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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와 고티에

보들레르와 고티에

: 아름다움을 섬긴 두 사제

거장이 만난 거장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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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28*188*20mm
ISBN13 9791189716035
ISBN10 118971603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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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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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남이 있고 나서 얼마 안 가 보들레르는, 그 자리에 없었던 두 친구가 남긴 시집 한 권을 전하겠다고 필자를 찾아왔다. …… 그 순간부터 우리 둘 사이에는 우정이 싹텄다. 이 우정에서 보들레르는 짐짓 사람 좋은 선생 앞에서 사랑받는 제자가 취할 법한 태도를 언제나 견지하고자 했다. 그의 재능은 어디까지나 그 자신 덕분이며 그 자신의 독창성에서 나왔는데도 말이다. 아무리 격의 없이 굴어도 될 때라도 그는 필자가 볼 때 지나칠 정도로, 그리고 진심으로 안 그래도 된다는 말을 들을 만큼 예절을 잊지 않았다. 그 점을 그는 공공연히 여러 차례에 걸쳐 인정했으며, 필자에게 바친 『악의 꽃』 헌사는 비문碑文 같은 형식으로 이 정다운 시적 헌신의 절대적 표현을 확인해준다.

굳이 이런 자질구레한 사실들까지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이 말하듯 필자를 돋보이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이 보들레르의 성격에서 사람들이 미처 모르는 부분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악마 같은 본성을 지녔고 악과 결핍(물론 문학적 결핍이지만)에 홀려 있는 것으로 흔히들 치부하려 하는 이 시인은 사실 누구보다도 드높은 사랑과 감탄을 마음속에 지닌 사람이었다. …… 그런데 심지어 낭만주의가 풍미하던 시절에도 보들레르보다 더 거장들을 공경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3~24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는 사람들이 맞지도 않게 ‘데카당스decadence’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다름 아니라 쇠진해가는 문명들이 그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햇빛을 받으며 열매 맺은, 농익을 대로 농익은 경지에 이른 예술을 사랑했다. 말하자면 기발하고 복잡하고 유식하고 각종 뉘앙스와 탐구로 가득 찬 스타일이고, 말이라는 것의 한계를 늘 뒤로 물리며, 기술 어휘를 전부 차용하고, 모든 팔레트에서 색채를, 모든 건반에서 음들을 가져다 쓰고, 생각의 가장 표현하기 힘든 면과 더없이 막연하고 도망치는 듯한 형태를 그 윤곽으로 표현하려 애쓰고, 그것을 번역하기 위해 신경증 환자의 미묘한 속이야기와 스스로 결핍을 느끼며 늙어가는 열정의 고백과 광기로 변해가는 고정 관념의 이상한 환각에 귀 기울이는, 그런 예술을 사랑했던 것이다. 이러한 데카당스 스타일은 모든 걸 표현하라는 재우침을 받고 극단적 모욕을 받아 궁지에 몰린 ‘동사’가 남긴 마지막 말이라 하겠다.
--- p.34

이렇게 생각하면, 보들레르야말로 예술의 절대적 자율을 편들고, 시가 그 자체 이외의 목적을 갖는다거나, 시가 달성해야 할 사명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절대적 의미의 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외에 있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했다는 말은 맞다. 그는 순진하지 못한 이 시대에는 이 감각에다 어떤 놀람이나 희귀함의 깜짝 놀라게 하는 효과를 덧붙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웅변조의 시나, 열정과 진실을 완전히 그대로 베껴낸 시는 되도록 멀리했다. …… 즐거우라고 끔찍한 요소를 일부러 집어넣은 것처럼 보이는 보들레르의 어떤 작품들을 읽노라면 이런 원칙이 놀랍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잘못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끔찍함은 항상 성격과 효과에 의해, 렘브란트식 빛 한 줄기에 의해, 아니면 비천한 기형 속에서 원래는 고결한 그 본모습이 드러나는 벨라스케스식 위대함에 의해 변한다. 엉뚱하기도 하고, 식인종처럼 독이 섞인 온갖 재료를 냄비에 넣고 휘젓는 보들레르는 「맥베스」에 나오는 마법사처럼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아름다운 것은 끔찍하고, 끔찍한 것은 아름답다.” 그러니까 일부러 추하게 표현한 것은 예술의 지고한 목적에 배치되지 않는다.
--- p.41

