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린가! 자네는 하느님도 두렵지 않단 말인가?”
팜팔론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곤 대답했다.
“맞아요, 나는 그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난 그분을 사랑하지요.” ---p.60, 「광대 팜팔론」 중
‘괴짜 주인장이로군.’ 이렇게 생각한 예르미는 침대에서 일어나 팜팔론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제저녁 그가 등불 불빛 아래서 본 팜팔론은 곱슬머리에 얼굴엔 진한 광대 분장을 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 화장을 지우고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은 고요했고 또 아름다웠다. 예르미는 광대가 인간이 아니라 천사처럼 느껴졌다. ‘누가 알랴!’ 예르미는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속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은 나를 시험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자가 나보다 더 완전하고, 내가 그에게서 무언가 배워야 할 바로 그 팜팔론인지도 모른다. 오, 하느님!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찌해야 이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인가?’ ---pp.66~67, 「광대 팜팔론」 중
“그럼 춥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 나무를 할 수가 없을 때에는 어떻게 하시오?”
주교가 물었다.
“그러면 하루고 이틀이고 교회 바닥 밑에 앉아 계속 기다리지요.”
“그런 때는 무엇을 먹고 지내오?”
“일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먹을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럴 때면 저는 주님께서 다시 좋은 날씨를 주실 때까지 굶습니다. 날씨가 좋아지면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일어나 다시 나무를 하러 가지요. 이상으로 말씀드린 것이 제 생활의 전부입니다.” ---pp.149~150, 「하느님의 마음에 든 나무꾼 이야기」 중
“그대가 사랑의 가장 신성한 일을 행한 후에,” 이방인은 그녀의 말을 끊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들을 구원한 후에…… 그런 번민의 생각들은 내버리시오! 잘 달궈진 석탄불에 발을 태우면, 발은 차가운 진창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지요. 그러나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고 주홍 같은 오욕도 양털처럼 희게 만든다오. 그대의 얼굴을 들어보시오……. 내게서 그리스도의 인사를 받고, 그대의 영혼이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그분이 손가락으로 고운 모래 위에 그대의 죄업을 쓰고, 그것을 바람으로 날려 보내버렸다는 것을 알기 바라오.” ---p.169, 「아름다운 아자」 중
에티오피아인이 그에게 대답했다. “다니엘, 자네는 장님일세. 불쌍한 사람 같으니! 어떻게 자네는 그 많은 세월 동안 그걸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누가 과연 자네의 친구이고, 누가 자네의 적인지를 말이야. 자네의 친구는 자네에게 안식을 주지 않는 바로 나일세. 그리고 자네의 적은, 그런 나를 끊임없이 잊어버리려고 하는 자네 자신이란 말일세. 내가 없었다면 자네는 유혹에 빠져 파멸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지.” ---p.206, 「양심적인 다니엘에 관한 전설」 중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말했다.
“선한 이웃이여! 우리가 살아온 것처럼 우리의 아들들도 그렇게 서로 화목하게 살아가도록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라오.”
유대인도 같은 말을 하였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시겠지요, 이웃이여. 내 생각에 우리의 아이들은 틀림없이 서로를 더욱더 잘 이해하면서 살아갈 것이오. 이 아이들은 우리에게서 태어났고, 또 아버지인 우리에게서 좋은 본보기를 얻지 않았소. 모름지기 화합 속에 평화와 행복이, 불화 속에 온갖 종류의 다툼과 파멸이 있는 법이지요.”---pp.214~215, 「그리스도인 표도르와 그의 친구 유대인 아브람에 관한 전설」 중
“살다 보면 행복과 불행은 오고 가는 법이라네.” 아브람이 말했다. “그리스도인, 유대인, 이교도 흑인, 이 모든 사람들을 창조하신 하느님은 그 누구에게도 운명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으셨지. 인간이 하느님의 비밀을 꿰뚫어보려 하고,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행과 불행에 대해 자기 식대로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것은 교만한 짓일세. 그것을 따지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 신앙이나, 자네들 신앙에 비추어 보더라도 전혀 인간의 할 바가 아니지. 우리 인간들이 할 일은 가능한 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일 뿐이야. 지금은 우리의 우정이 큰 위기에 처해 있네. 이 상황에서 자네에게 또 다른 재앙이 찾아온다면, 자네도 힘들어지고, 그건 나에게도 두려운 일이라네.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는 말이지만, 더 이상 나에 대한 우정 때문에 화를 당하지 말고, 자네가 나를 경멸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게나. 그런다고 해도 나는 자네를 원망하지 않겠네.”
---pp.251~252, 「그리스도인 표도르와 그의 친구 유대인 아브람에 관한 전설」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