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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00g | 128*187*30mm
ISBN13 9788952222350
ISBN10 895222235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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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다마키는 왜 그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 생각했다. 어젯밤에는 바람이 거세 온 집 안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마음이 뒤숭숭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인은 아무래도 다마키가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인 듯했다.
다마키는 ‘인’이란 소설을 쓰려 하고 있다. 주제는 연애에서 일어나는 말살이다. 말살이라고 해서 ‘진짜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무시하고, 방치하고, 도망쳐 자취를 감추는 등등 제 처지만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상대와의 관계를 끊어 상대방 마음을 ‘죽이는 것’을 말살로 규정했다. 주인공은 미도리카와 미키오가 쓴 『무쿠비토』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코[○子]’다. 미도리카와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질투심에 불타오른다. 『무쿠비토』는 그 끔찍한 나날을 적나라하게 그린 소설이었다. 미도리카와는 애인을 ‘○코’라는 기호로 등장시켜 자기 가정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는 인물로 그렸다. 과연 ‘○코’로 등장하는 여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다마키는 우선 ‘○코’로 짐작되는 여자를 찾아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한창 취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 때문일까? 악몽 속에 등장한 죽은 아기는 말살되어 갈 곳을 잃은 영혼의 시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 누워 있는 아기의 시체를 계속 바라보는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랑의 결실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계속 살아갈 수 없었던
‘아기들’은 숱하게 많으리라. ‘끝’까지 함께하려는 꿈을 꾸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랑은 틀림없이 계속해서 영혼의 시체를 만들어냈으리라. 연애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사랑 때문에 마음이 병든 사람도 있고 죽음을 선택하는 이도 있다. 오랜 세월 괴로워하는 가족도 있다. --- pp.10-11

나는 역 앞 시장 같은 데나 기웃거리다가 일부러 늦게 집에 들어갔다. 6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하지만 집 안은 캄캄했다. 대체 이렇게 늦도록 어딜 나돌아 다니는 거지? 치요코에게 화를 내며 현관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두운 현관에서 다카코와 미치코가게다(일본 나막신?옮긴이)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더럽게 그게 뭐야?” 하며 미치코를 안고 다카코의 손을 잡아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고 아내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요헤이는 아기용 침대에서 자고 있어 마음이 놓였다. 서재로 가서 전등을 켰다. 순간 나는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다미 위에 치요코가 벌렁 누워 있었다. 그것도 내 일기장을 펼쳐 얼굴 위에 덮고 있는 상태였다.
“이게 뭐하는 거야?”
당황했지만 목소리는 차분했다. 치요코가 잠시 대답이 없어 혹시 죽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일기장을 집어 드니 아내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로 눈을 뜨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앉았다. 전쟁터에서 눈을 뜬 채 죽은 병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깜짝 놀랐잖아. 죽은 사람처럼 그게 뭐야?”라고 하자 치요코는 “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니까.”라고 대답하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내 뺨을 후려쳤다.
“당신은 형편없는 인간이야. 정말 형편없어. 경멸해.”
치요코는 내가 ○코와 산부인과에 갔던 일을 따졌다. 결국 들통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후회했지만 이미 돌이킬 방법이 없었다. 그런 일을 일기에 적어 놓은 내가 너무 어설펐다. 치요코를 얕잡아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치요코는 남의 일기를 훔쳐 읽지 않을 고결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이란 질투 앞에서는 무슨 짓이든 한다. 아니, 이성을 잃어버린다.
“당신은 날 버리고 ○코와 살고 싶은 거지?”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을 리가 있겠어? 봐, 이걸 보라고.”
보지 않아도 안다. 하지만 치요코는 필사적으로 손가락에 침을 묻혀 일기장을 넘기며 그 부분을 찾았다.
“봐, 보란 말이야.”
○코의 아이를 낙태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말없이 고개 숙인 ○코의 손을 잡고 이렇게 속삭였다. 언젠가 반드시 함께 살게 될 테니 날 믿어, 알았지.
치요코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거칠게 그 부분을 가리키며 꼼짝
도 하지 않았다. “봐, 보라고. 당신이 이런 소리를 했잖아.”라고 하면서.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으니 할 수 없지.”--- pp.73-75

“어디쯤이지?”
세이지는 약간 겁먹은 표정이었다. 둘이 몰래 만나려고 굳이 방을 따로 얻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세이지에게는 넘어서는 안 될 첫 번째 ‘선’이었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다마키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기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마키가 넘어선 첫 번째 ‘선’은 참으로 사소했다. 작업실에 필요하지도 않은 소파침대를 들여놓는 일이었으니까. 다마키의 생활에 끼어든 세이지가 무척 원하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세이지가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마키는 한참 망설인 끝에 일단 최초의 ‘선’을 넘어섰다. 그때 망설인 것에 비하면 방을 새로 얻는 일은 합리적인 결단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공식적인 작업실에서 정사의 냄새를 털어내고 싶었다. 그런데 세이지가 이제 와서 꽁무니를 빼다니. 참 못됐다.
“이제 거의 다 왔다니까.”
사실은 바로 앞에 보이는데도 다마키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세이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보고 싶었다. 새로 얻은 아파트는 소프랜드(욕조가 있는 방에서 종업원이 손님에게 성 접대하는 업소?옮긴이)와 러브호텔 사이에 떡하니 끼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이지는 소프랜드의 키치적인 간판에 눈길이 끌렸는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다. 어수선한 동네를 좋아하기는 다마키나 세이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다마키는 세이지가 새로 얻은 방을 틀림없이 좋아할 거라고 확신했다. 다마키는 아파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 아파트야.”
“좋네.”
짐작한 대로 세이지는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거 좋아하잖아.”
“응, 아주 좋아.”
세이지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다마키를 바라보았다. 아파트는 5층 건물이고 흰 벽에 파란색 기와지붕을 얹었다. 입구의 빨간 파사드가 유난히 자극적이었다. 현관은 초라하지만 청소는 잘 되어 있었는데 관리인은 없었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우편함의 뚜껑이 여러 개 활짝 열려 있었다. 정면에 네 명 정도밖에 탈 수 없을 것 같은 작은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다마키와 세이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이 부근 업소의 종업원 휴게소가 있는지 층수를 표시하는 칸에 그곳만 멋을 낸 영문자로 이름이 적혀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빈칸이거나 지운 흔적이 남아 있어 지저분했다.
다마키가 얻은 방은 5층 끄트머리에 있었다. 밖에서 훤히 보이는 아파트 바깥 복도에는 4월인데도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방 앞 복도에서 옆에 있는 소프랜드 현관이 보였다. 세이지와 둘이서 그쪽을 보니 햇빛이 비치는 짙은 보라색 유리문 안에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스타킹 신은 다리가 보였다.
다마키는 부동산중개소 사람이 준 열쇠로 문을 열었다. 방을 한 차례 구경하고 바로 계약했기 때문에 두 번째 방문이었다. 다마키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대담한 결정이라며 내심 놀라고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합판 문은 지금도 햇볕을 정통으로 받아 데워져 있었다.
“여기, 여름에는 덥겠네.”
응, 하고 세이지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오로지 서로를 품기 위해 이 방 문을 열어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으리라.
--- pp.168-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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