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 무렵에 이륙하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비행기 창문으로 내려다보는 세상은 눈물겹습니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경비행기나 헬기를 타고 찍은 사진도 새로운 시선을 배우게 합니다. Bird’s-eye view는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앵글이 맞습니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하루를 Bird’s-eye view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높이, 더 멀리 볼 수 있는 시선으로 우리를 겹겹이 둘러싼 울타리를 사뿐히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p.23
당신은 가고 싶지 않아서 그곳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나는 바로 그런 때가 가야 하는 순간이라고 믿습니다. 당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당신의 말이 백 번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정정합니다. 당신은 이 하루를 ‘오늘’이라 부르지만 나는 ‘선물’이라 부릅니다. 당신이 ‘차이’ 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다양함’ 이라고 고쳐 씁니다. 당신과 나는 이렇게 다르지만 그것이 당신이 틀렸고 내가 옳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더 좋아졌듯이 당신도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당신과 나의 유일한 공통점이기를 바랍니다. --- p.25
한 사진작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 비결 중의 하나는 “거대한 것을 사소하게 보고, 사소한 것을 거대하게 보는 것”이라고. 좋은 삶을 일구는 비결도 같을 것입니다.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 느끼고, 거대한 것을 사소하게 느낄 수 있을 때 삶이 비로소 싱싱한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어떤 사진작가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하루에 딱 한 번만 셔터를 누르기로 자신과 약속을 했다지요. 그러고 보면 ‘카메라라고 쓰고 스승이라고 부른다’는 문장도 탄생할 법합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딱 한 번만 셔터를 누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순간, 어떤 삶의 풍경에 초점을 맞추게 될까요? --- p.32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삶이 쓸쓸할 때, 혼자서는 도저히 이겨 나가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가 있을 때, 딱 하루만 이를 악물고 견디는 방법을 알고 싶을 때, 다부진 각오들이 다 사라지려 할 때.......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볼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멋진 대답을 들려주는 콜 센터가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좋겠습니다. --- p.39
다만 겨울이기 때문에 앙상한 가지로 서 있는 나무처럼, 다만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을 ‘실패’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실패란 행동의 결과로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 버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 p.40
살아가는 일을 요약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한 줄이 남는다고 합니다. 프로들은 자신들이 받는 대우만큼 치열한 노력을 바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아마추어로 살다 가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어느 한 분야에서만큼은 프로처럼 치열하게 노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고 이적할 일도 없고 엄청난 출연료를 받을 일 같은 건 없더라도 말이지요. --- p.43
평화란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좋은 평화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다스림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내 안에 고요하고 너른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어지간해서는 외부의 불길에 마음이 휩쓸리지 않도록 평화를 잘 지키고 싶습니다. 현실이 우리에게 화를 권하더라도 ‘화내면 지는 거다’라는 생각으로 나를, 평화를 지키고 싶습니다. 하염없이 길을 걷든 노래를 부르든 어떤 방식으로든....... --- p.47
“쌀로 만드는 요리에 지름길이란 없다.” 쌀은 끓고, 익고, 뜸이 드는 시간을 가져야만 합니다.
인내심이 많아야 할 수 있는 쌀로 만든 요리가 우리의 주식이라는 건 참 의미심장합니다. ‘인생은 쌀로 만든 요리와 같다’는 말을 하루에 세 번씩 기억한다면 저렴한 지름길을 찾아 헤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p.48
우리도 그런 약속을 했던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로서는 진심이었을, 뚜렷하고 강한 의지를 담은 약속을 했던 일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공직에 나선 후보자가 아니니 지나치게 엄격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누군가를 향해 뚜렷하게 했던 약속은 이따금 점검할 필요가 있겠지요. 내가 했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그 약속을 하던 때의 진심어린 마음은 간직하고 있는지 약속의 무게를 점검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겠습니다. --- p.75
저녁은 귀 기울이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동시에 누군가 우리 곁에서 외롭게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로 가득한 틈새에서 누군가 홀로 울고 있지는 않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가슴에 담아 두고 못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시간입니다. 사람들과 만나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 저녁이 우리들의 이야기에 늘 귀 기울이는 것처럼 말이지요. --- p.79
