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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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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38g | 148*190*15mm
ISBN13 9788994655796
ISBN10 8994655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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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가 함께 머리를 마주 대고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시들만 골라서 이 시집을 묶습니다. 그런 다음 시를 읽고 난 나 자신의 감상을 담았습니다. 정말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과 아이, 선생님과 학생. 그렇게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을 차근차근 읽으면서 서로서로 느낌을 이야기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그렇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될수록 좋은 마음을 갖고 즐거운 마음을 갖고 끝내 행복한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이 내 믿음입니다. 이 책이 그런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여는 글」 중에서

어떤 집 어른이든 자기 집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은 엇비슷합니다. 공부 잘해라, 착한 사람이 되어라, 친구들과 잘 지내 거라, 길조심, 차 조심해라, 요즘은 거기에 낯선 사람 조심하라는 말까지 덧붙입니다. 학교에서는 또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잘 지내라, 왕따 시키지 마라, 사고 치지 마라, 숙제 잘해라, 그 소리가 그 소리 같은 잔소리 속에서 아이들은 하루하루를 삽니다. 견뎌갑니다. 아니, 시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이 시에 나오는 아빠의 부탁은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답고 속내 깊은 부탁이고 가르침입니까? 그래도 이런 아버지들이 더러 있어서 이 땅은 아주 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 땅의 아이들이 잘 자라난다고 생각합니다. 시인 아버지의 부탁을 좀 들어보세요. 첫째가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고 도시락을 안 싸 온 친구를 살펴서 그 친구와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라는 부탁입니다. 이 얼마나 거룩한 부탁입니까!
--- 「'딸을 위한 시' 감상 글」 중에서

살다 보면 별일도 많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시내 쪽으로 갈 때 가끔은 낯선 아이들한테 인사를 받을 때가 있지요. 그것도 공손히 손을 모으고 하는 인사입니다. “나를 아니?” 하고 물으면 모른다고 고개를 흔듭니다. 그래도 아이는 그냥 인사를 합니다. 내가 예전에 교직 생활을 했고 교장 선생을 한 것을 아이가 알아서 그런 걸까? 내가 시인인 것을 알아서 그런 걸까? 아닙니다. 아이는 그냥 사람한테 인사를 한 것입니다. 사람 가운데서도 나이 많은 어른한테 인사를 한 것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사입니까? 이제 우리는 나이 많은 나무나 오래된 강물한테도 인사를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면 나 자신이 밝아지고 아름다워집니다. 먼 곳이 잘 보이고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기도 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 「'여름의 일' 감상 글」 중에서

우리나라의 시에서 보면 아버지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주로 어머니와 누나가잘 나오지요. 그런데 이 시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나옵니다. 놀라운 일이고 반가운 일입니다. 나는 자라면서 아버지와 친하지 않은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멀고 무섭기만 한 남자 어른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버지 노릇인 줄 알고 나는 또 아들한테 무섭고 먼 아버지 노릇만 했습니다. 후회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준관 시인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부러운 일입니다.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부드러운 아버지와 아들. 참으로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그것도 여름밤. 두 사람이 별을 보고 있군요. 아예 아버지는 아들에게 별을 보면서 여름밤을 꼬박 새워보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아버지, 아름다운 아들, 아름다운 여름밤, 아름다운 별입니다.
--- 「'여름밤' 감상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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