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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소녀 : 페미니스트 고스트 스토리

특별한 소녀 : 페미니스트 고스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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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52g | 128*228*14mm
ISBN13 9791190390026
ISBN10 119039002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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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를 이해했어. 완벽하게 그녀를 이해했지. 그녀는 너무도 슬프지만 너무나도 용감하게 상처로 얼룩진 피부를 감추기 위해 형형색색의 문신을 하고 거기 앉아 있었어. 나는 손가락 하나로 그녀의 문신을 따라갔어. 불사조. 달걀에 싸인 보석, 아홉 개의 차크라. 꼬리를 머금고 있는 뱀.
“재탄생의 이미지들이에요.”
그녀가 말했어.
“그리고 영원의.”
--- 「특별한 소녀들」 중에서

침묵은 그 운명적인 위원회에서 그렇게 시작되었고 여성의 목소리는 땅속 깊이 잠들어버렸다. 아들들과 연인, 남편들의 항의는 가볍게 나가떨어졌다. 침묵은 문 아래로 새어 나와 여성들의 혀 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각자의 입 속에 물린 재갈이 되었다. 법령이 선포된 지 5년이 흐르자 그 땅에 사는 어느 여자도 노래나 또는 분노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중략)
이 이야기는 그 땅에서 목소리를 가졌던 유일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운이 좋아서 목소리를 지닉고 있었는데 사랑 때문에 그것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중략)
그녀는 마른 입술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모든 여자가 아는 노래였다. 남자들이 오래전부터 저녁의 음악과 웃음으로 집에 돌아와 흥얼거리던 바로 그 노래였다.
“나에게 말해요.
왜 당신은 결코 나에게 말을 하지 않나요
당신의 눈이 말을 하고
당신의 손이 말을 해요.
왜 당신은 결코 말을 하지 않나요?”
최고 마울비는 그녀의 머리를 단두대로 끌고 갔다.
--- 「침묵의 영혼들」 중에서

그 때가 내가 그 ‘체면’이라는 것에 대해 처음 들었던 때였어요. 그때부터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추지 않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요. 또 누군가를 동반하지 않고는 나갈 수도 없었지요.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장난치며 놀던 사내아이들과 말을 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만약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우리 집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는 거죠. 그렇게 약한 체면이라니!
우리 집의 체면을 위해 왜 오빠는 삶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지 나는 의아했어요.
왜 그 부담은 오직 나한테만 지워지는 건가요?
--- 「염장이」 중에서

그녀는 죽었다.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말하려는 것이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 103개의 계단을 올라가 테라스로, 또다시 열두 단계를 넘어 물탱크로 올라가 밤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제 전화는 이상한 장소에서 울린다. 그녀의 목소리가 절박한 나는 그것을 움켜쥔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는 언제나 아무도 없다. 그저 30미터가 넘는 공간을 올라온 누군가의 깊은 숨소리만 가득했다.
--- 「장거리 전화」 중에서

“네 엄마가 널 우리에게 판 거야. 아무도 널 데리러 오지 않아. 이게 네 인생이야. 빨리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너한테 좋을 거야. 이름이 뭐지?“
”주그누.“
그 이름이 방 안에서 깜박였고 작은 목소리는 사라졌다.
”잊어버려. 네 이름도. 어디에서 왔는지. 모든 것을. 누가 물으면 너는 내 조카딸이야. 나를 마우시라고 불러.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마담은 그 애를 꼬집으려고 몸을 기울였다.
”이제 조용해졌네. 만약 네가 다시 소리 지르면 내가 와서 널 상대해주지.“
주그누는 이미 그녀에게 꼬집혀 파란 멍이 수십 군데나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우는 것보다 나은 방법을 배웠다.
--- 「봉인」 중에서

기억은 그 모든 것들 중 가장 오래 머물렀다. 살이 모두 먹혀 버린 후에도 오랫동안, 뼈들이 산산히 부서져 진흙 속에서 가루가 되기 시작했을 때에도, 기억들은 남아 있다. 그러나 시간은 그것들도 마모시킨다. 나머지 다른 모든 것들과 같이 기억도 부드러운 흙 속으로 씻겨 내린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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