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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자 아이

나의 사자 아이

: 뇌성마비 장애아를 키우며 겪은 모험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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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34g | 146*210*30mm
ISBN13 9788993143812
ISBN10 899314381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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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안에 있던 생물학자가 다시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다. 만일 장애를 안고 태어난 새끼사자가 있다면, 그 사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 절름발이 새끼사자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나운 하이에나의 눈에 띄자마자 잡아먹히게 될까? 혹시 굶주린 우두머리 사자가 분노하여 휘두르는 발길질에 희생자가 되는 건 아닐까?

기적처럼 두 살까지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절름발이 사자는 이제 가족의 무리를 떠나야 한다. 앞으로 어떤 운명이 그 사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어디서든 자기와 연합할 수 있을 다른 젊은 사자들을 만나게 될까? 그 사자는 어느 전투부대에서 이 사자를 받아줄까? 아니면 녀석은 고독한 패배자가 되어 사바나를 배회하며 들쥐를 잡아먹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까?

질문에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쩌면 그 새끼사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운을 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자들이 사냥을 떠나고 없을 때, 나이 많은 이모가 그 녀석을 정성을 다해 지켜줄지도 모른다. 또 함정에 빠져 하이에나의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마침 그 하이에나가 채식주의라서 녀석을 놓아주게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우두머리를 잘 만난 덕분에 사냥한 고기를 분배할 때 앞발로 얻어맞는 대신, 제 몫을 챙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절름발이 젊은 사자에게 마음씨 좋은 배다른 형제가 하나 또는 둘이 있어 형제들과 함께 가족을 떠나 사냥터를 떠돌 수도 있다.

자연에서도 기적은 일어나는 법이다.
--- p. p187~188 「사자들이 떠났다」 중에서

그보다 2년 전, 레오를 학교에 데리고 가면서 있었던 일이다. 레오는 여느 때처럼 시든 채소 마냥 축 늘어져서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걸었고, 난 차가운 땀으로 목욕을 하는 중이었다. 그날도 지각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레오는 마치 새 편자를 시험하는 말처럼 발로 땅바닥을 굴렀다. 발의 감각을 느끼지 못해서 저러나?

“왜 그렇게 발을 구르는 거야?” 발을 구를 때마다 내가 화를 내며 물었다. 시종일관 내 질문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레오가 마침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엄마, 내가 걸을 수 있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

아이의 대꾸에 난 크게 웃고 말았다. 어쩌면 당황한 속내를 숨기려고 그랬을 것이다. 1학년짜리 아들에게 내 잘못을 지적당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레오의 반응은 내 능력 위주의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이었고, 잠시 숨을 고르고 깊이 생각해보라는 당부였다.
--- p. 260~261 「성난 얼굴로 쳐다보지 마」 중에서

우리가 버스에 앉아있을 때였다. 레오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엄마, 나치는 장애인을 어떻게 했어?”

이제는 독일 역사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레오의 삶과 연결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남편과 난 그 사실에 대해서는 신경 써서 입을 다물었는데 말이다.

그다음 며칠 동안 레오는 다시 다른 반 아이들과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레오 말로는, 그 아이들이 자기를 따돌리고 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난 아이에게 해줄 말이 별로 없었다. 난 그 아이들을 알지 못했고, 자세한 내막도 몰랐기 때문이다.

끝에 가서 레오는 다음과 같은 말로 날 놀라게 했다.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는 장애가 있어, 그치?”

“그래.” 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잘할 수 없는 게 있어. 그리고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게 있고.”
--- p. 290 「장애가 뭐야?」 중에서

다른 여자아이와 함께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히 레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두 아이가 전담 보조교사의 손을 잡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시몬과 레오 반의 다른 남자아이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레오와 함께 갈게요. 레오가 가지 않으면 우리도 절대 산에 올라가지 않을 거예요.”

“저도요.” “저도요.” 그 둘을 이어 다른 두 아이가 또 나섰다. 레오 반 아이들이 점점 더 많이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 두 아이 주위로 모여들었다. 마침내 특수교사만이 혼자 당황한 표정으로 남게 되었다.

“엄마, 그 선생님 나쁜 사람 아니야.” 레오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다. “난 그 선생님이 화를 내면서 아이들을 야단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근데 그 선생님이 어떻게 한 줄 알아? 큰 소리로 웃는 거야. 그러더니 도보여행용 지도를 꺼내면서 다른 반 담임선생님들한테 이렇게 말했어. ‘자, 난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좋은 곳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아마 이 주위에 계곡이나 아름다운 호수가 있을 거예요’라고 말이야.”
--- p.309~310 「우리가 함께 갈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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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아이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크고 작은 메시지들로 가득하다. 아이와 관련해 온갖 골치 아픈 일을 겪고 늘 갈등 상황에 놓이면서도 아이가 보내는 온갖 신호를 놓치지 않는 성실하고 지혜로운 양육자가 전해주는 값진 선물인 셈이다.

이제는 그 이야기들이 지금 특별한 아이를 만나고 있는 많은 부모와 교사에게 전해질 차례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또 다른 사자 아이들이 전하는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공진하 (한국우진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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