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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지 마라, 슬픔아

나대지 마라, 슬픔아

: 루게릭병 엄마를 돌보는 청년, 그 짧아지는 시간의 기록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 당선작-03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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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52g | 135*205*13mm
ISBN13 9788967260439
ISBN10 896726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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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 발로 밖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부러워할까 두려워 한참 동안 대문 밖을 나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밖에 나갔을 때 집 앞에 있던 오래된 건물이 새 건물로 바뀐 걸 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 p.8

아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엄마가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렸는데 어떤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에 한편으론 고맙고 다른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나를 믿어줘서 그리고 말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해줘요. 나는 집안이 거덜 나도 상관없어요. 아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28

입원 후 엄마에게 물었다. 그러게 왜 수면 내시경을 하지 않으려고 했냐고. 엄마는 만약 수면 내시경을 했으면 숨을 못 쉬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안도했다. 엄마가 살아 있어서가 아니라 엄마가 살고 싶어 해서. 항상 죽고 싶다고 했는데. 인생살이를 하루살이로 여기는 줄 알았는데.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 p.74

녹음이 끝나자 엄마는 울었다. 나도 울었다. 그렇게 한 동안 둘이서 눈물을 쏟았다. 엄마는 아빠와 누나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엄마의 유언을 지키고 싶지 않았다. 결정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엄마가 말한 그 상황은 온다. 싫어도 선택해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다.
--- p.103

엄마의 몸이 마를수록 가난은 배불러만 갔다. 집에 돈이 없다. 아끼고 절약한다며 열심히 가계부도 적었건만 쓸데없는 짓이 돼버렸다. 쌓여가는 약값 영수증을 바라보며 저게 다 돈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 p.116

장례식에 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욕했다. 누나는 엄마를 저렇게 모시는데 아들이란 놈이 집구석에서 뭘 하는 거냐고. 귀가 간지럽다 못해 피가 나는 거 같았다. 누나와 나를 보는 시선마저 극과 극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153

우리는 엄마에게 최선을 다했다. 불타는 20대 청춘을 다 바쳤다. 엄마가 30~40대 젊음을 우리에게 바친 것처럼. 하지만 여전히 후회가 남는다. 조금 더 잘할 걸.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걸. 엄마에게 잘 해준 기억을 지운 채 아쉬운 마음만 자리를 잡았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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