몇 년간 주변에서 막 탄생하는 천재나 비웃는 작은 동아리를 넘어 퍼져나가지 못했던 보들레르의 평판은 갑자기 그가 손에 『악의 꽃』이라는 꽃다발, 신인의 순진무구한 꽃다발과는 전혀 닮지 않은 꽃다발을 들고 대중 앞에 나타나자 그만 폭발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예의 주시하던 법정은 술렁였고, 책에 꼭 필요한, 예술이라는 형식과 베일로 덮인 너무도 현학적이고 난해하며 비도덕적인 시 몇 편은 문학에 조예가 깊은 독자들에게 이해를 받기 위해 책에서 빼고, 대신 특이하지만 덜 위험한 다른 시들을 실어야만 했다. 보통, 시집을 두고 이렇게 큰 소리가 나지는 않는 법이다. 시집들은 탄생했다가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소리 없이 죽어간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지적으로 소비하기엔 시인은 기껏해야 두세 명이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보들레르는 즉시 조명을 받았으며, 그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추문이 덮이자 매우 드물게도 그가 독창적이고 아주 특별한 맛이 나는 작품을 문단에 가져왔다는 걸 사람들은 인정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여태껏 몰랐던 감각을 취향에 부여하게 하는 것은 작가에게, 특히 한 시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일이다.
--- p.50~51

때로 우리는 충격적이고 황당한 것, 지나친 가격에 사들인 희귀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밋밋한 것보다는 야만스러움이 우리에게 더 어울린다. 필자가 볼 때 보들레르는 이런 이점을 갖는다. 한마디로 그는 나쁠 수는 있을지언정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결함이나 장점이나 모두 독창적이고, 혹시 그가 사람들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바로 그 특유의 미학과 오랫동안 갈고닦은 추론에 따라 일부러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 p.69

오늘날은 형식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없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경시하는 운율법의 문제는 보들레르가 매우 중시했던 문제이며, 중시해 마땅하다.
--- p.70

『악의 꽃』은 보들레르가 썼던 시적 왕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화관이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에드거 포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일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포라면 그의 산문 외에는 거의 읽지 않았는데, 포의 시가 그 시인이 연재하는 산문 덕택에 널리 알려졌으니 말이다. 보들레르는 프랑스에서 지극히 드물고 특이하고 예외적인, 우선 미 대륙을 매혹하기에 앞서 깜짝 놀라게 한 개성을 지닌, 진기한 천재를 프랑스에 소개했다. …… 에드거 포는 발전, 완벽성, 민주주의 제도라는 발상, 또 양쪽 세계의 속물들이 좋아할 만한 그 밖의 다른 과장된 문장의 주제들에 대한 이런 미국적 생각을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모든 것을 젖혀두고 달러라는 신을 경배하지 않았다. 그는 시를 그 자체로서 좋아했고, 쓸모 있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것을 선호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이단인가!
--- p.80~81

에드거 포는 특히 인생?오호라! 아쉽게도 너무나 짧았던 인생?말년에 그의 작품을 번역한 보들레르에게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 『기묘한 이야기들』,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진지하면서 괴기한 이야기들』, 「유레카」 같은 작품들은 보들레르에 의해 문체와 생각, 그렇게도 충실하게, 유연한 자유로움까지도 아주 정확히 똑같이 번역되어 마치 번역문이 원작인 것 같은 효과를 내며, 원작이 지닌 천재적 완벽성도 원문과 똑같이 지니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들』에 앞서 수준 높은 비평이 몇 편 있었는데, 거기에서 번역자 보들레르는 포가 시인으로서 지닌 아주 독특하고 새로운 재능을 분석해냈으며, 이국의 독창성 같은 것은 완전히 제쳐놓고 나 몰라라 하던 프랑스는 보들레르가 포를 발굴해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이를 깊이 알게 되었다. 보들레르는 천박한 생각들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던 이 작가의 본성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던 이 작업에다, 비범한 형이상학적 명철함과 드물게 보는 통찰의 섬세함을 쏟아부었다. 이 글은 그가 쓴 글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글로 꼽힐 수 있겠다.
--- p.83~84