고대 페르시아에는 ‘생게 사부르 Syngue Sabour’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생게 사부르는 ‘인내의 돌’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있을 때 생게 사부르에게 털어놓으면 그 돌이 비밀을 흡수한다고 믿었다지요. 그러나 생게 사부르는 비밀을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으면 깨지고, 그 순간에 비밀을 털어놓은 사람은 자유를 얻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합니다. 비밀이란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작가 이상은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다는 것처럼 가난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투명인간이 아닌 이상, 사람에게는 크고 작은 비밀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그 비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바뀌기도 합니다. --- p.102
‘해피 메이커’라고 불리는 약처럼 해피 메이커가 되어 줄 마음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여행자에게 건네는 사과 한 알, 친구의 생일 챙기기, 아무런 이유 없이 밥 한 끼 나눠 먹기, 손으로 쓴 엽서 보내기, 붉은 오미자로 차를 만들어 친구에게 가져다주기, 밑줄이 새까맣게 쳐진 좋은 책을 이웃집 아이에게 선물하기, 비 오는 날 함께 우산 쓰기, 잔돈이 조금 부족해서 계산대에서 망설이고 있는 아이를 위해 동전 몇 개 건네주기……. 내게서 건너가 다른 사람들을 행복에 전염시킬 일상의 해피 메이커들을 적어 보고 꼭 실천하려 합니다. --- p.105
시란 무엇이다, 행복이란 무엇이다, 사랑이란 무엇이다, 이런 정의에 지쳐 있긴 하지만 때로는 한마디의 명쾌한 정의가 우리의 혼란스러움을 말끔히 정리해 주고, 가슴 뭉클함을 건네줍니다. 매일 밤 오늘을 정의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삶을 건너가는 훌륭한 연습이 되겠지요? --- p.109
리셋이 가능하다면, 인간은 약한 존재라는 사실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약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하다고, 약하기 때문에 당신도 ‘우리’가 되어야 하는 거라고, 우리가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거꾸로 우리를 지켜 주는 힘이 되는 거라고, 서로에게 자주 환기시켜 주고 싶습니다. --- p.115
‘우리는 모두 한 권의 책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대출될 수 있는 책이며 도서관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 삶이 돌연 새롭게 다가옵니다. 도서관이란 책만 있는 곳이 아니라고 선언한 ‘살아 있는 도서관’은 세상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부수는 멋진 도서관입니다. 이런 멋진 도서관이 곳곳에 더 많이 생긴다면 지구는 우주에서 가장 멋진 도서관이 되지 않을까요? --- p.144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쓰여 있는 부분과 내가 쓰지 않은 모든 것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 두 번째 부분이다.” 모든 삶은 비트겐슈타인의 책과 같습니다. 다만 비트겐슈타인처럼 알고도 쓰지 않았는지, 혹은 몰라서 쓰지 못했는지의 차이가 있겠지요. 비트겐슈타인의 지적처럼 우리가 알면서도 쓰지 않은 모든 것들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쓰지 못한 부분, 그중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일기장에도 쓰지 못한 내 마음이겠지요. 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책. 그 책에는 어떤 내용들이 새겨지는 중일까요. --- p.147
“삶이란 가장 슬픈 날 가장 행복하게 웃는 용기를 배우는 여정이다.” 가장 슬픈 날 가장 행복하게 웃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란 삶이 우리에게 건넨 모든 것, 그것이 달콤한 것이든 쓴 것이든 모든 것을 받아서 오랜 시간 끓여 낸 사람일 것입니다. 구석에서 홀로 울던 시간이 있었던 우리들의 사춘기처럼. 지나온 시간의 상처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상처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고, 훈장이 되기도 하며, 그 사람만의 향기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슬픈 날 가장 행복하게 웃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되고 싶습니다. --- p.149
“그거 알아? 파도는 하루에 75만 번이나 해안을 때린다는 걸…….” 해안을 향해 부지런히 밀려오는 파도가 해안선을 바꾸듯이 하루하루 이어지는 작은 습관들이 삶의 지형을 바꿉니다. 우리를 바꾸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나 위대한 일 속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파도처럼 흔하고 자잘한 것을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 삶을, 생활을, 생의 지도를 바꾸리라 생각합니다. --- p.210
놓고 싶지 않은 것일수록 놓아야 하고, 가고 싶지 않을수록 가야 하며, 떠나고 싶지 않을수록 떠나야 하는 것처럼, 무거워지고 힘이 들어가려고 할수록 가벼워지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하루의 사용법도 어쩌면 똑같지 않을까요? --- p.213
가끔은 마음 사용 설명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마음이 매뉴얼로 관리될 수 있는 영역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깊이 사랑하는 사람은 남들이 좀처럼 발견하지 못하는 최고의 마음 사용법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로빈 스필버그처럼 말이죠. 우리의 마음 사용 설명서는 어떤 이용약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p.224
차이란 ‘다르다’가 아니라 ‘똑같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다르다’라고 생각하면 ‘갈등’이 되지만 ‘똑같지 않다’라고 생각하면 ‘다양함’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똑같지 않음이 우리를 더 노력하게 할 것입니다.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전화기를 들기 전 그 지역의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처럼 마음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조금 더 기울이게 됩니다. 똑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사려 깊은 사람들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차이’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딛고 발전을 이루라고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의 낙차를 이용해서 수력 발전을 하는 것처럼 마음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 p.226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마음의 리셋 버튼을 누르세요. 나쁜 기억들과 헤어지고 좋은 기억과 자신감을 품고 최고의 오프닝을 준비하는 아침. 꾸준히 하는 운동이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매일 훈련하면 그런 날들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