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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덧셈

악마의 덧셈

: 1942년으로 떠난 시간 여행

카르페디엠-33이동
리뷰 총점8.2 리뷰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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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17g | 145*210*20mm
ISBN13 9788963720838
ISBN10 896372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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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야, 유월절은 먹기만 하는 날이 아니란다.”
마침내 엄마는 한숨을 쉬더니 군데군데 흰머리가 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말했다.
“말도 안 돼. 도저히 못 믿겠어요.”
한나는 중얼거렸다.
“유월절은…… 과거를 기억하는 날이야.”

“1942년이야. 며칠 지나면 유월절이고.”
바드칸이 말했다.
“유월절이라고?”
한나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그때, 한나는 갑자기 깨달았다. 자기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한나는 더 이상 뉴로셸의 한나 스턴이 아니었다. 비록 지금 한나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말이다. 기껏해야 그런 기억들은 경고를 할 뿐이었다.
한나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저 밑에 있는 남자들은 결혼식에 온 손님이 아니에요. 저들은 나치예요, 나치! 제 말 알아듣겠어요? 저들은 사람을 죽일 거라고요. 저들은 유대인들을 죽였고, 앞으로도 죽일 거예요. 수백 명, 수천 명, 아니 6백만 명을요. 저는 알아요.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지 마세요. 전 그냥 알아요. 마차를 되돌려야 해요. 도망쳐야 한다고요!”

한나는 점점 커지는 합창 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궁금해졌다. 그들은 몰랐던가? 그들은 예상하지 못했던가? 그들은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인가? 한나는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교실에서 나누었던 토론들을 더 많이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죽음의 수용소와 화장터에 대해서. 잔인한 나치와 잔인하게 죽어 간 6백만 명의 유대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무서운 걸까? 아니면 모르는 것이 무서운 걸까? 한나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입에서 이상하게
도 끔찍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유월절 만찬에서 먹던 나물보다 더욱 쓴 맛이었다. 쓴 나물들은 고통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나는 그 맛을 느끼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발사가 한나에게로 다가왔을 때 한나는 울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내내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한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는 데 정신을 집중했다. 역사 시간에 홀로코스트에 대해 배운 것을 떠올리면서 샤워를 했다. 그리고 머리를 깎은 뒤에 무엇을 할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가위가 싹둑싹둑 머리카락을 자르고, 면도기로 남은 머리를 밀어 내자 한나는 예전에 일어난 일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그 순간 끔찍한 공포심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기억이 나지 않아. 한나의 머리카락이 잘린 것처럼, 기억의 한 부분이 잘려 나간 것 같았다. 한나는 혼잣말을 했다. 자신의 허락도 없이 무자비하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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