보들레르는 예전보다는 덜 분화된 각종 예술 분야가 서로 서로 인접하여 왕왕 넘나들기까지 하던 이 시대의 시인 대부분이 그랬듯이, 그림에 대해 취미와 감각과 안목이 있었다. 보들레르는 주목할 만한 미전美展 평론 글을 썼고, 그중에는 특히 들라크루아에 관한 소책자도 있는데, 이 글은 꿰뚫는 듯한 통찰력과 더할 나위 없는 섬세함으로 이 위대한 낭만주의 화가의 예술적 본성을 분석한다.
--- p.86

사실寫實에 영합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는 호기심을 갖고 기이한 것을 찾았으며, 특이하고 독창적인 어떤 유형을 만나면 그것을 따라가고 연구하고 감긴 실꾸리의 끄트머리를 찾아서 끝까지 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는, 무슨 사건이든 벌어졌다 하면 세계의 구석구석까지라도 가서 영국의 유명 일간지에 크로키를 그릴 태세가 되어 있던 신비로운 인물인 콩스탕탱 기스에게 홀딱 빠졌던 것이다.
--- p.89

필자는 이제 보들레르의 특이한 작품, 절반은 번역이고 절반은 그가 지은 내용인 『인공 낙원?아편과 해시시』라는 작품에까지 왔고, 이젠 이 작품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문인에게 득이 되지 않는 소문들을 기꺼이 사실인 양 받아들이곤 하는 대중에게 『악의 꽃』 저자인 보들레르가 마약에서 영감을 얻는 습관이 있다는 의견을 퍼뜨리는 데 적잖은 몫을 한 책이니 말이다. …… 보들레르는 생리적인 경험 삼아 해시시를 한두 번 피워보았을 수 있으며, 이는 있을 법하기까지 한 일이지만, 그가 해시시를 계속해서 피우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다. …… 그는 피모당 호텔에서 가진 몇 차례 모임에도 드물게 오거나, 오더라도 단순한 구경꾼으로서 왔을 뿐이다.
--- p.94~96

해시시 연구 다음에는 아편 연구가 이어지는데, 여기서 보들레르가 안내서로 삼은 책은 드퀸시가 쓴 책으로, 영국에서 유명세를 떨친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이다. …… 보들레르는 드퀸시의 이 책 전부를 번역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 책에서 가장 부각되는 부분에 여담과 철학적 숙고를 섞어 작품 전체의 개요를 보여주는 축약본을 만들 만큼 분석하면서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 p.104~107

보들레르의 『산문시집』을 읽으면 종종 이런 유형의 느낌이 생겨난다. 기이하게 선택되고 배치된 한 문장, 한 단어 -유일한 문장이요, 유일한 단어-는 우리 마음속에, 이젠 잊혔지만 다정한 형상들로 이뤄진 미지의 세계를 환기시키며, 머나먼 전생의 추억들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현실은 제쳐놓고 이미 스러진 생각들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합창 소리가 주변에 퍼져가는 듯한 예감이 들게 한다.
--- p.121

당신은 제게 헌정하신 -그 점은 감사합니다-「일곱 노인」과 「자그마한 할머니들」 같은 감동적인 시를 쓸 때 어떻게 하십니까? 무엇을 하십니까? 걷지요. 앞으로 나아갑니다. 예술의 하늘에 뭔지 모를 죽음의 빛을 쏘아 보냅니다. 새로운 전율을 창조하는 겁니다.
--- p.158

문단의 온갖 일에 호기심을 보이는 수많은 독자가 지난주에 상연된 연극 작품에 대해 고티에가 내린 판단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그가 쓴 미전 작품평들, 그렇게도 태평하고 티 없이 순수하며 당당한 평론들이 제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느낄 줄 모르는 모든 추방된 자를 위한 신탁이라는 점은 더욱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이 모든 다양한 대중에게 테오필 고티에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인물, 없어서는 안 될 평론가이면서도 여전히 미지의 인물로 남아 있다.
--- p.164

