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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실험

베네수엘라의 실험

: 차베스 정권과 변혁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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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42쪽 | 536g | 153*224*30mm
ISBN13 9788964371800
ISBN10 896437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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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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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Q. 선생님께서는 후마니타스에서 브라질(『브라질에서 진보의 길을 묻는다』, 2009)과 베네수엘라(『베네수엘라의 실험』)의 실험에 대한 책을 각각 출간하셨습니다. 국내에서도 룰라와 차베스의 집권 이후 이들 두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이 형성되기도 했는데요, 흥미롭게도 두 사례 모두 처음에는 새로운 대안 모델로 환영을 받았다가, 점차 그 관심과 호의적인 입장이 다소 퇴색했던 듯도 합니다. 어찌 보면, 변혁 모델로 환영받았지만, 집권 모델로서는 그만큼 환영을 받지는 못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룰라의 브라질이나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의 사례가 한국에서 수용되었던 맥락에 어떤 특징이 있을런지요. 관련해, 변혁의 모델 혹은 집권 모델로서 브라질의 룰라 사례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사례가 한국 사회에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십니까.

A. 룰라와 차베스 정부의 출범에 대한 기대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이었습니다. 룰라와 차베스가 각각 2003년 1월과 2005년 1월 세계사회포럼에서 받은 환호는 그 기대감의 수준을 잘 보여 줬다고 봅니다.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과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불신, 미적지근하게 끝난 1990년대 유럽 좌파 집권 붐이 남미에 재집권하게 된 좌파 정권들에 대한 기대를 크게 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기대감에는 룰라 정부와 차베스 정부가 출범하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으로 믿게 한 비현실적 추론이 깔려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최소한의 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시민들이 좌파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마지막 선택으로서 모든 구조적 조건과 인프라가 무너진 상태에서 하는 선택이고, 좌파 정권이 출범한 뒤에도 기득권 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견제와 공세는 멈추지 않습니다. 브라질 룰라 정부는 전자에 해당되고,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는 후자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룰라 정부가 집권하기 전 우파 까르도주 정부는 사회적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나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그 결과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더욱 악화되며 룰라 정부에 많은 과제를 던져 주는 한편, 심각한 수준의 공공 부채와 재정 적자, 그리고 외채 문제는 룰라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대안들을 크게 제약했습니다. 선거 기간 조지 소로스는 룰라가 집권하면 외자 유출 등 자본 파업으로 브라질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는 협박을 거듭했었는데, 룰라와 노동자당은 선거운동 초입에 이미 브라질인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외채 지불과 전임정부 체결 조약·협약들의 준수 등을 약속하며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고자 했습니다. 룰라 정부는 만성적 인플레 재발 우려 속에서 공공 부채를 해소하고 IMF 차관을 상환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펼쳤고, 그 결과 사회예산 지출을 확대하기도 어려웠던 겁니다. 그럼에도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예산은 크게 확대했지만, 사유화 기업을 재국유화할 재원은 마련할 수 없었던 겁니다. 재국유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은 것이 룰라 정부의 한계였고, 좌파들이 룰라 정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붓게 된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베스 정부도 집권 초기 공공 부채와 외채 문제에 직면해 긴축정책을 펼치며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 수입이 있어 자본 파업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고 석유 수입 처리 과정을 투명화해 정부 세입을 확대함으로써 추가적 증세 없이 사회 예산 지출을 확대할 수 있었고 국유화를 위한 재원도 확보해 무상몰수가 아닌 유상 점유 방식으로 국유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베스 정부는 초기의 낮은 지지도로 인해 구 지배 세력들이 끊임없이 정권 전복을 기도하는 가운데 집권 전반부는 정권의 위기 상황 속에서 새로운 정책, 특히 변혁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어려웠습니다.

