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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방

일곱 번째 방

[ 개정증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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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88쪽 | 492g | 135*210*25mm
ISBN13 9791165291099
ISBN10 116529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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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에서 눈을 떴을 때, 내가 어디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무서웠다. 처음에 보인 것은 희미하게 켜진 전구였다. 그 전구가 노랗고 약한 불빛으로 암흑을 밝히고 있었다. 주위는 온통 콘크리트로 된 회색 벽이었다. 창문도 없는 작은 사각형 방에 기절해 쓰러져 있었나 보다.
--- p.9

나는 그녀에게 내가 누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녀의 어두웠던 눈동자 속에 불이 들어온 것같이 느껴졌다.
“그럼 이 도랑 상류에 아직 산 사람이 있는 거구나?”
산 사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너도 보았을 거 아니니? 못 봤을 리가 없어! 매일 오후 6시가 되면 이 도랑에 시체가 떠내려가는 것을!”
--- pp.22-23

그때 깨달았다. 아빠에게는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엄마에게는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나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아무도 없다고, 아빠와 엄마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아빠와 엄마 어느 한쪽이 죽은 거라고 이해했다. 그리고 아빠는 엄마가 죽어 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반대로 엄마는 아빠가 죽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서로가 보이지 않고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각자에게 보이는 것은 나뿐이었다.
--- p.73

사진은 봉투에 담겨 있지 않고 그대로 우편함에 들어 있다. 사진에는 인간의 시체가 찍혀 있다. 일찍이 내 연인이었던 여자다. 어딘가 땅에 파인 구덩이에 누워 있다. 시체인 그녀의 가슴 위 상반신을 촬영한 사진인데 사진 속의 그녀는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다. 썩은 그녀의 얼굴에 생전의 인상은 남아 있지 않았다.
--- p.97

엄마가 날 죽인다면 어떤 방법을 쓸까? 예를 들면 늘 그러는 것처럼 단단한 뭔가로 머리를 때릴지도 모른다. 가끔씩 그러는 것처럼 목을 조를지도 모른다. 아니면 자살로 위장해 맨션 베란다에서
떨어뜨릴지도 모르겠다.
그게 맞을 것 같다.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반 아이들이나 선생님은 누가 나에 대해 물으면 분명 이렇게 대답하겠지.
“엔도 요코는 항상 어떤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분명 그 때문에 자살한 거겠죠.”
그러고는 나의 자살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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