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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마리나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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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2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462g | 128*188*30mm
ISBN13 9788954620482
ISBN10 895462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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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세월 속에 묻어두었던 숱한 기억들이 언젠가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오늘, 그날의 기억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 누구에게나 가슴 깊숙한 곳에 꽁꽁 가둬둔 비밀이 있는 법이다. 나에게도 그런 비밀이 있다. --- pp.13-14

1970년대 말, 바르셀로나는 수많은 대로와 골목길로 이루어진 신기루와도 같은 곳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기만 해도, 카페 문턱을 넘어서기만 해도 삼사십 년 전 과거로의 여행이 얼마든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마법과도 같은 도시 속에서는 시간과 기억, 역사와 허구가 비에 젖은 수채화처럼 온통 경계를 허문 채 뒤섞여 있었다. --- p.15

항상 나는 오래된 기차역이야말로 세상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마법의 공간 중 하나라고 생각해왔다. 오래된 기차역에서는 추억이라는 환영과 이별,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의 숱한 떠남이 한데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했다. ‘혹 언젠가 내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린다면, 기차역에서 나를 찾을 수 있겠지.’ --- pp.119-120

“때로는 진짜 사실감 넘치는 이야기들은 상상 속에서만 일어날 뿐이야, 오스카르. 사람들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만 기억하는 법이지.” --- p.129

“자연이라는 것이 제 자식들에게 한 짓이 바로 이거요. 사람들의 심성은 악하지 않아요. 다만 살아남기 위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힘에 대항해 싸울 뿐이지. 세상에 자연보다 더 심술궂은 것도 없을 거요…… 따라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이 일은 창조라는 위대한 불경을 조롱해보고자 하는 것이오.” --- p.283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 밤, 미하일은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하일은 삶은 늘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주는 법이라고도 말했어요. 그는 재산과 명예와 권력, 이 모두를 얻었어요. 하지만 그의 영혼이 진정으로 원했던 건 마음의 평화, 그리고 그의 심장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그 검은 그림자들을 잠재우는 것이었죠……”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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