차베스 정부는 정권의 위기 상황이 극복되면서 2005년 들어 비로소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국유화와 공동 경영 전환을 중심으로 한 변혁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차베스 정부만큼 국유화 조치를 기간산업 등을 대상으로 폭넓고 강도 높게 추진한 정부는 없었고, 차베스 정부가 지적하듯이 소련과 동구권의 국가사회주의와는 달리 정부와 노동자들이 국유 기업을 공동 경영하는 것은 유고슬라비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가히 파격적인 변혁 실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베스 정부 변혁 실험의 긍정성 및 그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제가 한계로 지적하는 부분은 변혁 실험의 불가역성이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국유 기업의 공동 경영은 해당 기업이 재사유화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차베스 이후에도 변혁 실험이 꾸준히 추진되고 강화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과 기반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부분을 한계로 지적하는 것입니다.

Q.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경험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지점은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브라질의 경우는 집권 전 변혁 프로젝트,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집권 후 변혁 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A. 네. 브라질 노동자당은 자생적으로 형성된 도시 주민 공동체들을 지지 기반으로 하여 도시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참여 예산제를 도입해 노동자당의 독자적 통치 모델을 각인시켰고 참여 예산제의 성과를 통해 노동자당의 통치 능력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노동자당은 참여 예산제를 통해 지지 기반을 조직·동원하는 한편 대안적 통치 방식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민주적 통제의 실험은 도시 서민들의 세력화와 함께 진보 정당의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좌파 정당의 집권 이후에도 국가 경영자들(state managers)에 의한 일방적 권력 행사를 견제함으로써 국가사회주의가 대중으로부터 이반되어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한 “주인-대리인”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 사례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변혁 실험들이 직면하게 될 도전들과 딜레마를 배울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동시대의 귀중한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국유화와 공동 경영 전환을 추진할 경우 국가, 자본, 노동 등 핵심적 행위 주체들이 어떤 전략들을 추진하며 사회 세력들 간의 역동적 역학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의 실험은 잘 보여 줍니다. 그러한 동학 속에서 인베발과 인베팔 등 공동 경영 기업들이 어떻게 경영되며, 어떤 제약들 속에서 어떤 딜레마들에 직면하게 되는지, 어떤 성과를 거두었고, 어떤 한계를 보여 주었는지를 확인시켜 줍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의 실험, 특히 공동 경영 실험은 살아 있는 실험실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런 까닭에 이 책의 절반은 공동 경영 실험에 할애되어 국유화와 공동 경영 전환의 정치 및 공동 경영 실험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심층 분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A. 선생님은 한국의 노동운동 관련 저서(『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 2011)를 포함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연구하시면서, 일관되게 노동계급의 주체 형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계십니다. 이와 관련해,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통해 보면, 룰라와 차베스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노동계급의 주체 형성과 관련해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 동시에, 그 한계 역시 제시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사례가, 노동계급의 주체 형성이라는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을런지요.

A〉 그렇습니다. 노동계급 형성 문제는 늘 제 연구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노동계급은 자본주의사회의 모든 모순과 문제점들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는 집단이며, 그렇기에 노동계급 형성은 자본주의사회가 그 사회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대안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그 방향을 보여 줍니다. 브라질의 경우 민주적 노동조합 총연맹 CUT는 노동자당의 기초로서 룰라의 집권에 크게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룰라 정부에 정치사회적 안정성의 기초를 제공하는 동시에 정책적 개입을 통해 룰라 정부의 정책 선택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경우 차베스 집권 전에는 노총이 CTV 하나만 있었는데 제4공화국의 지배 연합을 구성하고 있었고, 차베스 집권 후에는 자본가단체와 함께 정권 전복을 위한 정치 총파업투쟁을 거듭했습니다. 이에 맞서 친차베스 노총 UNT가 결성되었지만 내적 결속력이 대단히 취약한 상태입니다.

