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즈데이는 일반 애완견이 아니다. 그는 150여 가지의 지시에 반응하도록 훈련받았다. 내 호흡이 가빠지거나 맥박이 빨라지면, 머리로 나를 때려 과거의 악몽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도록 도와준다. 그는 내게 군중을 막아주는 방벽이자 불안감을 달래주는 안정제이며, 비서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는 나를 웃기지도 않고 쓸데없이 구두를 물어오지도 않으며 함께 놀아줄 사람을 데려다주지도 않는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반겨준 적도 없다. 당연하다. 문 반대편에 있어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다. 정상인들은 절대 이해 못한다. 침대에 들면 그는 나를 꼭 안아주고 잠에서 깨어난 순간부터 늘 옆에 있다. 한시도 빠짐없이. ---프롤로그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개]
교도소에 갔을 때, 튜즈데이는 태어난 지 3개월이었다. 그는 교도소의 ‘사육인’을 만난 후 곧바로 애착심을 키워갔다. 머리도 좋고 행동거지도 발랐다. 사육인과 튜즈데이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석 달 후, 그는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었다. 튜즈데이는 절망했다. 난 그를 안다. 결국 이별을 자기 탓으로 돌렸을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지? 왜 나를 버린 거야? 착한 개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사육인이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으리라. 새로 온 수감자가 개줄을 잡아당기며 “가자, 이놈아!”라며 채근할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어린 골든 리트리버는 크게 상심한 채 침상 밑에 들어가 예전 주인을 그리워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만다. 이른 바 튜즈데이를 특별하게 만든 순간이다. ---Part1. 튜즈데이 [교도소 강아지]
운전사 하나가 “무시킬라(문제가 있다)!”라고 외치며 트레일러의 연결 부분을 가리켰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하지만, 난 별생각 없이 따라갔다. 상체를 굽히자마자 그 자가 뒤에서 내 머리를 금속 고리에 그대로 박아버렸다. 곧바로 몸을 돌리며 본능적으로 오른팔을 드는 순간 두 번째 사내가 달려들었는데 이번에는 손에 장검을 들었다. 그 자의 얼굴이 어찌나 가깝던지, 나는 지독한 입 냄새를 맡고 그의 두 눈에 박힌 증오까지 봐야 했다. 그가 내 목을 향해 칼을 내리쳤으나, 슬쩍 몸을 비튼 덕에 칼은 내 왼쪽 어깨를 때렸다. 나는 뒤로 물러나면서 재빨리 허벅지에서 피스톨을 꺼내, 오른쪽에서 달려드는 첫 번째 사내에게 한 방을 먹였다. 끔찍한 괴성. 원초적인 고통과 상실의 비명이 허공을 갈랐다. 장검 든 사내는 여전히 내 위에 올라탄 채였다. 나는 뒤로 넘어지면서 몸을 비틀었고 등뼈가 콘크리트에 닿기 전에 두 발을 더 쏘았다. 그리고 고개가 뒤로 꺾이며, 세상이 주변 사막처럼 새까매졌다. ---Part2. 루이스 [살인의 추억]
처음 본 튜즈데이는 꼬리를 흔들고 행복한 표정을 짓기는 했으나 전혀 감정을 느낄 수 없었고 방을 두리번거리거나 부주의하게 제자리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는 대충 시늉만 하고 있었으며, 나를 가늠하며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눈은 분명 유대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개줄을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나한테 해롱거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 걸까?’ 나는 그가 예민하고 상처도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러 번 버림받은 탓에 스스로 자신감을 잃었다는 사실도 몰랐고, 저 애원하는 시선에 드러난 지혜와 배려를 조금씩 다시 살려내야 한다는 것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의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노력해서 얻어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사랑은 무엇보다 깊고 의미 있는 사랑이 될 것이다. ---Part3. 튜즈데이와 루이스 [첫눈에 알아보다]
어느 지방신문 사진사가 상이군인과 도우미견에 대해 취재하러 왔는데, 다른 개들은 지시대로 얌전히 있었지만 튜즈데이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주변을 함부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교관은 개줄을 당겨 관심을 끌라는 주문만을 반복하고 기자도 답답해하는 상황이 되자, 내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불안감이었다. 나는 돕스페리 상가의 인도 한가운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튜즈데이의 목을 잡고 내 이마를 그의 이마에 갖다 댄 채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를 시작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가 내 개이고 내가 그의 사람이며 우리는 하나라는 식의 내용이었으리라. “너를 아프게 할 생각은 없어.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야 해. 그렇다면 평생 사랑해주마.” 잠시 후 튜즈데이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이 통했던 걸까? 아니면 마침내 우리가 지금까지 겪었던 관계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모두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직원, 개, 상이군인들까지 모두. 심지어 사진사도 카메라를 낮췄다. 루는 우리가 5분간이나 그러고 있었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느낀 건 기껏 30초에 불과했다. --- Part3. 튜즈데이와 루이스 [우리 사이를 잇는 끈]
“개는 안 됩니다.”
“예?”
“개는 못 들어와요.”
“이 친구는 도우미견이에요. 들어가야 합니다.”
“안 돼, 음식에서 개털이 하나라도 나오면 우린 문 닫아야 돼요.” 주인은 완강했다.
‘개 출입금지’라는 말은 나를 보통 세상에서 밀어내는 행위 그 자체다. 아프고 다르고 어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내쫓으려 하고 있다! 가게주인이 손님을 상대로 매일 이렇게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휠체어는 곤란합니다. 이곳에서는 당신 같은 사람 받지 않아요.” 끔찍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것이 바로 계단과 같은 물리적 장벽이, 휠체어 탄 사람에게 매일 떠드는 얘기다. 튜즈데이와 함께 다니면서 내가 느끼는 기분이기도 하다. 반신불구 환자에게 휠체어가 필요한 만큼이나 나 또한 튜즈데이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Part3. 튜즈데이와 루이스 [불친절한 버스 운전사]
튜즈데이가 내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일일이 열거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해주지 않은 일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매일 아침 침대에서 꿈틀대면 그가 곁으로 다가온다. 눈을 뜨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 시트 위에 얹은 그의 주둥이다. 내가 다시 잠들지 않을 것 같으면 그는 침대로 단번에 뛰어오른 다음 내 옆에 웅크리고 눕는다. 그를 다독여주는 10여 분 동안 근심도 악몽도 창밖으로 날아가버린다.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끝나면 튜즈데이는 구두를 가져온다. 식사를 마치면 그는 특유의 행복한 춤을 춘다. 그덕에 나는 매일 아침 웃으면서 방을 나선다. 그는 내가 계단을 내려오도록 도와주고, 바깥 세상으로 인도하며, 길거리 노숙자부터 깨진 보도블록까지 온갖 위험 요소에 대해 신호를 보내준다. 그리고 내가 초조해하면 다가와 쓰다듬도록 해준다. 이따금 저 문지방을 넘기 위해 그의 용기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튜즈데이가 나를 밀어내서 일단 지하철을 타고 나면 상대적으로 쉬워지니, 결국 튜즈데이가 부모님 집까지 65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끌어준 셈이다. 그는 내 대리인이기도 하고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Part3. 튜즈데이와 루이스 [사소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