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닫아 둘 수 있지만, 귀는 닫아 놓기 어려운 법입니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는 필터를 작동시켜서 자기 좋은 쪽으로, 혹은 나쁘게만 걸러서 들을 때가 많습니다. 최소한 당신은 온전히 다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쓴소리든, 단소리든, 관심 있는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말이지요. 귀로는 좋은 것을 많이 들어야 하고, 입으로는 좋은 말만 조금 하라는 옛사람들의 해묵은 이야기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군요. 열린 귀와 열린 입을 조심해야 합니다.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듯 조심히 다루어야 합니다. 지난날, 사랑하던 사람과 다툴 때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고 언성 높여 내 할 말만 하던 그 못난 제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p. 43
연애시절이 한 시절에 불과할지라도 그 한때는 아름답습니다. 현실이란 팍팍한 세계를 버텨낼 힘을 그 시절에 비축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때로 그 시절이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된다 할지라도 그렇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삶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때는 유년시절과 연애시절입니다. 엘튼 존Elton John의 이 앨범 커버를 볼 때마다 우리의 지나간 그 시절이 어떤 빛깔로 삶 전체를 관통해 흐르고 있는지 떠오릅니다. ---p. 109
당신도, 나도 잘 압니다. 두려움처럼 무서운 상대가 없단 걸. 마음이란 녀석은 내 일부이면서도 뜻대로 부릴 수 없는 괴상한 녀석이어서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합니다. 잠시만 방심해도 흔들리고 아파하고 두려워하거든요. 자꾸 흔들리고 두려워하게 되면 영원히 그것의 족쇄에 채워진 채 살아야만 하니까요. 마음이 쥐고 있는 운명도 그러합니다. 마음의 주인인 우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두려워하지 않도록 잘 보듬고 지켜야겠지요. 내 생의 주인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아닌 오로지 내 의지와 신념을 따라야 한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어요. 그것만이 운명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니까요. ---p. 141
누구나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타인을 봅니다. 자신의 경험과 시선의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고 판단하지요. 그러다 보니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합니다. 마치 삶이 상처를 주고받은 일의 연속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누군가를 잘 안다는 생각조차 버려야겠습니다. 너무 가까워도 실수가 생겨요. 섣부르게 잘 안다고 믿었기 때문이고, 그래도 되지 않을까 하는 틈이 마음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너무 멀면 서먹해져서 관계의 끈이 헐거워져 힘을 잃게 되지요. 그렇기에 좋은 관계의 기술이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p. 220
나란 존재를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눈앞의 것에만 매달려 있으면 자신의 삶 전체가 보일 리 없습니다. 등 뒤로 집채만 한 파도가 자신을 덮치는 줄도 모르고 멀어져 가는 여자만 보며 웃고 있는 앨범 커버 속 남자…… 삶이란 이렇습니다. 예고도 없이 불현듯 우리를 어려움 속에 내동댕이칩니다. 리허설도 참고서도 없습니다. 그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해요. 그전에 최소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파악하는 겁니다. 나를 알고, 내가 지닌 가능성을 알 때 우리를 노리는 운명의 손아귀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지겠죠. ---p. 249
젊은 날에는 그 시절에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넘어지고, 또 시도하고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날에만 할 수 있는 특권입니다. 이미 그 젊은 시간을 다 보내버린, 그럼에도 여전히 젊은 시절의 한 가운데에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젊은 시절은 인생의 가장 좋은 시절입니다. 이때에 해야 할 것을 못하고 지나치고 있다면 누구라도 후회하게 될 겁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당신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들을 그대로 가둬두지 마세요. 그것이 무엇이든지 지금, 당장에 실행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면 시간이 지난 후에 스스로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사고치고 저지르자, 지금 당장!” ---p. 263
형태나 공간이 아름다운 집보다는 사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그런 집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집은 주거를 위한 공간 그 이상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앨범 커버에 나오는 아파트를 봅니다. 이 아파트에는 여러 세대가 더불어 살고 있겠죠. 때로 복도에서, 현관 앞에서 마주쳤던 누군가와 함께 말이에요. 그들은 생김새도, 취향도, 습관도, 나이도 나와 다른 사람들일 것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해 먹고 다른 가구와 물건이 그 집들을 채우고 있겠지요, 삶이 각기 다른 무늬를 지니고 있듯이. 불이 켜져 있는 창문을 보면 괜히 마음 한 켠에 불을 피운 듯 따스해집니다. 창밖으로 흘러넘치는 웃음소리라도 듣게 되면 슬며시 미소 짓게 돼요. 그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집의 온기를 만드는 건 따스한 사람의 기운과 체온이겠지요.
---p.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