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마친 덕기가 교토로 떠나기 전날 밤, 병화가 찾아온다. 유순하고 점잖은 덕기에 비해 병화는 유들유들하고 남에게 좀처럼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덕기는 병화가 데리고 간 술집 바커스에서 우연히 보통학교를 같이 나온 동기이자 아버지의 첩인 홍경애를 만난다. 조 의관이 엄청난 돈을 모아 의관 벼슬을 사고 족보를 꾸민 일이 드러나자 상훈은 조 의관과 크게 다툰다. 그러던 중 제삿날 아침에 조 의관이 허리를 다쳐 자리에 눕는 일이 벌어진다. 덕기는 상훈을 찾아가 홍경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훈은 병화와 함께 경애가 있다는 바커스를 찾아간다. 경애는 보란 듯이 상훈과 일본인들 앞에서 병화와 춤을 추다 키스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일본인들과의 싸움이 벌어진다.
병화는 경애를 통해 ○○회 간부로 있는 피혁을 만나고, 경애가 그와 사상적 연관을 맺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병화가 기거하는 하숙집의 딸 필순은 병화의 방을 청소하다가 덕기가 병화에게 보낸 편지를 보게 된다. 덕기가 자신을 걱정하는 내용을 본 필순은 덕기에 대한 고마움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짓는다.
조 의관이 폐렴까지 겹쳐 몸이 더욱 쇠약해지자 수원집은 제 몫의 유산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손주 며느리와 덕기 등을 모함한다. 조 의관의 병세가 더 심해져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덕기는 서둘러 돌아온다. 하지만 그간에 전보를 여러 번 쳐서 할아버지의 위독함을 알렸다는데, 자신이 받은 것은 동생 덕희의 전보 하나뿐이다. 이에 조 의관은 수원집마저 내보내고 덕기에게 손금고 열쇠꾸러미를 맡긴다. 덕기는 아버지를 젖혀 두고 받는 것도 내키지 않고, 공부를 그만둘 수도 없어 받기를 거절하나, 조 의관은 공부와 집안 중 중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며 억지로 맡긴다. 조 의관은 점점 병세가 위독해져 병원에 입원하고, 금고를 둘러싸고 수원집과 최 참봉, 창훈 등의 음모가 진행된다. 이것을 눈치 챈 덕기는 금고를 열었다가 대부분의 재산을 자신에게 물려준다는 문서를 보고, 그 유서 안에서 조 의관의 성미, 사상과 더불어 죽은 후의 처리까지 세심하게 적어 둔 배려에 고마움을 느낀다. 조 의관은 대학 병원에 입원하고 얼마 안 되어 숨지고 의사는 비소 중독을 의심한다.
피혁이 주고 간 돈 이천 원 중에서 사백 원으로 병화는 경애와 식료품점을 차린다. 상점 구경을 간 덕기는 돈의 출처를 자신으로 해 달라고 하는 병화의 부탁을 받는다. 병화가 경무국의 기밀비를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고, 병화와 필순의 부친, 경애는 같은 사회주의자인 장훈의 패거리로부터 병화가 변절한 것에 대한 앙갚음 테러를 당한다. 장훈 패거리에게 다친 필순의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한다. 필순이 아버지의 입원비를 걱정하는 중에 덕기가 병원으로 찾아오고 필순은 그런 덕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덕기에게 모든 재산이 주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수원댁과 상훈은 동지가 되고, 상훈은 김의경과 아예 딴살림을 차려 노름과 사치로 돈을 낭비한다. 이런 상훈의 타락한 생활에 덕기는 동정과 환멸을 느껴 상훈과 수원집에게 할당된 지분만 나눠 준다.
덕기는 다시 교토로 떠날 작정이나, 독감에 걸려 자리에 눕는다. 필순은 병문안을 갔다가 호사스러운 덕기의 살림에 거리감을 느낀다. 덕기는 필순에 대한 마음을 접기 위해 필순에게 병화와의 결혼을 제안하지만, 필순은 농락당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덕기는 고독감을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필순을 사랑하기 때문에 제2의 홍경애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조 의관의 독살설과 김병화의 음모설 등 경찰서의 검거 선풍으로 김병화, 장훈, 필순, 경애 모녀, 지주사, 최참봉, 수원집까지 모두 검거된다. 경찰에 자진해서 출두한 덕기는 경찰에게 재산 상속에 관한 문제 등에 대한 설명을 해 준다. 결국 비소 중독 사건은 수원집 패거리의 일로 밝혀져 사법계로 넘어간다. 경애 모녀는 좌익 운동과의 연계를 의심받는다. 김병화는 사전 약속대로 모든 것을 장훈에게 덮어씌운다.
한편, 집에서는 가짜 형사들를 대동한 상훈이 금고를 꺼내 간다. 그런데 다음 날 유서를 확인하러 온 덕기와 형사들에게 발각된다. 덕기는 조 의관이 죽고 난 뒤 겨우 두 달 동안 집안 형편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하고 한숨을 짓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