여기에서 조직 노동의 분열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모두 한국처럼 민주 노조 진영과 실리-어용 노조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민주 노조 운동 내부의 분열상입니다. 민주 노조 운동의 내적 분열로 보면, 베네수엘라 UNT가 가장 내적 분열이 심각한 반면, 브라질 CUT는 내적 결속력이 가장 강하고, 한국 민주노총은 그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UNT는 계급적 과제 실천을 중시하는 계급주의파와 정권 수호를 최우선시하는 코포라티즘파로 나뉘어 있는데, 차베스 정부가 대중적지지 기반이 강한 계급주의파의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고 대중적지지 기반을 결여한 코포라티즘파를 편애하는 방식으로 편차적으로 개입해 왔습니다. 결국 UNT는 10년이 지나도록 위원장도 선출하지 못하고 정관도 채택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내적 분열에 빠져 있고, 결국 코포라티즘파가 별도의 노총 CBST를 조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차베스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인해 민주 노조 운동 내 계급주의파는 와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코포라티즘파의 패권이 구축되었지만 코포라티즘파는 계급적 의제를 외면하며 노동자 대중으로부터 괴리됨으로써 노동계급 형성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CUT도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활동가 집단들이 있지만 이들은 다양한 노동자 대중의 이해관계와 이념적 지향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룰라 정부가 CUT의 지도부 선출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룰라 정부에 비판적인 후보가 CUT 위원장직을 차지하기도 하며 당과 정부로부터 상당 정도 자율성을 유지하되 당과 정부에 대한 영향력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베네수엘라의 경우 의사코포라티즘 노동 체제하에서 민주 노조 진영이 당과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상실한 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반면, 브라질의 경우 코포라티즘 노동 체제 하에서 민주 노조 진영이 당과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유지하되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노동계급 형성 측면에서 보면 브라질이 진보 정권 출범에 기여하고, 진보 정권하에서도 자율성을 유지하며 영향력 행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베네수엘라보다 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베스는 노동계급 형성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되어 친노동적 정책을 펼친 지도자입니다. 반면, 룰라는 민주 노조 운동이 배출한 지도자입니다. 룰라는 군사독재하에서 전국적 총파업 투쟁을 주도했고, 노동자 정당을 창당했으며, 스스로 대선 후보가 되어 집권에 성공한 노동운동 지도자입니다. 우리 사회도 전노협과 민주노총 시기를 거치며 많은 지도자들과 헌신적 활동가들을 배출해 왔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국민적 수준에서 정치적 지도자로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민주 노조 운동 지도자들은 많은 희생을 치르며 민주 노조 운동을 지켜 왔지만, 자기 파괴적인 정파 투쟁 속에서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특정 정파의 보스로 격하되며 인격 죽이기의 대상이 되었을 뿐입니다. 민주 노조 운동은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었고, 정파 이기주의에 찌든 ‘자객’들의 천하가 된 민주노총이 위원장 선출도 하지 못하며 공전하고 있고 진보 정당들이 지리멸렬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정책과 전략의 경쟁이 아니라 인격 죽이기에 매몰된 진보 진영 조직 문화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Q. 남미에서의 사회주의 변혁 모델과 관련해, 남미의 사례들은 칠레의 아옌데 사례를 포함해, 민주적인 방식으로 집권한 좌파 정부 혹은 사회주의 정부가 직면하게 되는 위기와 딜레마들을 보여 주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특히 룰라와 차베스의 사례는 집권 정부로서, ‘민주적’ 가치와 ‘변혁적’ 가치가 충돌(갈등)하게 될 때 처하게 되는 딜레마를 보여 주는 듯한데요, 민주적인 틀 내에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실현하려 했던 남미의 사례들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와 한국 사회에 던지는 함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룰라 정부와 차베스 정부 모두 해당 국가의 법 절차를 존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차베스를 독재자로 규정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야당들이 제헌의회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주요 선거들을 보이콧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친차베스 정당들이 의회 권력을 독점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힘으로 변혁 정책들을 입법화해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적 절차와 변혁적 가치 사이의 갈등 문제는 차베스 정부보다 룰라 정부에 더 큰 부담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룰라 정부가 출범할 당시 노동자당은 상원에서는 제3당, 하원에서는 제1당이었지만, 상·하 양원 모두 의석 점유율은 20%에도 못 미쳤습니다. 