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북녘은 어떤 곳일까? 나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남북 양쪽 정부의 허가를 받고 북을 내 집같이 드나들며 다양한 민간교류를 연결했다. 내가 가본 북녘은 병영 사회가 아니었다. 감시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활달하고 당당했다. 그들은 정이 넘쳤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구가하며 살고 있었다.
어떤 사회이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상적인 사회도, 절대 나쁜 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북녘을 뿌연 잿빛의 나라, 가난함과 절망이 흐르는 땅으로 알고 있을까?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주의 사회인 북의 살아가는 방식과 문화가 우리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든 차이를 극단적인 이분법, 빨갱이라는 잣대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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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부터 꼴등까지 사진과 함께 붙여놓은 성적표를 학교 복도 에 게시해놓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사회주의는 평등을 지향한다면서 왜 경쟁을 조장할까’, ‘과도한 경쟁은 단결을 해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갖는다. (……) 경쟁하지 않아도 나라에서 취직을 보장해주면 어느 학생도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국가가 절박하게 요구하는 인재 양성도 어려워진다.
(……) 유치원 때부터 아이들의 숨은 재능과 천성을 찾아내려고 고심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의욕을 높이려고 갖가지 대책을 세운다. 성적 경쟁은 당연하다. 소학교에서부터 성적표를 학생 얼굴과 함께 복도 게시판에 붙이는 것, 낙제 제도와 재시험 제도, 전국 경시대회, 시도별 수재학교 등이 북에서의 아이들을 질 높은 공부를 하게 하는 경쟁 방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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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의 군인들은 경제 건설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인민들이 험한 일을 하는 모든 곳에서 앞장서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공사장에서도 힘든 공정을 맡아서 하고, 농번기에는 농사일을 돕는다.(……) 북녘의 인민들은 집에 사고가 나거나 급한 일이 생길 때 가장 먼저 찾는 것도 군대이고, 수도꼭지가 고장 나도 군대로 연락한다니 군대에 대한 신뢰가 정말 높은 편인 것 같다.
북에서는 군대가 신망받는 직업이지만 단점이 있다면 10년이나 복무를 한다는 점이다.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친 제대군인들에게 배려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제대군인들은 북에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만 가입한다는 ‘조선로동당’에 입당 추천을 받기도 쉽다. 또 대학 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추천받기도 하는데 제대 후 대학생이 되는 군인은 1개 사단에 10명 내외라고 한다.
--- p.83~85
이 무상의료제는 의사담당구역제로 점차 확대되어 전 인민이 주치의를 갖게 되었으며, 1980년 이 보건의료 체계를 ‘인민보건법’으로 법제화했다. (……) 북의 무상의료는 진단, 검사, 치료, 수술, 입원 등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 일체를 말한다. 북의 전인민주치의 제도는 태아 때부터 산부인과 의사에게 관리받는 것을 시작으로 14세까지는 소아과 담당의사에게, 그 이후는 내과 의사에게 건강을 관리받는다. 시도 인민병원에서 완치되지 않은 난치성 중증 환자들은 조선적십자병원과 같은 더 높은 급의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고 급성환자는 직승기(헬리콥터)로 이송되기도 한다.
참고로 평양산원과 옥류아동병원 등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병원은 고위급 인사나 재력가들만 이용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특히 평양에 거주하는 산모 중에서 아이를 처음 출산하는 경우 모두 평양산원을 이용하며 전국에 있는 세쌍둥이, 네쌍둥이 태아들은 모두 평양산원에서 출산한다. 또 옥류아동병원을 보더라도 아이들 심장병 수술을 3,000건 이상 모두 무상으로 했다니 집안에 중환자가 생기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된다.
--- p.108~109
우리나라에서는 북이 경제 발전을 하려면 엄청난 지하자원을 대량 판매할 것으로 생각하며 남북경협으로 북의 지하자원을 가져오는 방안에 관한 논의가 횡행하고 있다. (……) 북에서 추구하는 경제 개발 모델은 지식경제 강국 건설이다. 지식경제 강국이란 현대 과학기술을 원동력으로 첨단산업을 육성 해 선진 지식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는 국가이다.
북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전민 과학기술 인재화’를 실현해 유능한 과학기술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1년 의무교육 제도를 12년으로 개편하는 한편 교육혁명의 구호를 내세우고 교육 현대화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첨단산업을 기둥으로 하는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 정보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려고 분투하고 있다.
--- p.190
세포등판은 북이 인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지도자의 결심을 받아 한마음이 되어 피눈물 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건설한 북녘 사람들의 낙원이다. 북녘 사람들은 세포등판의 건설로 질 좋은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신화와 자부심을 만들어냈다. 일제로부터의 독립, 해방 이후 외세와의 투쟁에서 승리해왔다고 자부했듯이 이제 불모의 땅 세포군을 지상낙원으로 바꿈으로써 대자연과의 투쟁에서 그들이 얻는 자신감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재산이 될 것 같다.
--- p.197~198
모란봉악단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라는 김정은 시대의 정신을 잘 구현한 음악의 세계를 보여준다. (……) 모란봉악단 공연이 주목을 받은 것은 화려한 조명과 무대장치, 현대적 전자악기, 여성단원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이다. (……) 모란봉악단의 특징은 한마디로 세계의 어떤 음악도 북의 정서 에 맞게 소화하면서도 뛰어난 공연을 한다는 점이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북의 시대에 맞게 북의 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 유튜브에는 모란봉악단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조회 수도 엄청 나다. 이는 세계 많은 사람들이 북의 음악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 을 보여준다. 모란봉악단이 연주하는 모든 음악은 어떤 음악이든 모두 다 어깨춤을 추며 신명을 낼 수 있다. 빠른 비트와 현란한 전자악기를 가지고서 우리 전통 가락의 멋을 어떻게 그대로 살려 내는지 신기하다.
--- p.238~240