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휘몰아치자, 돌처럼 거칠고 단단한 몸통으로 버티고 서서 사방으로 도리깨질을 하던 시커먼 나뭇가지들이 쌓여가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졌다. 칠흑 같은 밤이었다. 나무들 사이로 한 소년이 달리다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달렸다. 따뜻한 몸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소년의 옷을 적시다 이내 꽁꽁 얼어버렸다. 완전한 흑백의 세계가 소년을 둘러싸고 있었다.
소년의 붉은 손과 손톱 밑만 빼고.
어린 아이가 가지고 있어선 안 될 칼도 차갑게 얼어 있었다.
순간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걷히고, 가없는 어둠이 사방을 감싸 안으면서 소년은 쇳덩어리 같은 나무에 부딪쳐 코피를 흘리며 또 넘어졌다. 소년은 다시 몸을 일으켜 무릎과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달렸다. 나뭇가지들이 소년의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맨살을 찢었다. 뒤쪽 멀리서 작살 같은 불빛이 어둠을 찔러왔고, 소년을 추적하는 소리가 숲의 목구멍에서 헐떡이는 숨처럼 부풀어 올랐다.
매서운 바람을 타고 길게 울려 퍼지는 고함소리들….
산등성이 너머에서 짖어대는 개들…. -본문 중에서
마이클은 손에 총을 든 채 피해 있던 곳에서 일어섰다. 그는 3초 만에 아홉 발을 발사했다. 마이클이 쏜 총알들이 에스컬레이드에 구멍을 내면서 유리창을 박살내자 스티븐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그가 계기판을 손으로 두드리면서 기사에게 뭐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 큰 차가 갑자기 우회전을 하느라 연석을 치면서 타이어에서 쿵 소리가 났다. 마이클은 에스컬레이드를 따라 달리면서 열기와 비명 소리로부터 멀어졌다. 그는 오도 가도 못한 채 멈춰 있던 차들 위로 기어 올라갔다가, 다시 보도로 뛰어내리면서 아스팔트에 정강이를 제대로 부딪쳤다. 그는 블록 하나를 전속력으로 달려 차를 따라갔지만 길이 트이면서 차가 속력을 냈다. 마이클은 멈춰 서서 남은 총알들을 차 뒤쪽 유리창에 대고 발사했다. 그래봤자 치명타는 입히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거리도 너무 멀고 차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총을 쏘는 감이 좋았으니, 운이 좋아서 맞출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스티븐은 이제 죽은 목숨이다.
지금이든 나중이든.
죽는다. -본문 중에서
절 마이클처럼 만들어 주세요, 소년은 기도했다.
뒤에서 발자국 소리들이 들리자, 소년의 눈동자가 돌아가면서 흰자가 드러났다.
절 강하게 만들어 주세요.
소년의 목에서 또다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면서 그들의 발자국 소리를 피해 달아났다. 그들이 쾅쾅 문을 닫으며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대고 금속 파이프들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를 피해.
제발, 하느님….
줄리앙은 몸으로 문을 와락 밀면서 들어갔다. 다친 발목이 꺾이면서 다시 넘어졌고, 눈 뒤에서 통증이 화약처럼 확 타올랐다. 소년은 소매로 얼굴을 문질러 닦았다. 울고 있다 잡히면 더 끔찍한 일을 당할 테니까.
열 배 더.
아니 천 배 더 끔찍해질 테니까. -본문 중에서
지미는 새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몸을 뒤로 기울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두고 보니, 정말 마이클은 터프 그 자체였지.”
“내게 그 얘길 왜 하는 거죠?”
“왜냐면, 그렇게까지 했지만 지금의 마이클을 만든 건 오토 케이틀린이 아니기 때문이야. 바로 내가 그렇게 한 거지.”
“그게 중요한가요?”
“지금 농담해?” 지미가 웃었다.
“내게 왜 그 얘길 하는지 알고 싶어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어리석은 여자야. 마이클은 그냥 흔해빠진 킬러가 아니기 때문이야. 마이클은 우아해. 가령, 피아노 연주와 살인을 비교하자면 모차르트와 같고, 마이클의 기록에 비교하자면 모나리자를 그린 다빈치와 같은 반열이지. 마이클은 천재이자 걸작이야. 내 손에서 그 작품이 나왔단 말이야. 오토 케이틀린이 아니고. 거리에서 컸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지. 싸구려 여인숙 침대의 더러운 시트 위에서 마이클을 싸지른 창녀만큼이나 내가 마이클을 낳은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당신은 그게 자랑스럽단 말이죠?”
“하느님은 예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것 같아?”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