룰라와 노동자당은 연립정부와 의회 내 정당 연합 전략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연대 대상에는 진보 정당들뿐만 아니라 부패한 보수정당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룰라 정부와 노동자당이 국민 여론에 호소하면서 개혁 정책들을 추진하며 정치권을 압박하고자 했지만, 정부 내 1차 내부 검열, 의회 통과 위한 2차 희석 절차를 거치게 되어 룰라와 노동자당이 어떤 변혁적 정책들을 기획하더라도 정부와 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변혁적-개혁적 성격이 많이 탈색되는 것이지요. 더 심각한 것은 보수 야당들이 정부 부처 장관 자리뿐만 아니라 일정한 정치자금을 꾸준히 요구해 왔는데, 정당 연합을 지속하기 위해 이를 뿌리치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룰라 정부 하에서 정치자금 관련 스캔들들이 터져 나오게 되었고, 노동자당 핵심 인사들이 순차적으로 부패 스캔들 속에서 희생되며 노동자당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변혁 정책을 추진할 때 직면하게 되는 제약과 어려움은 베네수엘라에서 잘 나타났습니다. 변혁 정책은 자본주의 체제의 기초를 이루는 사유재산제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기 쉽지 않지요. 차베스 정부가 변혁 정책을 추진하며 이런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차베스 정부가 선택한 것은 차베스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변혁 정책에 대한 지지율로 전환하려는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양분 전략이었습니다. 차베스 지지자들조차 대다수가 변혁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차베스를 지지하면 차베스의 변혁 정책도 지지하라고 압박하는 것이지요. 양분 전략은 변혁 정책 추진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비용은 적지 않았습니다. 양분 전략이 차베스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며 변혁 정책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적어도 차베스 지지자들이 변혁 정책에 대해 지니는 반감은 다소 완화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차베스를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상당한 정서적 반발을 유발함으로써 차베스 정부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조차 거부하게 만든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 사회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며 사회정치적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차베스 정부가 동원의 논리에 의존했다면 룰라 정부는 설득의 논리에 치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 노조 운동이나 진보 진영은 상대적으로 설득의 논리보다 동원의 논리에 익숙해 있습니다. 권력의 탄압에 맞서서 조직을 보전하고,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저지하고, 노동기본권 보장과 비정규직 권리 입법에 역행하는 법제화 시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동원의 논리가 앞서게 되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자본과 국가의 일방적인 계급적 지배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가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여론과 소통하며 설득하는 설득의 논리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쏟아지는 탄압과 공세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국민 여론과 소통하는 것은 고사하고 민주 노조 운동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당면한 투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구성원들을 향해서도 설득의 논리 대신 동원의 논리로 접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대중은 객체화·도구화되고 있다고 느끼게 되며 지도부와 노동자 대중 사이의 정서적 괴리는 더욱더 확대되었던 것입니다. 소위 “내리꽂기 식 투쟁”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사회적 관계는 변화하고 있고, 그와 함께 시민사회 운동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데, 민주 노조 운동과 진보 진영도 수평적 소통과 설득의 논리를 체화해 일상적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소외·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Q. 선생님에 대한 소개글을 읽다 보면, 특이하게도(?) 한국스칸디나비아학회 회장을 맡고 계신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베네수엘라의 실험』의 서두를 보면, 선생님은 중남미에서 시도된 변혁적 실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으시면서도, 또한 유럽의 사회적 모델에 대해서도 동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십니다. 서로 동떨어져 있는 두 개의 대륙을 동시에 연구한다는 게 매우 흥미롭게 보이는데요, 두 대륙에 대한 관심이 선생님의 연구 이력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요. 혹은 굳이 두 개의 대륙을 동시에 연구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신지요.

