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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엄마와 꼬마 철학자

철부지 엄마와 꼬마 철학자

: 다섯 살 딸에게 배우는 43가지 삶의 지혜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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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세와 지혜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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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54g | 137*190*20mm
ISBN13 9791158771508
ISBN10 115877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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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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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림아, 여기 와서 장미향 좀 맡아봐. 향기가 너무 좋다.”
익숙한 장미향, 알아도 맡을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향기를 아이와 공유하고 싶었다.
낮게 핀 장미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조심스레 코를 들이밀었다.
“엄마, 장미한테서 예쁜 냄새가 나요.”
“예쁜 냄새? 어떤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여기서 딸기 냄새랑 오렌지 냄새가 나요.”
아이의 대답에 더 예쁜 향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규림아, 우리 주말에 장미 공원 갈까? 거기엔 예쁜 장미가 더 많아. 규림이가 좋아하는 핑크핑크 장미도 있고, 하얀 장미도 있고…….”
“엄마, 쉬잇.”
아이는 주말 계획을 브리핑하는 나의 말을 끊으며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 이 장미들이 속상하겠어요. 우리 이 장미도 사랑해주고 그 장미도 사랑해주고, 모두모두 사랑해줘요.”
--- pp.55-56

“규림아, 엄마 딸 말고, 할머니 딸 해. 응?”
웃고 떠들며 기분 좋아진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다. 할머니의 말에 아이는 나와 할머니를 번갈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당황해하는 모습이 귀여워 엄마는 아이가 대답하기 곤란한 말이나 질문을 자주했다.
순간의 정적, 아이의 얼굴에는 난처함이 스몄다.
잠시 생각하던 아이는 멀찍이 서서 지켜보는 나를 향해 눈과 코를 찡끗 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할머니와 눈을 맞추고 대답했다.
“응, 할머니. 나 할머니 딸 할게.”
배려와 감사, 그 깊은 마음으로 아이는 웃으며 좋아하는 할머니의 표정을 확인한 뒤 재빨리 나에게 달려왔다. 바짝 붙어선 아이는 손을 최대한 뻗더니 손가락을 아래로 까닥거렸다. 몸을 낮추어달라는 신호였다. 수건과 머리카락을 반대 손으로 잡고 아이를 향해 살짝 허리를 숙였다.
아이는 두 손을 입에 모았다. 까치발을 하더니 두 손과 입을 내 귓가로 가져왔다. 아이가 비밀 이야기가 있다는 듯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난 언제나 엄마 편인 거 알지?”
--- pp.120-121

아이가 있는 방으로 다가 갔다. 살짝 열린 문을 천천히 밀어 활짝 열어젖혔다.
얼마 남지 않은 창밖의 붉은 빛은 방 한쪽 쌀자루를 비추고 있었다. 아이는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그 곁에 서 있었다.
“너 왜 그래?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화가 섞인 말을 마치기 전 허리에 있던 아이의 손은 누워 있는 쌀자루를 향했다.
“아직 잠잘 시간 아니잖아.”
쌀자루를 껴안고 낑낑 거려보지만 자기와 비슷한 무게의 쌀자루가 들릴 리 없다.
“일어나. 아직 밤 안 됐단 말이야. 저기 봐. 아직 아침이야. 일어나.”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목소리로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쌀자루를 세우려던 아이는 문 앞에 서 있던 나를 발견했다. 나를 확인한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쌀자루의 잘못을 이르기 시작했다.
“엄마, 얘가 아직 밤도 아닌데 계속 누워 있어요. 내가 일어나라고 했는데 안 일어나요.”
진지해진 아이의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 아이의 기분을 맞추려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그럼 규림이가 일으켜주는 건 어때?”
“일으켜주려고 하는데 안 일어나요. 자꾸만 누워 있어요. 밤 오기 전에 나랑 더 놀아야 하는데 자꾸만 누워 있어요.”
--- pp.14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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