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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미드웨이

: 어느 조종사가 겪은 태평양 함대항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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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36g | 140*210*21mm
ISBN13 9791190277204
ISBN10 1190277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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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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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조종사는 외로운 상어다. 혼자 비행하고 혼자 화내며 혼자 얘기한다. 반면에 급강하 폭격기와 뇌격기에서는 조종사 외에 추가로 승무원 1, 2명이 비행과 교전의 감정을 공유한다.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와 통신수 겸 사수?후자는 조종사 뒤에서 기관포를 마주보고 동체의 꼬리 너머로 하늘을 응시한다?는 뇌격기의 승무원들보다 더 친밀해진다. 급강하 폭격기에 몸을 싣고 태양 아래 창백한 창공으로 솟구친 두 사람은 결속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긴 초계 비행 동안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고향에 남겨두고 온 서로의 여자 친구 얘기를 늘어놓거나 때로는 인터폰에 대고 노래를 부르기까지 한다. 제이미는 위험한 폭격 임무를 띠고 출격할 때면 어김없이 통신수 겸 사수에게 “난 세상을 불태우고 싶지 않아. 그저 사랑을 하고 싶을 뿐이야”라는 잘 알려진 노래를 요들 창법으로 불러준다. 함께 비행하는 시간이 길고 조종사가 매번 같은 대원과 출격한다면 그들은 단 몇 번의 비행만으로 서로를 아주 잘 알게 된다. 우리가 항모전단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항공모함 갑판에 착함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했다. 우리는 줄곧 그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 「USS 호넷」 중에서

항공모함 함재기 조종사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징을 꼽으라면 사실에 근거한 객관성일 것이다. 나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남은 제8뇌격비행대원들이 깊은 슬픔과 복수심에 몸부림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군은 (특히 전시에는)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우를 잃게 된다면 감당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분노한 복수자로 변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우의 죽음을 자주 겪다보면 선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죽는다는 생각에 느꼈던 절망감도 차차 무뎌지고 결국에는 일본군을 격퇴하여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변함없고 냉철한 결심을 되새기게 될 터이다. 감상적인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투 조종사는 언제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다음 출격에서 생각할 일은 피아식별과 타격지점이다.” 그냥 감정을 표출해버리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전투 비행사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하여 뇌격기 조종석에 가져가야 할 생각은 표적의 위치, 표적각, 표적 속도, 투하 지점, 적의 대공포 회피를 비롯해 오로지 객관적인 고려사항뿐이다.
--- 「미드웨이 해전」 중에서

일주일 후 나는 파견 명령을 받고 짐을 꾸리는 딕 재커드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삼주 후면 또 만나게 될 거야, 미어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 USS 와스프의 비행단으로 파견되었던 재커드의 전사 소식을 들은 곳도 그 정글 막사였다. 나와 헤어진 직후 재커드는 와스프에 배속됐다. 와스프가 어뢰 공격을 받는 동안 자기 침상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그는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그가 만약 비행중이었더라면 그 어떤 일본군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재커드가 조종간을 붙잡고 있는 한 죽일 방법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가 자주 하던 말이 떠오르는 걸 어쩔 수 없다. “그게 전쟁이지. 그게 인생이지. 그게 사랑이지.”
--- 「동부 솔로몬 해전」 중에서

포탄 몇 발은 참호에서 불과 몇 미터 거리에 떨어졌다. 묵직한 한 발이 근처에 떨어졌을 때는 초콜릿 푸딩을 숟가락으로 탁 치는 것처럼 참호 벽이 뒤흔들렸다. (…) 70명가량의 장병이 비행대에 배정된 대형 트럭에 빽빽이 올라탔고, 나머지 인원은 이용할 수 있는 지프 몇 대에 오르고 매달렸다. 일부는 도보로 이동했다. 우리는 그렇게 해변의 커다란 방공호로 향했다. 우리가 아직 트럭에 오르는 동안 또다시 포격이 시작되었다. 병사들이 사방에서 기어오르는 와중에 갑자기 트럭이 구르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멈추라고 소리쳤다. 성질 급한 경주마가 멈췄다가 뛰쳐나갔다가 하기를 반복하듯이 우리는 몇 번이나 트럭을 세웠다가 다시 보냈다가 했다. 그래도 타지 못한 장병들을 내버려두고 트럭은 달리기 시작했다. 해변까지 가는 과정은 내가 술에 취하지 않고 제정신으로 가본 최악의 길이었다. 병사들은 악을 쓰고 심지어 울부짖었으며 서로의 뒤에 숨으려고 하거나 비집고 들어가 트럭 바닥에 바짝 엎드리려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중 몇몇은 입고 있는 상의를 끌어올려 철모처럼 머리에 뒤집어쓰기도 했다. 트럭 운전병은 운전 실력이 뛰어나서였는지 아니면 천천히 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어서였는지 아무튼 근처에 떨어지는 포탄의 화염 외엔 빛이라고는 없는 어둠 속에서 시속 60킬로미터로 질주했다. (…) 한 병사가 오히려 더 위험한 곳으로 끌려왔다고 생각했는지 이렇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놈들이 우릴 모조리 죽이고 말거야! 놈들이 우리를 모조리 죽이고 말거야!” 누군가 트럭 뒤로 던져버리겠다고 윽박지른 다음에야 그는 입을 다물었다.
--- 「참호의 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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