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자는 훌륭한 협상가다. 동시에 일부는 자본주의의 첨단에 선 영웅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들은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계승하며, 회사와 이사회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한다. 성과가 부진한 경영진을 솎아 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는 단기적으로 배를 불릴 생각밖에 없는 하이에나도 섞여 있다. 그런 이는 잘 돌아가는 회사의 핵심 자산을 훼손하여, 즉 인건비와 리서치 비용을 줄여서 빠르게 이익을 짜낸 뒤,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떠난다.
--- 「1. 행동주의 투자자는 누구인가?」중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전략은 다양하다. 이는 그들이 원하는 바, 타고난 기질, 타깃 기업의 대응, 다른 주주의 의견 등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행동주의 투자자는 1950년대(루이스 울프슨과 동료들의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쌓아온 일종의 오답 노트를 가지고 있었다.
투자자든 기업이든 확률이 낮은 캠페인에서 승리했을 때, 오답 노트에 새로운 성공 전략이 기록된다. 대부분의 경우 정형화된 성공 전략이 반복적으로 쓰이지만, 색다른 문화권의 새로운 국가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되면 오답 노트의 새로운 페이지가 채워진다.
--- 「2. 행동주의 투자자는 무엇을 하는가?」중에서
스타보드의 캠페인에 있어서 ISS와 글래스 루이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중요했다. 하지만 양쪽에 관여된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미 많은 투자자는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특별 주주 총회에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주주들을 무시하고 레드 랍스터를 매각했던 것이 이사회 측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매각에 관한 투표를 원했던 주주를 완벽하게 무시하는 행위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중립적이었다.” ISS의 인수합병 및 의결권 리서치 본부장인 크리스 체르니치Chris Cernich가 말했다. “이제서야 모두가 현실에 눈을 뜬 셈이다.”
--- 「3. 다덴 레스토랑 VS 스타보드 밸류_주주를 무시한 기업이 남긴 교훈」중에서
몇 주 전 투자자 실적 발표회에서 마리사 메이어는 연말까지 야후의 아시아 자산을 반드시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계획의 지지자였던 스타보드가 이제는 정반대 방향으로 계획을 선회하라고 압박하는 셈이었다. 야후는 급히 주요 주주들과 상의했다. 그리고 대다수가 스타보드가 우려하고 있는 세금 이슈에 대해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결국 야후 이사회는 알리바바 매각 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야후 핵심 사업을 매각하는 방식을 고려하기로 했다. 스타보드의 그림대로 진행되는 셈이었다.
--- 「4. 야후 VS 서드 포인트_기업의 미래를 바꾼 집중 포화」중에서
엘러간에서는 모건 스탠리가 보낸 낯 뜨거운 이메일을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모건 스탠리는 밸리언트와 계약하기 전, 엘러간 측과 인수 방어와 관련된 자문 계약을 맺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이메일에서 모건 스탠리 제약 부문의 상무급 인사 한 명은 킨들러의 전략을 상세히 설명했다. “킨들러는 언론과 및 애널리스트와의 인맥을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리는 밸리언트가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넷플릭스의 유명 정치 드라마. 사업 역량보다 정치력으로 버티고 있다는 의미 - 옮긴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할 것입니다. 엘러간 주주는 이러한 밸리언트 주식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 「5. 엘러간 VS 밸리언트_치열한 동맹 맺기 싸움」중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을 받고 있던 CEO들은 5월 쿨먼이 트라 이언에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경영진의 뇌리에는 그동안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거둔 수많은 승리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번 건을 통해 높은 비용 부담을 감내할 수 있다면, 그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일말의 자신감이 생겼다. 그 당시 쿨먼은 듀폰의 주요 주주들과 관계를 다지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전략은 결국 트라이언이 의석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데 주효했다. 하지만 몇 달 뒤, 이사회는 자신들의 편이었던 주요 주주들이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6. 듀폰 VS 트라이언_행동주의 투자자를 막는 법」중에서
마감 하루 전날, 마이크로소프트와 밸류액트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2013년 8월 29일 양측은 서로 협력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내용은 이틀 뒤에 공개되었다. 메이슨 모핏에게 이사회 의석을 제공하되, 내년 봄까지는 이사회에 들어오지 못하는 계약이었다. 이런 짧은 임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협상의 산물이었다. 40년의 역사 동안 이사회에서 선출하지 않은 이사회 멤버는 처음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소액 주주에게 이사회 의석을 제공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많은 전문가가 이를 행동주의 투자 전략의 분수령으로 보았다.
--- 「7. 마이크로소프트 VS 밸류액트_긴밀한 대화와 합의의 힘」중에서
누군가가 이사회에 들어와서 기존 사업부들을 휘젓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불편한 일이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사회 임원들은 위트워스를 잘 알게 되었고 그를 편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파괴적인 행동주의 투자자가 아닌 것은 명성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기대 이상의 높은 친화력을 보여줬고, 모든 직원의 입장을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익명을 요구한 이사회 임원이 말했다. “그가 자기 의견을 말할 때, 그는 모두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추후에 회사에 협박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일 사람은 아닌 듯했습니다.”
--- 「8. HP VS 릴레이셔널_기업과 협력하는 행동주의 모델」중에서
자나는 1%도 안 되는 주식을 가지고 이사회의 4분의 1을 장악하게 되었다. 심지어 공개적인 공격이나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의결권 대결 한번 없이 얻어낸 결과였다. 행동주의 투자자가 이사회에서 만든 신기록이었다. 자나가 초기에 월그린에게 요구했던 사항 중 일부는 이사회에서 받아들여졌고, 일부는 충분한 검토 끝에 거절되었다. 그리고 부츠 거래의 마지막 단계가 진행되었다. 월그린은 자나가 요구한대로 2017년 15억 달러의 비용 감축을 결정했다.
--- 「9. 월그린 VS 자나 파트너스_조용하게 기업을 뒤바꾼 트로이 목마」중에서
양측은 얼라이언스 주주 구성에 개인 투자자가 많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론을 활용한 소통에 힘썼다. 일반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되는 영국식 행동주의 투자 전략과 비교하면, 이번 건은 난이도 높은 캠페인이었다. 얼라이언스의 의결권 조사기관인 조지슨Georgeson의 CEO 캐스 시도로위츠Cas Sydorowitz는 이번 캠페인에 홍보 전문가가 사용하는 소위 제3자 기술(PR 회사들이 사용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기자나 전문가의 입을 빌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대중에게 유포하는 기술-옮긴이)이 사용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고 했다.
--- 「10. 얼라이언스 VS 엘리엇_끈질긴 저항 끝의 휴전」중에서
합병을 강행하기 위해서 삼성은 의결권의 3분의 2가 필요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를 살짝 넘은 수준인 69.5%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투표 결과가 아슬아슬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막강한 재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주지시켰다. 또한 주주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개인 투자자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한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국민연금과 같은 국내 기관 투자자는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었다.
--- 「11. 진격하는 행동주의 투자자」중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는 회사와 주주 간의 소통이 부족한 점을 활용해서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그들은 이사회와 경영진이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주주의 간섭을 받기 싫어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행동주의 투자자가 의결권 대결을 시작하면, 다른 주주는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지지를 보냈고, 이를 통해 이사회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경영진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은 기관 투자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뮤추얼펀드와 연기금의 운용역이 회사 측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연례 주주 총회를 마칠 때 마지막 5분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CEO와 이사진이 정기적으로 주요 주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12. 행동주의 시대는 계속될 것인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