전 세계가 샤토브리앙, 빅토르 위고, 발자크를 가진 우리 프랑스인을 부러워하듯, 우주가 부러워할 만한 이 작가와 첫 대면을 했던 일이 지금 기억난다. 나는 당시에 없던 두 친구를 대신하여 작은 시집 한 권을 전해주려고 고티에의 집에 갔다. …… 나를 처음 맞아주었을 때, 사람이 메마른 구석이 전혀 없어서 놀랐다. 지위상 찾아오는 손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서는 설혹 그런 점이 보이더라도 능히 용서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처럼 그가 손님을 맞이하는 방식의 특징을 묘사하기 위해 나는 기꺼이 ‘사람 좋음’이라는 말을 쓰련다. …… 우리 둘 사이의 대화(나이보다는 재능으로 나를 훌쩍 능가하는 유명인과의 첫 대화라니, 엄숙한 일!)로 말할 것 같으면, 그것도 내 정신의 바탕에 맞춰 잘 이루어졌다.
--- p.168~169

대화하면서 그가 이렇게 술술 말을 잘하는 것을 듣자니 나는 현 세기와 그 난폭한 아무 말과는 매우 멀리 떨어진 시대인 고대의 명철함을, 동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한쪽 날개에 친근하게 실려온 뭔지 모를 소크라테스의 메아리 같은 것을 꿈꾸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러나 고티에와 함께 날개를 편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고티에가 그래도 좋다고 허용함으로써 그러기를 원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그는 순진하게도 부드럽고 친근한 아버지 노릇을 기꺼이 도맡았다. 이 또한 고대의 이름난 인물들과 닮은 점이다. 고대의 인물들은 젊은이들과의 모임을 좋아했고, 풍성하게 우거진 녹음 속이나 강변, 그 영혼처럼 고귀하고 단출한 건물 아래를 거닐며 젊은이들과 알찬 대화를 나누었다.
--- p.172~173

이 땅과 여기서 벌어지는 구경거리들은 이 감탄스러운 불멸의 ‘미’를 추구하는 본능 탓에 ‘천상’의 어떤 통찰이나 ‘지상’과의 교감이라고 여겨진다. 저 너머에 있는 모든 것, 삶이 가리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지닌다는 것이 우리가 불멸의 존재라는 가장 생생한 증거다. 시심에 의해, 동시에 시심을 통해, 또 음악에 의해, 음악을 통해, 영혼은 무덤 저편에 있는 찬란함을 엿본다. 그리고 절창인 시 한 편을 듣고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릴 때, 그 눈물은 무엇을 지나치게 누렸다는 증거가 아니라, 차라리 자극받은 우울, 신경이 간절히 청하는 바, 비록 반과거 속에 망명하고 있을망정 이 땅에 있을 때 즉시, 여기 드러난 천국을 거머쥐고 싶다는 자연의 증언이다.
--- p.180~181

내가 문제 제기를 할 때 쓴 표현에서 작가라는 말의 의미를 오직 상상력을 분출하는 작업에만 국한시켰다면, 테오필 고티에는 누구보다도 뼛속까지 작가라는 점을 독자는 알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 의무를 꼭 지키는 노예처럼 살기 때문이며, 끊임없이 작가로서의 활동이 필요로 하는 바에만 복종하기 때문이며, ‘미’에 대한 취향이 그에겐 어떤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며, 자기 의무를 하나의 고정 관념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 테오필 고티에는 새롭고도 독특한 장점을 지닌 작가라 할 수 있다. 그에 대해 지금까지는, 대신할 자가 없는 작가라고 말하겠다.
--- p.186~187

