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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51쪽 | 135*201*30mm
ISBN13 9788901152721
ISBN10 890115272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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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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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해연
본격 스릴러 더블(DOUBLE)의 시작은 2년 전의 어느 평범한 저녁이었다.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연쇄강간범 체포 뉴스에서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인터뷰에 영감을 받아 처음으로 인간의 내면에 숨은 음지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후 우리 사회의 음영에 대해 디테일한 취재를 하면서, 우리가 보고 믿어왔던 가면의 두께와 그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어둠이 있다.’ 이 한마디를 손에 쥐고 구상부터 집필을 완성하기까지, 지금껏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치열한 고민을 안고 의도와 인물을 생생히 그려내려 노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2012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필력을 인증 받은 바 있으며,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그 시대, 그 순간에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이 최종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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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시체와 밤을 보냈다는 거군.”
도진은 신경이 발바닥 끝에서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바짝 서는 것을 느꼈다.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시신을 발견한 사람의 정상적인 공포나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짜릿함이었다.
시신은 팔이 기형적으로 뒤로 꺾여 있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정상적이지 않은 방향을 향해 있다. 두 다리는 서로 대칭을 이루며 하늘로 뻗었다. 그 위로 반짝이는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기묘한 아름다움이었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적어도 도진에게는 그러했다.
묘한 질투마저 들고 있었다. 살인을 했다는 입장만 같을 뿐, 자신은 그저 강함만을 ‘그것’에 표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런 방법도 있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찬사를 금치 못하게 하는……저것은 차라리 예술이었다. 도진을 더 자극한 사실은 이 예술품의 작가가 첫 살인을 한 것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시신은 머리가 깨져 있고, 등과 목에만도 수십 군데의 상처와 타박상이 있었다. 이런 경우는 원한 때문이라고 보는데, 이 당시의 그 사람은 거의 패닉 상태라고 보면 되었다. 그럼에도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사람의 본능이라는 얘기였다.
도진은 자세 그대로 한참이나 ‘그것’을 감상했다. 이 사람이 누구고 어쩌다 이런 꼴을 당했는지는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작품’의 작가가 궁금했다. 이런 죽음을 맞게 해주어 ‘이것’은 ‘그분’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스친 찰나의 생각에 도진의 입꼬리가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신이 난 표정으로 손가락을 퉁겼다. 딱 소리가 조용한 방을 두드렸다.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이 너무나 반가웠다.
침대에 던져 둔 휴대폰을 쥐었다. 그러고는 흥얼거리며 선우신에게로 연결되는 단축 번호에 손가락을 올렸다. 바로 선우신에게 전화해 사태를 알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자신이 직접 맡을 것이다. 괜히 112에 신고했다가는 구역이 구역이니 만큼 이곳 경찰이 담당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손으로 잡아넣을 작정이었다. 이런 멋진 예술품으로 자존심에 금이 가게 한 사람, 너무 부러워 죽이고 싶은 사람. 지금 느껴지는 이 굴욕감과 동경을 바로 이 손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이것은 게임. 하늘이 그에게 걸어 온 게임이었다.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쳤다.
‘아니지.’
도진은 흠칫하며 단축 번호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황급히 휴대폰을 닫았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살인 사건의 첫 발견자를 가장 먼저 의심하라는 것은 추리 소설을 써 대는 얼치기들이 말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분명 그는 자신의 입으로 이 불행한 시신을 어떻게 발견하였으며, 사망 추정 시각에 무얼 했는지 진술해야 할 터였다.
몰론 이 시신과 본인은 아무런 관련도, 접점도 없으니 얼마든지 말해 줄 수 있었다.
맹세할 수 있다. 자신은 이 남자를 살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살인범이었다.
애먼 일에 발목 잡혀 진술하는 동안 진짜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앗은 재희의 시신이 발견된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했다. 낭패였다.
도진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자세 그대로 정면을 노려보았다. 시선 끝에 구겨진 시신이 걸려 있었다. 그의 표정은 혼란스러웠다.
저 예술품은 세상에 나오는 즉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고 경이로운 공포로 사람들을 몰아넣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예술가를 만나게 되길 하루하루 고대하며 사람들은 TV 앞으로 몰려들게 뻔했다.
하지만, 그는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처지 때문에라도 저 예술품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그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예술품을 처리해야 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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