를 내는 봄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저는 겨울의 고통을 마련치 않아 아직도 태어나지 못하였고,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였으며, 그래서 향기를 내지 못해 왔음을 참회합니다. 봄이 겨울 없이는 태어나지 못하는 것임을 자주 잊으면서 그저 봄만을 기다려 왔음을 부끄럽게 참회합니다.
주님, 저에게 알맞은 겨울을 허락하소서. 영혼이 따뜻이 태어날 수 있게, 영혼이 사랑의 꽃을 피울 수 있게, 영혼이 하늘의 향기를 품을 수 있게 알맞은 고통을 허락하소서. 고뇌 어린 기도로 영혼을 거룩하게 하시고, 진지함이 깃든 생각으로 영혼을 성숙하게 하시며, 희생이 따르는 침묵과 행동으로 영혼을 향기 있게 만들어 주소서.
주님, 진실로 제 영혼과 삶이 알맞은 겨울을 거쳐 봄으로 태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세상과 하늘을 따뜻하고도 너그럽게 밝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하게 하소서. 계절의 봄을 바라보면서 하늘의 영원한 봄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제 영혼을 어루만져 주소서.
아멘.---p.34~35
용서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주님, 저를 아프게 한 이웃, 저를 채워 주지 않은 이웃을 용서하느라 했지만, 아직도 그들이 저의 마음 어딘가에 갇혀서 저를 괴롭히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들을 뿌리째 깊이 용서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건성으로 덮어 두었음을 참회합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저의 온갖 죄를 조금도 헤아리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제가 이웃의 티끌 같은 잘못을 너그럽게 넘기지 못한다면, 저의 삶은 무엇으로 거룩해지겠습니까, 아름다워지겠습니까.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저에게 내려 주소서. 용서하는 지혜와 힘이 없다면, 제가 무엇으로 사랑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무엇으로 평화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무엇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주님, 하늘 나라는 용서할 줄 아는 영혼들이 모여 사랑의 끝없는 잔치를 벌이는 곳임을 의심하지 않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용서하는 삶을 뜨겁게 익히게 하시어 용서의 달인이 되게 하소서. 용서로 이루어지는 그 영원한 사랑의 잔치에 꼭 들고 싶습니다.
아멘.---p.58~59
잔치 없이 살고 있을 때
주님,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참으로 많은 것을 얻고 있음에도 그것들로 삶의 잔치를 벌이지 못했음을 참회합니다. 재물을 받았으면서도, 웃을 수 있는 행복을 얻었으면서도, 사랑과 평화를 얻었으면서도 그것들을 나누는 잔치를 벌이지 못했습니다. 많은 것을 얻었음에 뜨거이 감사하며 오늘을 잔칫날로 살아가야 마땅하거늘, 더 바라면서 불만에 찬 얼굴로 어둔 하루를 산다는 건 정녕 부끄러운 일임을 참회합니다.
주님, 제가 저 하늘의 영원한 잔치에 참여하려면, 이 세상의 삶에서부터 잔치를 베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랑으로 이웃에 잔치를 베풀 줄 알아야, 하느님께서 주시는 미소로, 화해와 평화로 이웃에 잔치를 베풀어야 하늘 나라에 가서도 영원한 잔치를 베푸는 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님, 잔치 없는 삶은 너무나 메마른 벌판이 될 것이고, 잔치를 벌일 줄 모르는 영혼은 참으로 재미없는 삶을 이루어 갈 뿐이겠지요! 그런 인색한 삶과 영혼으로 영원히 풍요롭고도 유쾌한 하늘의 잔치에 들 수 있겠습니까. 잔치로 밝은 오늘, 잔치로 상쾌히 이루어 가는 나날이 되게 하소서. 아멘.
---p.126~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