A. 중남미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2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유럽 연구는 그보다 더 오래 되었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도 원래는 유럽을 주제로 준비했었고, 연구 계획서까지 작성해 지도 교수와의 논의를 거친 상태였는데 중남미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바뀌게 된 것입니다. 1990년대 말에도 스웨덴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지 조사 연구를 실시하며 본격적으로 연구를 재개했는데, 경제 위기가 발발하며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 반대 투쟁 등 노동계 쪽 요구에 부응하다 보니 유럽 자료들은 분석만 하고 논문은 몇 편 밖에 못쓰고 지나가 버렸지요. 그런 가운데 브라질 노동자당이 집권하면서 남미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고, 브라질 룰라에 이어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 시기까지 연구하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지나 버렸네요.

제게 중남미와 유럽 국가들은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중요한 준거 사례들입니다. 한국 사회를 분석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인과관계가 일반화될 수 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원인들에 의해 야기된 것인지, 아니면 제3의 변인에 의해 형성된 의사 상관관계인지는 한국 사회만 보면 판단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한국 사회를 잘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만 분석해서는 안 되고 여타 국가 사례들을 준거로 활용하며 인과적 분석과 설명의 타당성을 끊임없이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 편의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쓰인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 얘기만 하는 논문들도 비교 사회 역사적 분석에 기초하지 않은 논문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요. 외국 사례들의 준거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특히 정책적·실천적 대안을 논의할 때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안을 논의할 때, 아직 도입되어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것인데 함부로 주장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정책 대안들을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문제점들이 수반되는지, 기대한 효과와 기대하지 않은 효과들까지 검토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정책들이 도입된 외국 사례들을 참조하는 것은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 자신이 설득되지 않고, 제 자신도 설득할 수 없는 글을 발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중남미와 유럽 국가들은 연구 분석의 준거점이 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은 아직 시민사회 발달 수준이 떨어지고 역동적 변화의 와중에 있는 반면, 유럽 국가들은 시민사회가 거의 성숙 단계에 도달해 있고 법제도들이 어느 정도 평형점에 이르러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변화만을 남겨 둔 상태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노동운동과 진보 진영이 처한 구조적 조건도 매우 다르고, 심지어는 노동운동의 안티테제로 등장한 신사회운동도 유럽의 경우 탈계급적 성격이 강한 반면 중남미의 경우 여전히 계급적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어 노동운동과 신사회운동의 관계 또한 크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 GDP 수준 등 외양은 유럽 수준이지만 구조적 조건은 중남미와 유사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유럽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참조하고, 중남미에서는 변화를 추동하는 과정과 그 동학을 참조합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구조적 조건의 제약과 주체 형성의 딜레마 등 여전히 중남미를 대상으로 분석하고 배울 점이 많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하에서 추진되었던 변혁 실험을 중심으로 한 역동성과 전략적 고민들은 유럽 등 다른 대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중한 경험이고,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해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최근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다음 연구 주제는 무엇인지요.

A. 지난 10년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를 중심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연구에 심취했던 기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남미 국가들 가운데 특히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에 대해 룰라 이후, 차베스 이후 시기의 변화에 여전히 관심이 많습니다. 룰라와 차베스 시기 행해졌던 정책적 실험들의 불가역성 문제가 관심의 초점에 있고, 그런 점에서 당분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먼저, 그동안 미뤄 뒀던 숙제들을 좀 하려고 합니다. 글은 한 편도 쓰지 않고, 실컷 읽으며 생각만 하고 싶은데, 세상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겠지요.

현재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유럽 통합의 사회적 성격과 유럽의 사회적 모델, 비정규직 문제와 정책 대안들, 유연 안정성 모델과 행위 주체들의 전략적 고민들, 그 외에 유럽의 사회운동들과 크고 작은 다양한 대안적 실험들, 특히 전국적 수준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실험들을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 연구의 중심에는 노동계급 문제가 있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비정규직 문제가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학문적 연구를 넘어 현재 저가 실천적으로 가장 깊게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작년 2012년 말 출판한 저서 『비정규직 주체 형성과 전략적 선택【에 이어 올 6월 초에는 편저 『사라져 버린 사용자 책임: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실태와 대안』이 출판됩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중심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여러 가지 실천적 과제들을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들이 당분간 제 연구와 제 삶의 근간을 이루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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