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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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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38g | 130*190*16mm
ISBN13 9788925568188
ISBN10 8925568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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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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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가장 열심히, 꾸준히 한 일이 바로 나이 먹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야 ‘나이 먹는 일’에 대해 가만히 들여다보고 곰곰 생각해본다. 어른이 되는 일, 사는 일에 허기가 져서 처음에는 맛도 모르고 허겁지겁 집어먹기 바쁘다가 이만큼 먹으니 이제 좀 느긋해져서일까? 내가 먹고 있는 것이 대체 뭔지 요모조모 뜯어보고 어떻게 먹어야 체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을까도 생각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이가 든다 해도 쇠락과 비움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채워지는 내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일을 믿으며 오늘을 산다. 연습이란 그런 것이다.
--- 「층계참에서 지르박을」 중에서

엄마가 아이를 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아이도 엄마를 다 모르겠지. 엄마 역시 쓸쓸하고 외로울 때도 있는 섬세한 감정의 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건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중략) 세상 무엇과도 마찬가지로,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자식과도 약간의 거리를 둔다.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다.
--- 「자식과도 약간의 거리를 둔다」 중에서

“야! 그게 울 일이야? 그게 울 일이야? 뭐 그까짓 거로 울고불고 난리를 쳐?” 제제가 정색하고 나를 바라봤다. “엄마, 내가 눈물이 나와서 우는 거예요. 내가 우는 데 울 일인지 아닌지를 왜 엄마가 정해줘요?” (중략) 감정은 평가할 수 없다. 옳은 감정, 상황에 딱 맞는 적절한 감정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다.
--- 「인생의 핵심 콘텐츠는 감정」 중에서

그래서 우리는 서로 돕는다. 돕지 않으면 이야기 진행이 안 된다. “전에 우리 거기 갔었잖아. 거기 그… 저기가 많았잖아.” 그러면 ‘전에’라는 게 대체 언제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저번 달인지 작년 봄인지, 그러면 어디를 갔었는지를 추측하고 같이 갔던 곳이 확정되면 거기 뭐가 많았는지 여러 명이 달려들어 추리해봐야 한다. 누구 이름이 생각 안 나도 야단법석이다. “그 배우 누구지? 그 왜 있잖아. 저번에 거기 나왔던 그 사람.” “누구?” “아니 있잖아. 그 저기랑 같이 나왔던 남자.” “저기는 또 누구야?”
--- 「그 배우 이름이 뭐더라」 중에서

내 이후의 삶, 노년기의 삶이 어떤 모습일지 지금 다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겨우 생긴 내 방이 없어지지 않도록 애쓸 것이다. 내 방에서 나의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재미있고 생산적인 일을 만들 것이다. 도움 없이 내 힘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몸을 돌볼 것이다. 식구들과는 적당히 무관심하며 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혼자 지낼 수 있는 내 방을 끝까지 갖겠다. 그리고 그 방에서 기꺼이 외로워하겠다.
--- 「우리 집 말고 내 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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