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시로군요! 이 아이는 전형적인 약시예요.”
프란츠네 가족은 하나같이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방금 들은 말의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게으른 눈이라고 하지요. 그러니까 한쪽 눈이 일하느라 바쁜 동안, 다른 쪽 눈은 편히 쉬고 있다는 뜻이에요. 부지런한 말과 게으른 말이 끄는 마차를 떠올려 봅시다. 첫 번째 말이 열심히 달릴수록 두 번째 말은 노력을 덜하게 되지요. 말하자면 프란츠의 왼쪽 눈이 게으름뱅이인 셈이에요. 아주 고약한 게으름뱅이지요!”
박사님은 이렇게 내뱉고는 껄껄 웃었다. 그러자 턱살이 부르르 떨렸다.
프란츠는 마치 자기가 그 자리에 없기라도 한 듯이, 자신의 눈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기가 거북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빠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행히 빨리 발견했어요. 한동안 이걸 착용하고서 인내심을 가지고 훈련을 하다 보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윈켈 박사님은 책상 서랍을 열고 손을 쓰윽 밀어 넣더니, 처방전 더미 아래쪽을 이리저리 뒤적거렸다. 프란츠는 그곳에서 뭐가 나올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수만 가지 이상한 것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감마선 안경? 전자 눈알? 레이저 광선?
하지만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박사님 손바닥에 주막만 한 플라스틱 쪼가리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게 뭐예요?”
프란츠가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설마 그동안 해적이 되고 싶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지?”
---p. 15~16, 「수상한 남매」 중에서
“사실……, 나는 그동안 불만이 아주 많았어! 매일매일 점심시간마다 우리의 모습이 아주 슬프다 못해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거든. 다른 아이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운동장 구석에 쭈그려 앉아 지루한 표정이나 짓고 있질 않나, 꼴사나운 축구 시합이나 농구 시합에 끼고 싶어서 나 좀 뽑아 달라고 애원하질 않나, 급식실에 혼자 앉아서 다른 아이들이 던지는 빵 부스러기를 고스란히 맞고 있질 않나! 도대체 왜?”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자콥의 말을 들었다. 자콥의 말에는 결의가 묻어났다. 두툼한 안경알 뒤로 두 눈이 반짝였다. 사실 이제까지 자콥이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건지 누가 말 좀 해 봐! 도대체 왜 우리가 ‘정신병자’, ‘비곗덩어리’, ‘더러운 난쟁이’, ‘소 궁둥이’, ‘냄새나는 쥐새끼’, ‘철사 머리’, ‘바다코끼리 이빨’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참아야 하는 건지 말 좀 해 보라고! 누가 속 시원하게 설명 좀 해 보라니까!”
(중략)
프란츠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려서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묻히지 않도록 애를 쓰며 소리쳐 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그러자 주변이 다시 고요해졌다. 모두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자콥을 바라보았다.
“내 신세를 불평하고 한탄하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해. 너희도 마찬가지일 거야. 우리가 왜 운동장 모퉁이에 찌그러져 있어야 하지? 난 몇 달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어. 누군가와 이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지. 그러던 차에 누군가 내게 답을 알려 줬어. 운동장 모퉁이 생활에 지친 아이들끼리 서로 뭉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란 걸.”
홀저가 손을 번쩍 들었다.
“어떤 단체 같은 걸 말하는 거야?”
“단체, 바로 그거야! 따돌림을 끝장내 버릴 단체,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힘당하는 아이들을 도와줄 조직.”
--- p. 54~58, 「우리가 뭐 어때서?」 중에서
“난 우리가 린다에게 따끔한 교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너희가 생각한 그런 방법들은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거야. 가려움증 가루나 생쥐 같은 게 언뜻 재미있어 보이기는 하지. 어쩌면 린다를 화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야. 난 천하장사의 굴욕을 린다도 똑같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럼……, 린다도 똑같이 농구 골대에 매달리게 하자는 거야?”
누군가 물었다.
“내 말은, 린다도 한 번쯤 우리처럼 자기가 남들과 다르다는 걸 느껴야 한다는 뜻이야.”
“말도 안 돼. 린다처럼 평범한 아이가 세상에 또 어디 있다고.”
(중략)
“하지만 이건 그저 속임수일 뿐이야. 이 안대처럼, 린다에게도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린다가 숨기고 있는 거, 내가 그걸 찾아내도록 할게.”
아이들이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린다는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완벽한 아이였다. 그래서 가방에 생쥐를 몰래 집어 넣는 게 훨씬 더 좋은 생각같이 느껴졌다.
--- p. 90~91,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