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소를 생각한다

소를 생각한다

리뷰 총점9.2 리뷰 26건 | 판매지수 36
정가
14,000
판매가
12,6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25g | 138*210*18mm
ISBN13 9788965709848
ISBN10 896570984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안채에서는 젖 뗀 송아지를 살찌우고 있다. 몇 주 뒤면 도축장에 갈 것이기 때문에 여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저기 내가 좋아하는 어린 레드 황소가 있다. 강인하고 근육질인 데다 값도 두둑이 받을 수 있다. 하루는 우사를 청소하는 나를 죽일 뻔했지만 용서했다. 녀석도 내가 앙갚음으로 두들겨 팬 것을 용서했을 테지. 녀석이 나를 뿔로 들이받은 것은 그저 호기심 때문이었음을 안다. 소들은 성격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소는 착하고 어떤 소는 못됐고 어떤 소는 교활하고 어떤 소는 게을러터졌다. 기질도 다르고 기분도 변한다. 가장 순하던 녀석이 동료를 못살게 굴고 가장 다혈질이던 녀석이 송아지들이랑 놀아주기도 한다. 소의 세계에는 인종주의가 없으며 품종과 색깔이 달라도 서로 잘 지낸다.
--- p.27

나는 행운아다.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아무 때나 벗어날 수 있다. 예전만큼 세상에 얽매여 있지 않다. 물론 휴대폰은 있지만, 그건 외출했을 때 연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예 없앴으면 좋겠다. 지금 나는 기술에 의존하는 습관을 버리는 중이다. 기술이 없는 곳에 자유가 있다. 버치뷰가 나의 월든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부터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있을 때였다. 40번째인가 50번째인가 왕복한 뒤에 턴을 하고서 숨을 쉬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내가 이 몸속에서 편안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 이내 사라질까 봐 걱정했지만, 그 뒤로 깨달음은 더욱 커져만 갔고 평정심은 깊어졌다. 이런 느낌이 가장 강할 때는 숲속을 달리거나 농로를 자전거로 내려갈 때이다. 소나 양의 새끼를 받을 때도 그렇다. 무언가 숭고하고 거룩하고 본질적인 것을 경험한다는 느낌이다. 1년 전부터 비로소 삶을 진정으로 살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것은, 그전에는 죽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저 살아 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살아야 할 ‘삶’이 없다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p.96

도시에서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었다. 애초에 그러도록 생겨먹은 것은 아니겠지만, 이 분리는 이제 거의 총체적으로 일어났으며 도시민이 보는 자연은 기껏해야 자연의 인위적 복제인 공원뿐이다. 물론 공원에도 생명은 있지만 정교하게 관리되고 통제된다. 도시에도 동물이 있지만, 새와 길짐승 말고는 그 무엇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한다. 도시민은 자연과의 연결을 지켜내라며 우리 농사꾼에게 대가를 치르고 우리는 그들이 못 하는 것을 수확한다. 애석하게도 이 푸른 행성에서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은 자연과의 관계를 상실했다.

이 사실을 가장 뼈저리게 실감한 것은 토론토에서였다. 나는 2년 가까이 자연을 몸으로 접하며 살았다. 당시의 애인과 시골(캐나다 사람들은 ‘코티지 컨트리cottage country’라고 부른다)을 여행할 때면 오아시스에 온 것 같았다.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이었고 나무와 고요와 새는 내게 필요한 자양분이었다. 이곳에서 흰머리수리와 곰을, 강에서 연어와 송어를, 숲에서 말코손바닥사슴과 사슴을 보았다. 물론 도시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극장과 디스코텍, 체육관과 카페, 레스토랑과 젊은이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아파트에 살면서 나의 일부는 이 소들과 지금의 생활 방식을 그리워했다. 그것은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위그니스(uaigneas)’, 즉 고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삶이란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동물과도 공유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 짐승들, 이 소들은 내게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내 동료들이다. 우리가 그들을 야생에서 우리 가족의 곁으로 불러냈으며 지금도 함께 있어서 기쁘다.
--- p.137-138

