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진실

진실

리뷰 총점8.1 리뷰 12건
정가
13,500
판매가
12,150 (10% 할인)
구매 시 참고사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76g | 148*210*30mm
ISBN13 9788984371248
ISBN10 898437124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내가 병에 걸린 지 이제 겨우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12월에 마르티는 아내가 부쩍 수척해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료예약을 하며 아내는 별일 아닐 거라 말했다. 진찰과 조직검사, 결과까지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르티는 끔찍한 선고를 듣고 집으로 오는 길에 조용히 울었다. 아내는 말없이 자신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창문에 붙은 크리스마스 장식별을 통해 오후의 어스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내는 조용히 속삭였다.
“크리스마스 멋지게 보내요. 혹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p.8

“두 분은 행복하셨나요?”
“네. 행복했어요. 요즘 들어 우리가 매우 행복한 부부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으신 모양이군요.”
여자의 손목은 앙상했다. 가느다란 막대기를 보는 듯했다. 눈썹은 아마 연필로 그렸을 것이다. 눈의 윤곽을 강하게 그렸다. 마르티는 서커스 광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가장 힘든 게 뭐죠?”
여자가 물었다.
마르티는 잠시 생각했다.
“가장 힘든 건 사람들이 변하는 걸 보는 겁니다. 사람들을 다시 배우는 거지요. 제가 변한 걸 보기도 하고요.”
여자는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은 영원하고 진실했다.
“다른 건요? 또 어떤 때 힘들었죠?”
마르티는 여자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낯선 이와 대화하는 것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때였어요.”
여자는 놀라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의 이름을 말해줄 수 있어요?”---pp.46~47

“안나가 드레스를 찾았어요.”
엘사는 여전히 두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드레스?”
“에바의 드레스요.”
“드레스가 아직 있었다고? 왜 진작 처분하지 않았지?”
마르티는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옷장에 있었던 걸 몰랐던 거죠.”
“그래서 어떻게 했지?”
엘사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안나한테 말했어요.”
“왜?”
“내 인생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묻혀 버릴 테니까요.”---pp.81~82

“사랑에 몸을 던져 봐.”
마르크가 말했다.
안나는 그의 말대로 했다. 마레 지구에 있는 마르크의 아파트에서 매일 사랑의 불꽃을 태웠다. 그렇지만 그 사랑은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빨리 끝나 버렸다. 아침에 안나는 짐을 챙겨 마르크의 아파트를 살며시 빠져나왔다. 안나는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마르크의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인지 아니면 체게바라 초상화(살인자의 초상화가 벽에걸려 있다니 이 얼마나 살풍경한가!) 아래에서 짧고 막연한 쾌락을 얻는 수단일 뿐일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마르크는 사기꾼이었을지도 몰랐다. 안나가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위대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을지도. 어느 쪽이 사실인지 안나는 절대로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사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벽히 하고 싶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세상을 얻고 싶었다. 그렇지만 안나의 사랑은 현관 옆 바닥에 누워 지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p.87

“환자는 마취되어 있을 때 탄생과 죽음으로 나아가죠. 거기에는 나름의 시간 층이 있어요. 내 생각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모든 기억은 그곳에 있죠. 모든 사람의 기억 말이에요. 조금 거리를 두고 삶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생각해 봐요. 모든 환자가 마취되어 있는 동안 정신 상태를 기억한다면 무언가를 봤다고 말하겠죠. 그렇지만 그것은 죽기 직전의 상태와 같죠. 모든 것을 보았고,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무엇을 보았는지 정확한 정보를 기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그게 참 아쉬운 일이죠.”---p.114

안나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그림을 집에 꼭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이 그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게르카투의 아파트 벽에 2년 동안 걸려 있던 사진은 벽장 속에 넣어두고 먼지를 뒤집어쓰게 해도 상관없었다. 안나는 이 그림을 꼭 벽에 걸어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림은 왠지 안나의 축약본 같았다. 어렸을 때의 이런저런 모습과 여전히 마음속에 움트고 있는 모든 것을 포착해 내고 있었다. 안나는 조심스레 그림을 집어 들어 다른 그림들 앞으로 놓았다. 가까이서 보니 할아버지가 눈동자에 적절한 명암을 주기 위해 신중하게 색을 혼합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평범한 유성물감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눈에 칠했을지도 몰랐다. 할아버지는 알루미늄 분말, 재, 톱밥, 은가루 같은 것을 혼합하는 데 능했다. 희미한 은빛이 감도는 눈동자 안은 색조의 변화로 희망을 표현하고, 어린 여자아이가 아직 깨닫지 못한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pp.160~161

어른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자란 아이는 차츰 걱정이 많은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불안을 세심한 주의와 강견한 의견으로 감추고 남편의 사랑이 필요할 때 아프다고 핑계를 대는 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모르는 아내가 될 것이다. 직장에서 상사가 핀잔을 주면 온몸에서 열이 나겠지. 엄마가 되어 자식들이 온당치 않은 비난을 퍼붓고 대들면 아무 말도 못한 채 편두통에 시달릴 것이다. 어두운 방에 홀로 누워 커튼 사이로 비쳐드는 햇빛에 메스꺼움을 느낄 것이다. 몸이 아플 때 남편이 다정히 대해주면 무척 놀랄 것이다. 필요한 게 있는지,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해 물으면 그 말에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중력을 거스르고 오렌지를 먹은 이 남자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였다.---pp.198~199

“죽을 때까지 이 섬에서 사는 건 어떨까요?”
저녁 때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날은 하루 종일 수영을 하고 모닥불에 커피를 끓이고, 낚시로 잡은 넙치 세 마리를 굽고, 물가에서 작은 돌멩이를 찾아 마법사처럼 모래사장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보냈다.
“좋아.”
그는 이렇게 말하곤 내게 키스했다.
“다른 세계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 이곳 말고 다른 세계는 없어.”
“우리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아요.”
아이가 말했다.
“그래. 죽을 때까지 영원히.”---pp.266~267

예술이란, 시시하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다.
1분, 5분, 1시간이 흐르도록 마주하고 서 있었다. 해가 지고 밤이 창을 통해 꾸물꾸물 기어들어 왔다. 주위에 있는 건물들은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쇄골을 깨물어 그 부분에 점선을 남겼다. 그가 나를 흔들었다. 세상이 베일에 가리듯 서서히 사라졌다.
나무는 여전히 마당에 서 있고 하늘도 머리 위에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그가 다시 나를 가까이 끌어안았다. 나는 그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그의 두 다리에 매달렸다. 그가 나를 질질 끌고 복도를 걸었다. 현관까지 가는 시간은 우리의 관계가 지속된 시간만큼이 걸렸다. 3년 하고도 4개월. 우리의 관계가 완전히 끝이 나려면 40년은 걸릴 것이다. 어떤 일이든 끝나고 난 뒤 여운은 오랫동안 남기 때문이었다. 수십 년 뒤 그가 여전히 이 복도를 걷고 있음에 놀랄 것이다.
현관문 앞에 내 몸을 던졌다. 그는 내 위를 지나며 문을 열었다. 곧 문이 닫혔다.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다. 나는 일어날 수 없어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묵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그대로 액체가 되어 바닥 널의 틈으로 스며들었다.
---pp.286~28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2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절판 상태입니다.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