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한 다윈. 박물학자인 다윈은 사는 동안 내내 구토와 위통, 고창(가스가 차서 속이 부글거리는 증세-역주), 일상적인 설사와 만성피로에 시달렸다. 건강이 어찌나 안 좋았던지, 의사들은 그가 혹시 이런 증세들을 지어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2013년에 한 연구팀이 다윈의 턱수염에서 채취한 두 개의 모낭으로 실험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윈은 크론병, 즉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장염으로 죽은 것이 아니지만(직접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이 병이 영국 군함 비글호의 선상에서 그로 하여금 화장실까지 쉴 새 없이 달리기를 하게 만들었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윈은 표본을 수집하러 떠난 5년간의 여행 중 18개월을 왕실 해군함정 위에서 보냈다. 화장실은 상층 데크의 판자에 구멍을 뚫은 게 전부였고, 사생활 같은 것은 없었다.) 이 외에도 그의 머리카락에서는 기억력과 대머리, 그리고 위험감행(risk taking, 위험을 감지하고도 그것을 행하는 성향-역주)에 관련된 유전자가 검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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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크스 부스에게는 연극적인 요소가 풍부했다. 사실 링컨을 암살하지만 않았어도 부스는 모든 여성의 연인이자 당대 최고의 연극배우 중 한 명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어느 신문에서는 그를 가리켜 ‘미국 연극 무대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라고도 했다. 짙은 색 머리카락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 배우가 얼마나 진한 매력을 풍겼으면 한 주에 백 통이 넘는 연애편지가 밀려들었고 수입은 연간 2만 달러(오늘날 기준으로 백만장자)에 달했을까. 부스가 링컨을 살해한 것은 요즘으로 치면 할리우드의 특급 스타가 대통령을 저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은폐 공작까지 가미되면 진정한 할리우드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되는 셈이다.
1865년 4월 14일, 링컨이 포드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있을 때 부스가 대통령 석 안으로 걸어 들어가 뒤에서 대통령의 머리에 대고 데린저식 권총을 발사했다. 링컨은 앞으로 고꾸라졌고, 부스는 발코니에서 펄쩍 뛰어내리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그러나 그는 무대를 가로질러 어두운 옆문으로 빠져나가면서 자신의 출현이 마치 극의 한 장면인 것처럼 연출했고, 관객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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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은 몇 가지 사실을 알려주었다. 리처드가 삼십 대의 나이에 사망했으며, 호리호리한 체격의 소유자였고, 척추측만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등뼈가 굽는 척추측만은 한쪽 어깨가 다른 어깨보다 높아지는 원인이 된다. (셰익스피어가 주장한 것처럼 곱사등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외에 다른 실마리가 밝혀진 것은 그가 장내 기생충인 회충의 보유자였으며, 관절염이 심했고, 매일 와인을 한 병 넘게 마셨다는 것, 또한 대부분의 명문가 출신들처럼 주로 고기를 먹었다는 것 등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은 두개골을 이용해 그의 얼굴을 재현해냈는데, 이로써 그가 누구 말처럼 초라한 외모가 아니었다는 것 역시 밝혀졌다. (구글에서 ‘리처드 3세의 얼굴 재현’을 검색하면 나오니까 판단은 여러분들이 내리시기 바란다.)
2015년 3월 26일, 리처드 3세의 유해는 마침내 이전의 주차장 무덤보다 더 왕다운 위엄을 갖추게 되었다. 그는 지금 영국 레스터에 있는 레스터 대성당에 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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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있어야 장례식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문화가 있었는가 하면 로마인들은 피를 좀 봐서 활기를 돋우는 쪽을 선호했다. 로마인들은 고인을 기릴 때는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 하지만, 다만 그냥 도살하듯이 죽이는 것은 몰상식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글래디에이터, 즉 검투사라고 불리는 무장한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일 때까지 벌이는 정교한 경기를 개최했다. 이 검투사 장례 경기는 기원전 175년 무렵에는 고인을 기리는 가장 대중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경기에서 누군가가 죽지 않은 채 장례를 끝내는 것을 대단히 무례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되었다.
장례용 검투사 경기가 점점 더 사치스러워지게 되자 아예 행사를 맡아서 진행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그들을 편집자라고 불렀다. 일종의 행사 코디네이터라고 할 이 편집자들은 오늘날 저자들의 책을 대단히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출판인들과 아무 상관이 없다. 이 편집자들의 역할은 피바다가 멈추지 않게 하여 여흥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경기의 최고 편집자들은 알맞은 때에 글래디아트릭스(gladiatrix, 여자 검투사들)끼리 서로 겨루게 안배하거나 혹은 기린 몇 마리를 도살하기도 했다.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싸우게 하고 그걸 구경한 로마인들이 얼마나 병적이고 비틀려 있었는지에 대해 잘 못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장례 광대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다. 로마의 장례식에는 가면 복장을 하고 관 주변을 돌면서 춤을 추는 광대들이 있었다. 이 즐거운 조문객들은 장례식의 어두운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고용되었는데, 농담을 던져 사람들을 깔깔 웃게 만드는 게 임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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