날씨가 궂지만 농장 사정은 양호하다. 다들 생기가 넘친다. 이런 날이면 농사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가 마침내 돌아와 나의 소명을 발견한 것 같다. 부모님이 영영 농사를 지을 수는 없으니 언젠가는 내가 이어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몇 가지 변화는 있을 것이다. 나는 유기농 농부가 될 작정이다. 그게 미래, 적어도 내가 그려보는 미래이니까. 도시에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면 최고를 공급하고 싶다. 우리 안을 걸으면서 무엇을 할지, 어떤 소를 먼저 챙길지, 어떤 새끼가 나올지 꿈꾼다. 심심풀이로 소형 덱스터 품종을 몇 마리 키울까 싶다. 덱스터는 귀여운 미니어처 소인데, 앞쪽 풀밭에서 키우면 근사할 것이다. 블랙 화이트헤드도 있었으면 좋겠다. 젖이 잘 나오고 새끼도 잘 낳으니까. 유기농을 하려면 힘이 들겠지만, 나는 각오가 되어 있다.

여자 친구 비비언에게 페이스북으로 꿈 얘길 했더니 웃음을 터뜨린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인 글쓰기는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다. 글쓰기가 어떻게 되었느냐고? 나도 모르겠다. 송아지가 5분 만에 태어나지 않듯 책도 하룻밤 새 탄생하지 않는다. 당분간은 가축들에겐 내가 필요하고 내겐 가축들이 필요하다.
--- p.236-237

함께 지내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사람들은 양이나 소의 새끼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내게 어떤 느낌인지 묻는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미가 분만을 하고 있었고 내가 도우러 갔어. 느낄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럴 여유가 없어. 본능에 따를 뿐이지.” 던컨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사실이, 이 지식이 어떤 책의 글만큼이나 내게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어릴 적에 땅을 떠났으니 전형적인 농사꾼 아들은 아니지만, 그 이별이 아니었다면 나의 문화와 타고난 권리를 결코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가축을 단순한 짐승이 아닌 훨씬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 가축은 역사의 피조물이요, 과거를, 우리의 과거를 담는 그릇이다. 나는 가축의 유전자와 몸에서 소뿐 아니라 주인인 농부들의 경주를 본다. 그 속에서 이야기들에 얹힌 이야기들을 본다. 작가와 농사꾼 중 어느 하나를 택할 필요는 없다. 둘 다 될 수 있다. 나는 농사꾼이자 작가이다.
--- p.319-32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생명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 조심스러운 경이로 가득 찬 멋진 책!
- 사라 바움 (아일랜드의 소설가)
이 책의 강점과 독창성은 아일랜드의 가족 농장으로 귀농한 스물아홉 살 젊은 작가의 삶이 재건되는 과정을 너무나도 정직하게 그려냈다는 데 있다.
- [가디언Guardian]
삶의 작은 순간들을 음미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멈추게 하는 책. 저자 존 코널은 단순하고 여유로운 문체로 어딘가에 속하면서도 동시에 속하지 않는 것에 관한 정직하고 선명한 성찰을 보여준다.
- [아이리시 타임스Irish Times]
뜻밖의 커다란 성취. 만족스럽고 강렬한 어울림. 코널의 이 훌륭한 책은 소에 대한 매혹적인 역사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은 의심의 여지 없는 수상 작품prize-winner감이다.
- [데일리 메일Daily Mail]
인간과 동물 간의 영원한 고군분투를 호의적이고 현명한 관찰자의 눈으로 그려낸 책. 자신이 보살피는 동물들을 설명하는 방식, 현대식 농업에 대한 지적 성찰과 암울함 대한 열린 마음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모든 면에서 찬사 받아 마땅하다.
- [선데이 타임스Sunday Times]

회원리뷰 (26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6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