테오필 고티에의 문체에는, 사람을 홀리고 놀라게 하며 심오한 수학이 놀이 속에서 발휘하는 기적과도 같은 것을 생각나게 하는 정정당당함이 있다. 나는 아주 젊은 시절, 처음으로 이 시인의 작품들을 맛보았을 때, 알맞은 곳에 적절히 가해진 터치, 그 직설적인 한 방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나고, 그렇게 감탄하다 보니 내 안에 일종의 신경증적인 경련이 일던 생각이 난다. 나는 조금씩 완벽함에 익숙해졌고, 마치 떨어질 염려 없는 말에 올라타 마음대로 몽상할 수 있거나 단단한 배에 올라타 나침반이 예측하는 날씨에 도전하는 자처럼, 또 ‘자연’이 아직 천재였던 시절에 쌓아 올린 훌륭한 풍경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자처럼 이 일렁이며 반짝이는, 아름다운 문체의 움직임에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 p.188~189

시적이고 그림처럼 아름답고 또한 명상적인 테오필 고티에의 정신은 틀림없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좋아해서 그것을 어루만지고 그것에 수없이 마음대로 여러 의상을 입혔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가 달려든 다양한 종류의 단편 소설에서 십분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그는 괴기한 소설과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에 매우 능했다. 가끔가다 억눌렸던 쾌활함의 수문을 터뜨리고 이 고유한 멋을 간직하는 몽상가의 고독한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마음에 들고자 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높이 올라간 곳, 그가 가장 확실하고도 진지한 재능을 보여준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단편 소설인데, 나는 그것을 ‘시적 단편 소설’이라고 부르련다.
--- p.191

이 뮤즈(고티에의 뮤즈)는 이런 알쏭달쏭한 일들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이 뮤즈는 롱바르 거리보다는 인적 드문 언덕에 사는 데 만족한다. 그는 무시무시하고 반복적인 풍경이나, 단조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이오니아의 푸른 강변이나 사막의 눈부신 모래를 좋아한다.
--- p.194

테오필 고티에는 형식과 그 형식 속의 완벽을 추구하는 이 천부적 취향 덕에 다른 작가들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저자이자 비평가가 된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았을 때 상상력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고티에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던 사람은 없다. 설사 그 예술 작품이 별로이고 끔찍하다 해도 말이다. 끔찍한 소재도 예술적으로 표현되면 아름다움이 되며 리듬감과 박자감이 가미된 고통은 정신을 차분한 기쁨으로 채워준다는 것이, 예술이 지닌 놀라운 특권 중 하나다.
--- p.197

그러니 프랑스 시인들을 은밀히, 남몰래 사랑하자. 프랑스 아닌 다른 나라에서라면 시인이라고 뽐낼 권리가 있을 것이다. 이웃나라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와 괴테 이야기를 한다! 우리 프랑스는 그들에게 답할 수 있다. 우리에겐 빅토르 위고와 테오필 고티에가 있노라고!
--- p.202

나는 테오필 고티에의 작품들이 일으키는 감탄을 말로 표현하려고 또 그렇게 감탄할 만한 이유들을 유추해보려고 애를 썼다(유추하는 데 정말로 성공하긴 했던가?). 심지어 작가들 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 머지않아 모두들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대중 앞에서는 오늘날 고티에가 그저 후세 앞에 선 매혹적 정신의 소유자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훗날 그는 비단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의 거장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될 것이다.
--- p.204~205

고티에는 공직을 맡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여러 사람이 유감을 표명하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 그러나 두루 살펴보았을 때 그가 공직을 맡지 않는 게 낫다. 아무리 한 사람의 천재성이 미치는 범위가 넓고 그 선의가 아무리 크다 해도, 공직을 맡게 되면 사람이 어느 정도는 축소되게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어떤 때는 그의 자유가 느껴지거나 어떤 때는 통찰력이 느껴진다. 나로서는 …… 수많은 걸작을 쓴 이 저자가 지금까지와 같이 그냥 이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과거의 가장 뛰어난 거장들과 어깨를 견주는 작가로서, 앞으로 올 사람들의 본보기로서, 무지와 소재에 도취해 있는 이 시대에 점점 더 희귀해지는 금강석처럼, 다시 말해 완벽한 문인으로 남아주길 바란다는 말이다.
--- p.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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