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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가는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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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52*220*20mm
ISBN13 9788934962663
ISBN10 893496266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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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 가도록 다혜네 세 식구는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겉돌며 서로의 눈길을 피했다. 아빠는 안방, 엄마는 다빈이 방, 다혜는 자기 방에서 단단히 똬리를 틀었다.
엄마는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비만 오면 다빈이를 마중 간다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 특히 자동차만 보면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그리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목욕탕도 미용실도 심지어 시장도 가지 않았다. 끼니를 거르는 때가 많아 엄마는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갔다.

찬바람이 쌩하고 불었다. 윤수가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1937년 태평양 전쟁 때 일제가 한국 여자들을 강제로 끌고 간 게 위안부였어. 전쟁에 왜 나이 어린 여자들을 끌고 갔는지 또 의문이 생겼어. 세상에, 전쟁에 지쳐 있는 일본 군인들 ‘놀잇감’으로 데려간 거였어. 우리 왕할머니가 일본 군인들의 장난감이 된 거야. 그것도 모르고 난 지금까지 왕할머니를 실어증에 걸린 바보라고 생각했어. 정말 그랬어. 왕할머닌 우리나라 사람이면서 우리 말을 읽고 쓸 줄도 모른다고 속으론 비웃었어.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다혜의 동생 다빈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다혜네 가족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엄마는 비가 오는 날이면 다빈이를 찾으러 밖에 나가고 그 바람에 다혜도 엄마를 지키느라 학교에도 못 가는 날이 허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다혜는 엄마가 다빈이에게 편지를 쓴 것을 발견하고 친구와 엄마의 편지를 보낼 우체통을 만든다. 그런데 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어 두면 편지가 사라지고 다음날이면 답장이 들어 있었다. ‘엄마’로 시작하는 답장은 정말 다빈이가 쓰기라도 한 것처럼 글씨가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엉망이었다. 군인들이 때렸다, 전쟁이 끝나도 부끄러워서 엄마한테 돌아가지 못한다, 중국 사람들이 놀린다는 등의 알 수 없는 내용의 답장이지만 매번 다혜 엄마는 다빈이가 보낸 걸로 굳게 믿고 답장을 쓰며 나름의 해석을 했다. 얼마 뒤 꽃봉이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다혜는 꽃봉이 할머니의 먼 친척에게서 할머니 역시 어떤 편지 때문에 건강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할머니는 옛날 위안부 시절 쓴 부치지 못한 편지를 ‘꽃봉이네 우체통’을 통해 보내면서 다혜 엄마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픔을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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