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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용을 보여 주는 거울

숨은 용을 보여 주는 거울

: 첫사랑을 위한 테라피

푸른봄 문학(돌멩이 문고)-15이동
리뷰 총점8.9 리뷰 38건 | 판매지수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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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88쪽 | 128*188*15mm
ISBN13 9788997980437
ISBN10 89979804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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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듬거렸다. 심장 박동이 몹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화끈거렸다. 나는 “그래.”라고 말했다, 그것도 셀 수 없이.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 순간 도서관은 온통 “그래.”로 가득 찼다. 문으로, 창문으로 “그래.”가 넘쳐흘렀다.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나도 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리 장례식 축제를 하자.”
“장례식 축제요? 그게 뭔데요?”
“네 친구들을 불러서 무덤 파는 걸 도와달라고 한 다음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는 거지.”
아빠는 제정신이 아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재주가 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조상들의 관습에서 이런 걸 생각해 내다니. 나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프레드 말이 맞았다. 난 사랑이 고체 상태인 줄, 말하자면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 같은 것인 줄 알았다. 이제 난 사랑이 기체라는 걸 깨달았다. 그 기체가 응고되기 위해서는 키스라는 신속한 첨가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마 마리는 내가 키스를 했더라도 떠났을 것이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언젠가 넌 내 죽음에 슬퍼하게 될 거야. 나와 네 엄마가 너를 낳았기 때문에 말이지. 네 엄마는 세상을 떠났어. 그리고 나 역시 언젠가 죽겠지. 너에게 이런 슬픔을 준 걸 용서해 주렴. 미안하다.”
나는 아빠를 원망하지 않으며, 지금 또는 앞으로 불행한 일이 생긴다고 해도 살아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존재하지 않는 것보다는 존재하며 절망하는 편이 낫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행동할 의욕이 되살아났다. 차이 사람은 분명 나 혼자였지만 어떤 동지 의식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어떤 일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삶은 우리의 감정과 존재에 책 제목을 뭍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다. 삶과 죽음은 우리가 그 깊이와 본질을 완벽히 알기는 어렵다. 아주 옛날 이탈리아어로 쓰여 있어 번역하기 어려운, 아빠 서재에 있던 책처럼 말이다.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시간과 인내심,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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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답고 슬프고 짧은 사랑이라니! 마르탱 파주의 시적인 투명함을 가진 문장 속에서 우울한 위트와 삶에 대한 관조적 지혜들이 반짝거린다. ‘용’이나 ‘거울’은 현실의 이면에 숨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움과 신비에 대한 은유다.
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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