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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유어 네임

콜 유어 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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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520쪽 | 128*188*35mm
ISBN13 9791162765616
ISBN10 116276561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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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소홀히 한 탓에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너무도 약한 여자가 되어 버렸다. 겨우 한 줌의 온기에 무너지는 약한 여자가.
나를 아껴 주지 않는 남자에게 내 인생을 소모한 대가였다. 그러니 이건 내 잘못이다.
“선배 탓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그런데도 내 탓이 아니라는 말에 자꾸만 눈물이 새어 나왔다. 알고 하는 말 아닌 거 아는데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덕분에 알았다. 나는 그냥 내 편을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그게 뭐든 간에 묻지 않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 줄 사람이.
“죄송해요, 죄송해요, 선배…….”
“흐윽…….”
결국 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물이 부끄럽다고 생각했으면서, 나를 안은 품에 매달려 정신없이 울음을 쏟아 냈다.
이성을 붙잡고 버티기엔 그간 흘리지 못하고 쌓아 둔 눈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이제는 모두 흘려 버리고 홀가분해지고 싶었다.
(중략)
서윤이 내 뺨을 손으로 감쌌다. 나는 눈을 움직여 그를 바라봤다. 10년을 넘게 봤는데, 이서윤의 얼굴이 오늘만큼 낯설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선배 내키는 대로 절 써요. 그 새끼 잊을 때까지.”
속삭이는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속도는 아주 느렸다.
밀어내려면 얼마든지 밀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날 붙잡고 있는 힘은 무척이나 약했다. 강제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택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
나는 서윤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제일 아끼는 후배고 제일 아끼는 동생이었다. 이대로 입술이 닿으면 우리가 여태껏 쌓아 온 관계는 무너지고 부식되고 말 것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눈 감아요.”
나는 어쩔 수 없는 것처럼 그 말을 순순히 따랐다. 힘껏 내리감은 눈꺼풀 위로 머리카락의 간지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의 옷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결국 그를 밀어내지는 못했다.
--- 「콜 히즈 네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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