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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문

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픽션 BLACK-03-2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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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666g | 153*224*30mm
ISBN13 9788925550268
ISBN10 892555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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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주위에서 탐욕의 불협화음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세계에 흠집을 낼 수는 없었다.
캐시는 잠깐 맥스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숙이며 자기 잔을 찾아 들었다. 잔에는 얼음과 체리 한 개 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맥스도 캐시를 따라 맥주 한 모금과 거품만 남아 있는 자기 잔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을 위하여 건배.”
캐시가 말했다.
맥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맥스는 캐시를 사랑했고, 캐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을 위하여.”
맥스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사막이 바다가 되는 곳을 위하여.”

“달의 움직임을 도표로 그린다……. 좋아요. 근데 보이드 문이 뭐죠?”
“점성학적 현상이야. 달이 한 별자리에서 다른 별자리로 옮겨갈 때, 어떤 별자리에도 속하지 않는 때가 생기지. 그런 현상이 일어나면 달이 다음 별자리로 들어갈 때까지 ‘보이드 오브 코스(void of course)’ 상태에 있다고 해. 그게 보이드 문이야.

옷걸이를 원래 자리로 미는 순간, 커다란 캐주얼 재킷 주머니에서 무겁고 단단한 무엇인가가 손에 닿았다. 캐시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권총을 꺼냈다. 새틴으로 마감한 스미스 앤드 웨슨 9밀리 권총이었다. 탄창에는 총알이 가득 들어 있었다. 캐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알면서도 잠시 고민했다. 이걸 그냥 놔둘까, 가져갈까? 총알을 다 빼낼까?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올바른 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그때 문득 맥스가 항상 말했던 파급 효과 얘기가 떠올랐다.
파급 효과를 기억해. 방 안에 있는 뭔가를 바꾸면 그 일과 관련해 온 우주를 바꾸게 돼. 파급 효과를 미치는 거야.
캐시는 해답을 얻었다. 총을 가져가면 표적이 그 사실을 알 수도 있고 그러면 이 일은 끝장이다. 총알을 다 빼내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으면 파급 효과라는 것도 없을 테고, 우주를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다.

카치는 몇 분 전 비디오 화면에서 본 여자와 똑같은 경로로 클레오파트라 호텔 카지노를 빠져나갔다. 게임 테이블 사이를 지나고, 느린 걸음으로 끼어드는 멍청이들을 피해 걸어가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비디오에서 본 그 여자 생각뿐이었다. 여자는 완전 범죄를 달성할 뻔했다. 바카라 게임장 난간에 서서 표적을 너무 자주 너무 오래 쳐다본 것. 그게 유일한 실수였다. 그 실수가 없었다면 그들은 아직도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터였다. 그래도 카치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여자와 마주칠 순간을 고대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여자는 실력이 좋았지만 그래도 자신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은 분명히 올 것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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